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열린 전국언론노조의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 ⓒ시사IN 이명익
지난해 12월2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열린 전국언론노조의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 ⓒ시사IN 이명익

“부끄럽지 않게 일하고 싶다.” 며칠 전 만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직원의 말이다. 지금 방심위는 위기다. 지난해 12월25일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이 제기됐다. 이른바 ‘가짜뉴스 센터’를 만들어 가짜뉴스 심사에 나선 그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인용 보도에 대한 민원을 ‘사주’했다는 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접수됐다.

그 뒤로는 잘 알려진 대로다. ‘민원 사주’ 의혹을 다루려던 전체 회의는 여권 추천 심의위원들의 불참으로 번번이 파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류희림 위원장의 회의 진행을 거부하고 사퇴를 촉구한 야권 추천위원 두 명의 해임 건의안을 재가했다. 옥시찬 전 위원은 류 위원장을 향해 욕을 했고, 김유진 전 위원은 회의 안건을 유출했다는 게 주요 해촉 사유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류희림 위원장은 민원인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됐다며 내부감사 착수, 수사기관 고발 등 ‘내부자 색출’에 나섰다. 질문의 방향은 정말 류희림 위원장이 민원을 사주했는지, 사실이라면 왜 그랬는지가 아니라 누가 ‘민원 사주’를 제보했느냐로 바뀌었다. 경찰은 제보자를 찾기 위해 방심위 압수수색에 나섰다. 방심위 노조는 압수수색이 전례 없는 일이라고 했다.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 사주’ 건도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초기 단계다.

방심위 사무처 직원 149명은 류희림 위원장을 권익위에 신고하며 제보자와 연대했다. 방심위 평직원은 200명 정도다. 방심위 직원들이 ‘함께’ 류희림 위원장에게 맞선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가짜뉴스 센터’가 설치될 때도 “위원장이 척결하려는 ‘가짜뉴스’가 도대체 무엇이냐”라고 묻던 용기 있는 한 팀장의 목소리가 팀장급 11명 의견서로, 평직원 150여 명의 연대 서명으로 이어졌다. 누군가의 ‘부끄럽지 않게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무언가를 함께 지켜내는 일이 되고 있다.

기자명 이은기 기자 다른기사 보기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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