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우여곡절 끝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할 때만 하더라도 6자회담은 곧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 이후 북·미 양측은 마치 말을 맞추기나 한 듯이 “6자회담 재개의 필요성과 9·19공동성명 이행의 중요성과 관련해 일련의 공동 인식이 이룩되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양측은 남아 있는 차이점을 좁히기 위해 앞으로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 6자회담 개최는 오리무중이다.

그렇다면 좁혀지지 않는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은 지난 1월11일 북한 외무성 성명에서 찾을 수 있다. 성명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서는 “제재라는 차별과 불신을 제거할 것과 평화협정 논의를 행동순서에서 앞당겨야 한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제재가 해제되면 6자회담은 곧 열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에 앞서 북한은 1월1일 신년 공동사설에서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체제를 마련하고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일관하다”라고 피력한 바 있다.

최근 북한은 제재 해제와 평화협정 우선 논의에 대한 미국의 대답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고 응답하고 비핵화를 위한 긍정적 조처를 취한다면 그 다음에 다른 기회들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자바오 총리를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북한에 대규모 경제지원을 약속하면서 중재에 나서 북·미 양자 접촉이 성사되었지만 6자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6자회담의 동력마저 떨어지는 듯했다.

이 와중에 지난 2월 초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북한을 방문하고 함흥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한다. 왕자루이의 방북 이후 곧바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중국을 방문해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와 6자회담 재개 문제, 평화협정 체결 문제, 북·중 관계 문제 등을 논의했다. 김계관 부상이 중국과 협의를 마치고 돌아간 다음 김영일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 보즈워스 특별대표,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베이징 방문이 이어졌다. 즉 왕자루이 부장의 방북과 그에 이어진 김계관 부상의 중국 방문으로 6자회담 재개 에너지가 다시 생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국이 중재안을 냈을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는 이에 대한 각국의 입장을 조율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제기한 제재 해제와 평화협정 논의의 우선순위 문제와 관련해서 조율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절충안을 둘러싼 의견 조율이 5개국 간에 진행되는 것 같다. 또 하나의 쟁점은 북한은 보즈워스가 방북해 협의한 연장선에서 김계관 부상이 미국을 방문해 북·미 추가 접촉을 갖고 직접 미국과 절충안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인 반면에, 미국은 먼저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밝혀야 김계관 부상의 방미나 추가 접촉이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열리면 남북 정상회담 탄력 받아

여기에 최근 계속 논의되는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설을 연계해보면 좀 더 구도가 명백해진다. 왕자루이 부장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후진타오 주석의 구두 메시지를 전하며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재차 청했다고 한다. 중국은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서 국제사회로부터 경제협력과 지원을 얻기 위한 전기를 마련하고 동시에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북한의 생각은 다르다.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해서 설사 회담이 열리더라도 북한이 바라는 성과를 얻어낼 것이라는 보장도 없이 또 시간만 흘려보낸다면 북한은 당면한 경제 문제는 물론이고 체제 안전을 도모할 수 없게 되리라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이 추진되는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을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차별’과 ‘불신’을 제거할 수 있는 기본 당사자인 미국으로부터 분명한 입장을 들어야 중국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은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해주기를 바란다. 반면에 북한은 김계관 부상의 방미가 이루어져야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금 양자를 조율하기 위해 궁리하고 있다. 일단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가 끝나는 이번 주에는 윤곽이 드러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해서 6자회담이 열리게 된다면 남북정상회담 개최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기자명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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