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다시 독자 여러분께 편지를 드립니다.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그리고 하시는 일 모두 잘 이루셨는지요?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소원 성취하시기 바랍니다. 연초 이맘때는 이렇게 새해 인사를 드리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남우세스러워 지금은 차마 그 쉬운 인사말도 입에 올리기 어렵습니다. 저의 솔직한 심경입니다. 어디 제 마음뿐이겠습니까?

어렵기 때문이지요.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생활이 어려워서 힘들고, 배신당한 기분이 들어 분노가 솟습니다. 무엇보다 희망이 보이지 않아 불안합니다. 여기저기 아우성이 나옵니다. 그런데 소수의 사람이 만족해합니다. 조용히 만족스러워합니다. 기분 좋은 미소를 지그시 안으로 감춥니다. 이 순간이 깨질까 경계하는 그들의 눈초리가 바쁩니다.
 

표완수 대표이사 겸 발행인

용산참사, 세종시 약속 파기, 이른바 4대강 사업, 미디어법 탈법 처리, 무리한 종합편성채널 추진 등 현안 앞에서 그런 대칭과 명암, 부조화는 경계가 더욱 굵어지고 선명해집니다. 그래서 문득 섬뜩해지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우리를 더욱 절망케 하는 것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공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거짓말과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충청인들이 세종시 원안을 고집할 때는 과학 벨트를 다른 지역에 줘야 한다”라는 공갈협박이 고위 공직자의 입에서 나왔을 때 우리는 우리의 귀를 의심했지요. 다수당이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점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당 중진 입에서 나왔지요? 음지가 양지 되고 양지가 음지 된다는 선인의 지혜이자 경고를 깡그리 무시하는 발상입니다.

미디어법의 효과에 대한 정부의 주장 가운데 세계적 수준의 미디어그룹 탄생이란 것이 있습니다. 표현은 그럴싸해 보이지요? 그러나 정말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신문·방송 겸영이 안 돼서 지금껏 글로벌 미디어그룹이 안 나온 게 아닙니다. 경제력에서 우리보다 훨씬 앞서나간 일본도 못했고, 신문·방송 모두 일일이 통제하는 거대 중국도 안 되는 일입니다. 

독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점잖게 새해 인사를 올리고, 〈시사IN〉이 어떻게 안정되어가는지 간략하게 보고드리려 했는데, 그만 제가 감정 억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용서를 빕니다. 여러분의 관심 덕분에 〈시사IN〉은 지난 한 해 착실한 성장을 이뤘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회에 따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새해 벽두 새삼 현인들의 경구가 머리를 스치는 것을 숨길 수는 없습니다.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 했는데 우리는, 대한민국 국회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는데 정부와 서울시는 지금 무슨 자랑에 열중하고 있는가.

기자명 표완수 (〈시사IN〉 발행인) 다른기사 보기 wspy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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