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건다는 건 때로 ‘욕먹을’ 각오를 하는 일이다. 타인의 불행은 공동체의 불행이기도 하여, 기자는 그 상황을 기꺼이 감내한다. 주하은 기자가 빚을 감당하지 못해 채무조정을 신청한 채무자들을 만났다.

서울회생법원 앞에서 ‘뻗치기’ 했다고.

데이터와 전문가 의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람 이야기가 중요할 듯해서 뻗치기를 했다. 두 번째 회생을 도전한다는 65세 여성이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 회생 절차를 진행하던 중에, 이사를 가는 바람에 수중에 현금이 부족해져서 변제를 밀리게 됐단다. 개인회생을 신청하고 변제에 들어간 분들은 최소 생계비 이상의 소득을 전부 변제에 사용하기 때문에 작은 경제적 변화로 실패하기도 한다. 다시 뵙긴 어렵겠지만 그분을 포함해 스쳐 지나간 분들 모두 회생 절차를 끝까지 성공하길 바랄 뿐이다.

채무자 폭증이 2023년 한 해만으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부가 대책 마련 가능할까?

신용회복위원회, 법원을 통한 채무조정이 우리 사회가 갖춰놓은 대책이다. 정부도 자영업자 채무의 심각성을 알기에 2022년 10월 새출발기금이라는 특별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새출발기금 예산이 올해 금융위원회 요청안의 절반 수준으로 삭감됐다는 소식은 걱정스럽다. 도덕적 해이 우려 때문에 정부가 채무조정을 권고하기는 어렵지만, 지급불능자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더 넓혀야 하지 않나 싶다.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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