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14일 경남 합천군 황매산 군립공원 밤하늘에서 촬영한 쌍둥이자리 유성우. 2021년 천체사진공모전 수상작(윤은준씨 촬영).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2018년 12월14일 경남 합천군 황매산 군립공원 밤하늘에서 촬영한 쌍둥이자리 유성우. 2021년 천체사진공모전 수상작(윤은준씨 촬영).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1년. 365일. 어제 같은 오늘이 반복되며 삶이 정체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우리는 우주 속을 질주하고 있다. 지구는 시속 11만㎞의 속도로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초속 약 30㎞이다.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사이 또 30㎞를 날아왔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우리는 지구라는 행성을 타고 우주 곳곳을 여행하고 있는 셈이다.

날마다 별의 위치가 달라지고, 계절마다 별자리가 바뀐다. 어느 구간을 지날 때는 별똥별이 비처럼 떨어진다. 달도 차고 기운다. 이처럼 지구라는 열차의 창밖으로는 매일같이 다른 ‘밤하늘의 풍경’이 펼쳐진다. 도시에 있다 해도, 망원경이 없어도, 고개를 들어 차분하게 하늘을 바라보면 꽤 많은 천체를 발견할 수 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겸임교수인 이강환 박사와 함께 올해 예정된, 놓치지 말아야 할 주요 천문 현상들을 꼽아보았다. 달력이나 스케줄표에 적어두고 그날을 기다린다면 2024년 우주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2월10일(설날): 겨울철 다이아몬드

겨울은 밤하늘을 관측하기 좋은 계절이다. 대기가 건조해 빛의 산란이 적으니 별빛이 또렷하게 보이고, 밤이 긴 덕분에 더 오래 관측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밝은 별이 많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1등성 15개 가운데 7개가 겨울철에 뜬다. 시리우스, 베텔게우스, 리겔, 알데바란, 카펠라, 폴룩스, 프로키온(〈그림 1〉 참조)이다. 이 중에서도 시리우스는 밤하늘을 통틀어 가장 밝은 별이다(여기서 별은 금성·화성·목성 같은 ‘행성’을 제외한 ‘항성’을 뜻한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베텔게우스와 리겔은 ‘오리온자리’의 겨드랑이와 다리에 위치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냥꾼의 이름을 따온 오리온자리는 겨울철을 대표하는 별자리이다. 비교적 밝은 별들로 이루어져 있고, 오리온의 허리띠로 알려진 별 세 개가 중간에 나란히 놓여 있어 천체 관측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한눈에 알아보기 쉬운 편이다.

오리온자리를 기준으로 삼아 그 주변에서 밝게 빛나고 있는 나머지 1등성 별들도 찾아보자. 〈그림 1〉처럼 리겔, 알데바란, 카펠라, 폴룩스, 프로키온, 시리우스 여섯 개 별을 육각형 모양으로 이으면 ‘겨울철 다이아몬드’가 된다. 베텔게우스, 프로키온, 시리우스, 이 세 개의 별은 ‘겨울철 대삼각형’이라 불린다.

베텔게우스는 특별히 기억 속에 담아두어야 한다고 이강환 박사는 말했다. 초신성으로 폭발할 날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베텔게우스는 적색 거성이다. 태양 같은 별이 나이를 먹으면 온도가 내려가고 크기는 팽창해 적색 거성이 된다. 적색 거성은 마지막 순간 폭발하며 긴 일생을 마감하는데 그것이 초신성이다.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면 약 한 달간, 낮에도 보일 정도로 아주 밝은 천체가 하늘에 나타난다. 이후 몇 달에 걸쳐 초신성은 점점 어두워지고 8개월가량 지나면 영영 사라져버린다. 별을 구성했던 물질들은 먼지가 되어 우주로 흩어진다.

베텔게우스가 ‘곧 폭발한다’면 지구에서 이 별을 볼 날이 앞으로 얼마나 남아 있다는 걸까? 이강환 박사는 “1000년 이내”라고 답했다. “천문학 스케일에서 ‘곧’이라고 하면 1000년 정도를 뜻한다(웃음). 지금부터 1000년까지 범위 내에서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텔게우스는 내일 당장 폭발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태다. 우리 생애에서 이 현상을 관측할 수 있도록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터져라, 터져라’ 기원하고 있다.”

설날인 2월10일 밤에는 해가 진 뒤부터 줄곧 ‘겨울철 다이아몬드’와 ‘겨울철 대삼각형’을 관측할 수 있다. 혹시 모르는 일이다. 베텔게우스를 볼 수 있는 설은 올해가 마지막일지도.

4월9일: 개기일식

달이 태양 앞을 지나가며 태양-달-지구가 일직선이 될 때, 태양이 완전히 가려져 보이지 않는 현상이 개기일식이다. 달이 지나가는 길을 따라 좁은 지역에서, 짧은 시간 동안 관측이 가능하다. 올해 4월9일 개기일식이 예정돼 있지만 한국에서는 관측할 수 없고 멕시코, 미국, 캐나다에서만 보인다.

6월28일: 달-토성 근접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토성. 토성의 반지 모양 고리와 3개의 위성(디오네, 엔셀라두스, 테티스)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NASA 제공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토성. 토성의 반지 모양 고리와 3개의 위성(디오네, 엔셀라두스, 테티스)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NASA 제공

6월27일에서 6월28일로 넘어가는 밤, 달 오른쪽에 별처럼 빛나는 천체가 눈에 들어온다면 바로 토성이다. 6월28일 새벽 0시30분 달과 토성이 약 1.1도까지 근접한다. 실제로 만나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지구에서 보기에 같은 방향에 달과 토성이 나란히 놓이는 것이다. 토성은 육안으로도 잘 보이는 천체다. 이강환 박사는 “동양의 음양오행과 서양의 요일(월화수목금토일) 모두 별다른 관측 장비 없이도 고대부터 잘 보였던 태양·달·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에서 따온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쉽게도 토성의 상징인 반지 모양 고리는 망원경으로만 관측된다.

7월5일: 원일점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최대인 지점을 ‘원일점’이라고 한다. 반대로 태양과 지구 거리가 가장 최소인 지점은 ‘근일점’이라고 한다. 지구가 원이 아닌 타원 궤도로 태양을 돌고 있기 때문에 원일점과 근일점이 생긴다. 원일점에 도달하는 7월5일, 지구는 태양에서 약 1억5200만㎞ 떨어지게 된다. 근일점은 원일점과 정확히 6개월 간격이다. 2024년 근일점은 1월3일로, 이날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는 1억4700만㎞였다.

태양에 가장 가까울 때와 가장 멀 때 무려 500만㎞ 차이가 나지만 다른 태양계 천체와 비교한다면 지구궤도는 원형에 가깝다. 공전궤도가 완벽한 원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를 수치화한 척도가 ‘이심률’이다. 이심률이 0에서 멀어질수록 타원형에 가까워진다. 지구의 이심률은 0.0167인 데 비해 달은 0.0549이고 화성은 0.0934에 이른다. 행성들이 타원궤도를 돌고 있다는 사실은 17세기의 대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가 처음으로 발견했는데, 바로 화성 관측 자료를 통해 이를 알아내게 되었다.

8월10일: 견우와 직녀

올해 8월10일은 칠석(음력 7월7일)이다.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산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헤어졌다가 까치와 까마귀가 만들어준 오작교를 건너가 1년에 딱 하루 서로를 만나는 날이다. 칠석에 내리는 비는 두 연인이 흘리는 기쁨과 슬픔의 눈물이라는 설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물론 천문학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얘기다.

동양에서 직녀성과 견우성으로 불리는 ‘베가’와 ‘알타이르’는 ‘데네브’와 함께 여름밤을 대표하는 밝은 별이다. 베가, 알타이르, 데네브를 이으면 ‘여름철 대삼각형’이 된다(〈그림 2〉 참조). 데네브가 위치한 백조자리는 십자가 모양이라 알아보기 쉬운 편이니, 백조자리를 기준으로 삼아 직녀(베가)와 견우(알타이르)까지 찾아보자.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은하수는 도시에서는 잘 보이지 않고, 시골처럼 어두운 곳에서 보더라도 뿌옇게 퍼져 있어서 은하수인 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견우와 직녀 사이에 은하수가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 알타이르(견우성)는 은하수 안에 있다. “알타이르 주위로 뿌연 구름이 보인다면 은하수라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이강환 박사는 설명했다.

알타이르의 위치로 보면 견우가 물에 빠져 있는 꼴이다. 이 때문에 고천문학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그보다 아래에 있는 ‘다비흐’라는 별이 실제 견우성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비흐는 어두운 별이라 맨눈으로 찾기 어렵지만 밤하늘이 칠흑처럼 깜깜했던 과거에는 아마도 지금보다 밝게 빛나는 별로 보였을 것이다.

8월12일: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

해마다 8월에 찾아오는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는 ‘사분의자리 유성우(1월)’ ‘쌍둥이자리 유성우(12월)’와 함께 3대 유성우로 불린다. 유성(流星)은 별똥별을 뜻하는데 그 시기에 집중적으로 많은 별똥별이 비처럼 떨어지는 것이다.

2024년에는 특히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를 관측하기 좋다. 올해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 극대기는 한국 시각 기준 8월12일 밤 11시30분이다. 달은 밤하늘에서 워낙 밝은 천체라 다른 천체의 관측을 방해하는데, 이날은 달도 밤 11시6분에 지기 때문에 관측 조건이 매우 우수하다. 이강환 박사는 올해 “놓쳐서는 안 되는 천문 현상”이라고 말했다. “유성우를 보기에 최고의 환경이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유성우 극대기가 한국 시각으로 낮일 수도 있고, 밤이라도 달이 밝으면 소용이 없다. 날씨가 맑다면 이날 밤에는 무조건 하늘을 봐야 한다.” 8월12일 밤부터 8월13일 새벽까지 관측 최적기가 이어진다.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는 지구가 ‘스위프트-터틀 혜성’이 남기고 간 먼지 부스러기들을 통과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스위프트-터틀(109P/Swift-Tuttle) 혜성’은 133년 주기로 태양 근처를 찾아온다. 가장 최근에 지구 가까이에 온 때는 1992년이었다. 혜성은 정해진 궤도를 지나가며 그 길 위에 암석과 먼지 같은 부스러기들을 흩뿌려 놓는다. 태양 주위를 돌던 지구가 혜성 궤도와 교차하는 구간을 통과할 때 이 부스러기들이 지구 중력에 이끌려 대기권으로 들어온다(〈그림 3〉 참조). 부스러기들이 지구 대기와 충돌하며 불타는 모습으로 떨어지는 것이 별똥별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는 사실 ‘페르세우스자리’와는 관련이 없다. 유성우가 떨어지는 방향이 페르세우스자리에서 방사되어 나오는 듯 보여서 그런 이름이 붙었을 뿐이다. 8월12일의 별똥별 쇼를 보기 위해 페르세우스자리를 쳐다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누워서 하늘 전체를 보는 게 제일 좋다”라는 것이 천문학자가 주는 관측 팁이다.

10월17일: 슈퍼문

올해 가장 큰 보름달은 10월17일에 뜬다. 달과 지구의 평균거리는 약 38만4400㎞이지만 달이 지구를 타원형으로 돌고 있어 가장 멀 때(원지점)는 약 40만6000㎞까지 떨어진다. 10월17일에는 달과 지구의 거리가 35만7200㎞로 평균보다 2만7200㎞가 더 가까워지는 데다 때마침 보름이 겹쳐 ‘슈퍼문’을 볼 수 있다. 슈퍼문은, 달이 원지점에 있을 때 뜨는 보름달인 ‘미니문’보다 약 14% 더 크고 30% 더 밝게 보인다.

12월8일: 가장 밝게 빛나는 목성

목성은 밤하늘에서 달과 금성 다음으로 밝은 천체다. 지구와 거리가 가까운 화성보다도 목성이 대체로 더 잘 보인다. 크기가 큰 데다 기체 행성이라 반사율이 높아서 그렇다. 올해 12월8일 부근에는 목성이 더욱 밝게 빛난다. 이날 목성은 ‘충’의 위치에 오게 된다. 어떤 행성이 태양-지구-행성의 순서로 놓일 때를 충(衝)이라고 한다(〈그림 4〉 참조). 지구와 행성 사이의 거리가 가장 짧아지기 때문에 행성은 충일 때 가장 밝게 보이며 관측하기도 좋다. 목성의 충은 399일 주기로 찾아온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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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8일 뜨는 목성은 겉보기 밝기가 -2.8 등급에 이를 정도로 밝다. 이강환 박사는 “눈으로 볼 때 놀랄 만큼 밝을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 밝아서 목성을 보고도 목성을 본 줄 모른 채 인공위성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인공위성은 그다지 밝지 않다”라고 이강환 박사는 설명했다. 게다가 육안으로 보일 만한 저궤도 위성들은 아주 빠른 속도로 지구를 돌고 있어서 잠깐 하늘을 보고 있는 사이에도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2024년 연말 눈부신 천체가 밤하늘 높은 곳에서 빛나고 있다면, 목성이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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