잊을 만하면 터지는 어린이 성폭행 사건이 전국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그럴 때마다 정부는 발빠른 대책을 내놓고 정치권은 처벌 기준을 강화한 법안을 처리하면서 공분을 달래지만, 사건은 잊히고 범죄는 반복된다. 신고율이 10% 미만이고 45%가 일가친척에 의해 이뤄진다는 아동 성폭력의 패턴은 고질적이다. 김민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사진)은 “피해는 은폐되고 가해는 점점 흉포해진다”라고 걱정했다.   미성년자 성폭력 사건이 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10배 이상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성범죄가 워낙 은폐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 범죄가 늘어난 것인지, 신고율이 높아진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청소년·어린이 성폭력 사건이 전체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30%)이 높은 편이다. 성범죄는 그 사회의 성 문화 수준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모두가 자성할 부분이 있다. 

 
정치권에서 강력한 처벌 법안을 내놓고 있다.
  성차별적 문화와 위계질서는 여전한데 가해자 개인에 대한 처벌 수위만 높인다면 법의 권위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부산 여중생 성폭력 사건의 경우도 피의자 김 아무개씨가 8년 동안 복역했지만 교정 효과가 없었던 것 아닌가. 강력한 처벌만 외쳤다가는 범죄는 더욱 흉포해지고 재범률만 높일 수 있다.

가해자 신상공개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심리적 공포만 조장하고 실제 대응력은 떨어질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성범죄가 터지면 가해자에 대한 공분만 커지고 정작 피해자들은 숨게 된다는 점이다. 피해자의 아픔을 이해하는 사회적 공감 과정이 필요하다. 

딸 키우는 부모들의 분노와 공포가 크다. 아이와 직접 대화해야 한다. 무서울수록 직접 눈으로 확인하라는 말이 있다. 그러다보면 지혜가 생긴다.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보이는 관심이 힘이 된다. 아이에게 언제든지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기자명 박형숙 기자 다른기사 보기 ph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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