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팔씨름 체육관 '팀 다이너마이트'를 운영하는 김도훈 팀장. 현 국내 왼팔 통합 랭킹 1위이기도 하다. ⓒ시사IN 이명익
국내 최초 팔씨름 체육관 ‘팀 다이너마이트’를 운영하는 김도훈 팀장. 현 국내 왼팔 통합 랭킹 1위이기도 하다. ⓒ시사IN 이명익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벽면에 사진 수백 장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영하의 날씨에도 반팔을 입은 사람들이 굵은 팔뚝으로 생전 처음 보는 운동기구를 밀고 당겼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국내 최초 팔씨름 체육관, ‘팀 다이너마이트’의 풍경이다. 전국 팔씨름 체육관 10여 곳 중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규모가 큰 곳이다.

낮에는 회사원으로 일하고 저녁에 ‘육아 퇴근’까지 한 뒤에야 팔씨름 선수로서 하루를 시작하는 김도훈(37) 팀 다이너마이트 팀장은 10년째 국내 왼팔 체급 통합 랭킹 1위인 최강자다. 놀랍게도 그는 오른손잡이다. 하나에 꽂히면 끝을 보는 성격 탓에 이틀 밤을 새워 팔씨름을 하던 때 왼팔의 재능을 발견했다. “오른팔에 더 이상 힘이 안 들어가는데 옆에서 구경만 하고 싶지는 않아서 왼팔로 했거든요.” 오른팔은 2023년 8월 기준 체급 통합 랭킹 5위다. 그의 양팔 둘레는 각각 52㎝다. 보통 성인 남성의 평균 허벅지 둘레다.

어릴 때부터 비보잉을 하다 격투기 선수를 하기도 했다. 부상으로 꿈을 접고 방황하던 때에 팔씨름을 알게 됐다. 힘깨나 쓴다고 생각했는데 체중 60㎏대인 사람에게 팔씨름을 졌다. ‘왜 졌지?’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팔씨름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인천에서 지하 단칸방을 얻어 팔씨름만 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지금의 위치로 옮기고 정식으로 체육관 문을 연 건 2015년 2월이다.

체육관은 365일 24시간 문이 열려 있다. 사람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와서 짬짬이 운동을 하고 간다. 중학생부터 7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120명 정도가 팀원으로 등록돼 있지만 성인 월 2만원·학생 3만원이라는, 체육관 오픈 당시와 여전히 똑같은 회비 덕분에(?) 아직 전업 선수는 꿈꿀 수 없다. 그저 팔씨름 하나가 좋아서 모인 사람들에게 회비를 올려 받기가 어렵다고 했다.

팔씨름에서 쓰는 힘은 일반 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렵다. 힘을 쓰는 방식이 달라서다. “다른 운동을 오래 하신 분들도 오셔서 깜짝 놀라거든요. 저희는 손가락 마디 하나에서부터 시작하니까요. 마디 하나라도 힘이 빠지면 거기서부터 점점 손이 열려 힘을 못 쓰는 거죠.” 그 역시 평일에 6시간, 주말에는 8시간 동안 팔을 갈고 닦는다. 강하지만 섬세한 힘의 조절이 팔씨름의 묘미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팔씨름을 그저 단순한 오락거리 혹은 힘자랑으로 생각한다. “솔직히 팔씨름은 힘이 가장 중요해요. 그런데 힘을 노력으로 극복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하루 4시간씩 꼬박꼬박 운동하는 아버지를 롤모델로 삼은 김도훈 팀장은 꾸준한 성실함의 힘을 믿는다. 그런 겸허한 ‘힘’을 지닌 멋진 사람들이 하는 스포츠라는 걸 널리 알리고 싶다. 그가 ‘팔씨름계’를 떠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다.

기자명 나경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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