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일 ‘2024 증시 개장식’에서 축사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1월2일 ‘2024 증시 개장식’에서 축사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보통 근로소득자는 유리지갑이라고 불린다. 상대적으로 자영업자는 탈세의 원흉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옛날 얘기다. 신용카드 사용률이 높고 판매 시점부터 매출 정보 관리가 이루어지는 시스템(POS) 등이 보편화되면서 상당 부분 자영업자 지갑도 투명해졌다. 4000만원 정도의 순이익이 생기면 300만원가량 세금을 낸다.

세금 내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래도 조세의 제1원칙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이다. 한국의 소득세율은 글로벌 스탠더드 기준으로 보아도 과도하지 않다.

그렇다면 주식 등 투자 차익이 4000만원 생기면 세금을 얼마나 낼까? 놀랍게도 세금이 없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은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소득에만 적용된다. 주식투자 등 자본소득에는 세금이 없고, 노동소득에만 세금을 내는 독특한 조세 구조를 지녔다. OECD 국가 중에서는 이례적이다. 즉, 글로벌 스탠더드에는 맞지 않는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1월2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한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금투세를 폐지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한다고 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투자수익이 5000만원 넘으면 소득세를 내는 제도다. 금투세가 시행되어도 여전히 5000만원 이하 자본소득자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2020년 여야 합의를 통해 금투세 조항을 담은 소득세법은 이미 통과가 되었다. 원래는 2023년 시행하기로 했지만, 2025년도에 시행하기로 유예되었다.

언론의 분위기는 대체로 금투세 폐지가 조세 원리에 맞지 않지만 증시에는 호재라는 식이다. 대통령이 언급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비판 기사는 많다. 예를 들어 〈중앙일보〉는 ‘금투세 폐지는 과연 글로벌 스탠더드인가’ 사설을 통해 오히려 금융소득에도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금융세제 선진화이며 이를 폐지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멀어지는 길임을 잘 지적했다.

금투세가 ‘개미 학살’ 세제?

다만 〈조선일보〉 등은 세수 감소 효과를 지적하면서도 증시에는 부양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기사를 썼다. 특히 〈서울신문〉은 ‘개미 학살 비판받는 금투세 폐지되나…’라며 금투세를 ‘개미(소규모 개인투자자)를 학살하는’ 세제로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예측 가능성이 저해되는 것이다. 많은 개미투자자들은 알고 있다. 호재가 생긴다고 꼭 오르는 것도 아니고 악재가 생긴다고 꼭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악재가 생겨도 불확실성이 해소되었다는 이유로 주식이 오르는 경험은 많이 있다.

대통령의 금투세 폐지 발언은 예측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측면에서 증시 부양효과도 의심스럽다. 기획재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도 금투세 폐지는 담겨 있지 않다.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을 기재부도 폐지할 마음이 없는데, 대통령 혼자 폐지한다는 시장의 혼란이 증시에 도움이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기자명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