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2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천안함 선체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3월22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천안함 선체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의 레임덕은 숙명이다. 재집권이 불가능한 5년 단임제 아래,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대부분의 역대 대통령들이 겪었다. 레임덕은 일종의 패턴이 있었다. 보통 3단계를 거쳤다. ①여권 내부의 권력 지형이 새로 그려지고 ②기존 권력과 미래 권력의 교체 또는 충돌로 ③최종적으로 국정 동력이 약화되는 것이었다. 물론 사전에 ①과 ②를 차단하려는 노력은 있었다. 다만 이 경우 거꾸로 ③을 가속화했다. 레임덕은 기존 권력이라는 둑으로 막을 수 없는 거센 물살과 같았다.

여권이 이번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①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유력한 여권 미래 권력으로 꼽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총선을 앞두고 기존 권력인 윤석열 대통령과 두 차례 부딪쳤다. 두 ‘인물’의 충돌만큼 주목받은 지점은 여권 내부 움직임이었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의혹으로 불거진 1차 갈등 당시 관망하던 의원들이, 이종섭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와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논란으로 빚어진 2차 갈등에선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적극적이고 광범위하게 힘을 실어주었다. 수직적 당정 관계 지적이 나온 기존 모습과 확연히 달랐다.

공천 전과 후라는 상황적 변수 때문만은 아니다. 총선 앞 일시적 움직임으로도 단순화할 수 없다. ‘원래 국회의원 시절 당선된 기존 권력(윤 대통령)’과 ‘공천을 주고 선거를 함께한 미래 권력(한 비대위원장)’ 가운데, 총선 후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의 팔이 차차 어느 쪽으로 굽을지 가늠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오히려 1·2차 갈등 봉합이 일시적인 측면이 있다. 실제 한 위원장이 공천과 비례대표 순번을 정하는 과정에서 ‘사천(私薦)’을 했다는 일부 친윤계의 주장 뒤에는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의 당 장악, 즉 권력 확대를 견제하는 측면도 있다고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당 장악은 차기 대선주자의 필수 요건 중 하나다. 두 차례의 갈등 과정에서 나온 여권 내부의 수위 높고 ‘공개적인’ 각종 행동과 메시지들은 기록으로서 역할도 한다. 총선 성적표를 두고 기존 권력과 미래 권력 사이 책임 소재를 가리는 과정에서 ‘3차전’이 발발한다면, 그 기록은 명분이자 근거가 될 수 있다.

총선이 끝난 후 여권 권력 이동의 물살이 거세질 수 있다. 한 위원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 위원장이 스스로 정치권을 떠나지 않는 이상, 총선 성적표에 따라 여권이 그를 밀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기존 권력 입장에선 미래 권력이 독보적으로 세를 불리도록 두는 것보다, 여러 여권 대선주자들에게 정치적 공간을 열어주고 경쟁 구도를 만들어 물줄기를 여러 갈래로 나누는 것이 레임덕을 늦추는 길일 수 있다. 다만 여러 대선주자들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특수관계로 묶어 견제하며 차별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국정 운영의 키를 쥐고 있는 여권의 권력 이동 흐름을 살펴보는 것도 이번 총선의 관전 포인트다.

기자명 문상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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