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수준의 제주도 사투리를 각오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혹시 서울 출신이 제주도로 내려간 걸까. “무슨 말씀을. 저 제주도 토박이예요. 여기 사람들 다 서울말도 편하게 써요.” 미디어가 주입한 편견에 사로잡혔다는 걸 여지없이 들켜버리며, 백승희 독자(31)와의 수다 시작.

최근 제주도에서는 김태환 제주지사 주민소환이 저조한 투표율로 불발됐다. “반대 여론은 높았는데, 주민소환 투표는 소환에 찬성하는 사람들만 투표장에 가는 거니까 부담을 많이 느꼈죠.” 투표가 곧 공개적 찬성 선언이었다는 얘기다. 비밀투표 원칙 위반. 명색이 정치부 기자인 나보다 훨씬 정확히, 포인트만 딱 짚는다. 또 한 번 깨갱.

열혈 독자 백씨는 정작 최근호는 사흘째 포장도 뜯지 못했다. 이유가 있다. 감염내과 전문의인 백씨는 신종플루 때문에 업무량이 갑자기 두 배 넘게 늘었다. “불안한 부모 마음은 알겠지만 요즘 분위기는 과하죠. 11~12월이 피크가 될 것 같은데, 그때도 이런 분위기라면 플루가 문제가 아니라 의료 시스템 전체에 과부하가 걸립니다. 진료가 연쇄적으로 부실해지는 상황이 와요.”

백씨는 MBC 〈PD수첩〉을 보고 ‘〈시사저널〉 파업 사태’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도울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고는 잊고 살던 〈시사IN〉을 다시 떠올리게 해준 ‘은인’이 다름아닌 이명박 대통령. “저는 진짜 정치에 관심 없었어요. 의대생은 사실 대학 졸업할 때쯤이면 사회에 대해서는 멍텅구리가 되거든요. 그런데 대통령 하는 거 보고, 아 이래선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백씨처럼 대통령이 점지해준 〈시사IN〉 독자분, 사실 좀 된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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