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에서 난자를 채취한 뒤 동결해 보관하는 시술은 1990년대 말부터 시행돼왔다. 항암·방사선 치료 등 가임력에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치료를 앞둔 여성들이 미래 임신과 출산에 대비하는 의료적 목적이 강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당장 아이를 낳을 계획은 없지만 “보험처럼” 상대적으로 젊은 난자를 얼려두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의학적 목적의 시술과 구분해 ‘사회적’ ‘비의료적’ ‘선택적’ 난자 동결로 불린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비의료적’ 가임력 보존 시술을 받는 여성은 2016년 231명이었으나 2018년에는 677명으로 불과 2년 사이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그림 1〉 참조). 국내 난자 동결을 선도하고 있는 차병원그룹은 산하 5개 난임센터에서 이루어진 시술 건수가 2019년 599건에서 2022년 1131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냉동 난자가 보관된 영하 196℃의 질소 탱크.ⓒ연합뉴스
냉동 난자가 보관된 영하 196℃의 질소 탱크.ⓒ연합뉴스

서울시는 2023년 9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난자 동결 시술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20~49세의 서울시 거주 여성에게 1인당 최대 200만원을 보조하는 시범 사업으로 총 300명 신청을 받는다. 대중매체를 통해 난자를 얼렸다고 밝히는 연예인이 늘어나고, 블로그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시술 경험이 활발하게 공유되면서 대중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2014년 페이스북과 애플이 여성 직원들의 난자 냉동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임신·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저출생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난자 동결 시술은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사례처럼 정책적으로도 이를 뒷받침하는 추세다.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연예인들은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난자를 얼려라’는 조언을 꼭 덧붙인다. 사회문화적 시류에 발맞추어 대형 여성병원들이 관련 센터를 개설하며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바야흐로 여성들에게 난자 냉동을 권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 중인 것이다. 난자 동결은 정말로 미래의 출산을 보장할 든든하고 안전한 ‘보험’이 될 수 있을까. 전문가 인터뷰와 취재를 통해 알아봤다.

Q. 난자를 얼려두는 이유는?

여성의 생식능력은 나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여성은 출생 시 난자를 대략 100만~200만개 가지고 태어나며 그 수가 점점 줄어들어 50세 전후로 완경에 이르게 된다(〈그림 2〉 참조). 나이가 들수록 난자의 수뿐만 아니라 난소 기능과 난자의 질도 떨어진다.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장은 “20세 여성은 20살만큼 나이 든 난자, 40세 여성은 40살 나이가 든 난자를 가졌다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평균적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까지 높게 유지되던 여성의 가임력은 30세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30대 중반에 도달하면 더 빠르게 줄어든다. 미국 산부인과의사협회(ACOG)는 20대와 30대 초반의 건강한 커플이라면 생리주기마다 임신 가능성이 25%이지만 40세가 되면 10%로 줄어들고, 45세가 되면 자연임신 가능성이 거의 없어진다고 설명한다(난임 원인의 약 40%는 남성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수록 정자의 질이 떨어지고 염색체 이상의 위험성이 증가하지만 여성과 비교하면 남성의 생식능력은 연령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최안나 센터장은 “성인들이 이런 사실을 생각보다 잘 모른다”라고 말했다. “40대 출산이 언론에 자주 비쳐지고, 의학의 발전으로 수명도 연장되었으니 가능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30대 후반 넘어서도 어렵지 않게 임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것(여성의 가임력)이 늘어날 수 있다고 기대하는 사람은 불로장생을 할 수 있다고 꿈꾸는 것과 비슷하다.”

임신부가 만 35세 이상이라면 의학적으로 고위험군이 된다. 임신성 고혈압, 임신성 당뇨 등 합병증 위험이 커지고, 유산 가능성도 높아진다. 다운증후군 아기를 낳을 확률은 20세 1667명 중 한 명, 30세 952명 중 한 명이지만 35세에는 378명 중 한 명, 40세에는 106명 중 한 명으로 증가한다.

난자 동결은 상대적으로 젊고 건강한 난자를 채취해 가임력을 보존한다는 아이디어다. 자궁도 나이에 따라 기능이 떨어지긴 하지만 40대까지도 가임력이 비교적 잘 유지되기 때문에 임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난자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기혼이거나 파트너가 있지만 당장 아이를 낳을 계획은 없다면 난자를 채취한 뒤 정자와 수정을 시켜서 배아를 동결할 수 있다(배아 동결). 그렇지 않은 경우 난자만 얼리는 선택지가 열려 있는 것이다.

Q. 난자 동결 시술 과정은?

월경을 하는 여성의 난소에서는 후보 난자(난포) 몇 개가 성숙된다. 생리 시에 그 가운데 하나의 난자만 배란되고 그 난자가 정자와 만나면 수정이 이루어진다. 난자 동결이나 시험관 시술을 위해서는 난소에 있는 난자를 채취해야 한다. 이때 자연 성숙하는 난자 하나만이 아니라 여러 개를 채취하기 위해서 호르몬제인 과배란 유도 주사를 맞는다.

시술을 받는 여성은 생리 시작 3일째 날부터 8~10일 동안 과배란 유도 주사를 매일 맞아야 한다. 주사는 복부에 직접 놓는다. 그사이 2~3일 간격으로 병원에 가서 자라고 있는 난포 크기들을 확인한다. 대략 12일째 되는 날 난자를 채취한다. 채취할 수 있는 난자 개수는 연령에 따라, 또 개인마다 크게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7~14개 정도라고 얘기된다.

난자 채취는 수면마취를 한 상태에서 시행되며 시술 시간은 10~15분가량 소요된다. 환자가 내진대에 누우면 질 초음파를 통해 난자를 찾고, 주변의 장기들을 피해 안전하게 난자를 채취할 만한 위치를 선정한다. 그 뒤 20~30㎝ 길이의 바늘을 넣어서 난소에 있는 난자들을 뽑아낸다. 채취된 난자는 병원의 배아연구실에서 급속 냉동을 거쳐 영하 196℃ 질소 탱크에 보관된다(〈그림 3〉 참조). 냉동 배아는 보관 기한이 5년으로 정해져 있지만 냉동 난자는 현재 규정이 따로 없다.

이미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있는 시험관 시술에서도 동일한 방법을 거치기 때문에 난자 채취 과정은 검증된 시술이라고 할 수 있다. 병원에서도 난자를 채취하는 당일만 제외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간단한 시술이라고 안내한다. 수면마취를 하고 난자를 채취하기 때문에 통증도 크게 염려할 부분은 아니라고 임상 의사들은 설명한다.

그러나 실제 시술을 받은 여성들의 경험은 조금 다르다. 배에 복수가 차고, 한동안 컨디션이 저하되며, 통증으로 고생했다는 후기가 적지 않다. 병원에서 난자 동결 시술을 하고 있는 한 산부인과 의사는 “과배란 주사를 맞고 난포를 키울 때 일시적으로 평상시보다 호르몬이 더 올라갔다 내려가기 때문에 붓거나 피곤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증상이 전혀 없는 사람도 있고 환자들마다 상당히 다른데, 채취를 한 뒤에 다음 생리를 하면 대개는 괜찮아진다”라고 설명했다.

캐나다 의학협회저널(CMAJ)에 실린 ‘사회적 난자 냉동: 위험, 이점 및 기타 고려사항’에 따르면, 난자 동결 시술로 나타나는 대표적 부작용은 난소를 자극해 생기는 ‘난소과자극증후군’이다. “피로, 메스꺼움, 두통, 복통, 유방 압통 등을 겪을 수 있으나 이러한 부작용은 일반적으로 조절이 잘된다. 환자의 0.1~2%는 혈전, 호흡곤란, 복통, 탈수 및 구토 등 심각한 증상으로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연구진은 “난소 자극이 유방암, 자궁암 및 기타 암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관련 보고는 제한적이거나 서로 상충된다”라고 덧붙였다.

난자 동결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시술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정한 수가가 없기 때문에 병원마다 액수가 다르지만 대략 400만~500만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여기에는 과배란 유도 주사제, 초음파 검사비, 난자 채취료, 동결 보관료 등이 포함된다. 채취된 난자 수, 보관 기간 등에 따라 비용은 달라진다. 병원 홈페이지에서 ‘비급여 수가 안내’를 통해 처치별로 가격을 공지하는 곳도 있다.

Q. 임신 가능성 얼마나 높아지나?

난자를 ‘동결할 때의 연령’이 ‘사용할 때의 연령’보다 임신 가능성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30대 초반 여성은 난자 20개를 동결하면 임신 성공률을 70~80% 정도로 보지만 40세 이상에서는 40~50개가 필요하다. 난자의 질이 그만큼 저하되기 때문이다. 연령이 높아지면 한 번에 채취할 수 있는 난자 수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비용 대비 효용 면에서 난자 동결 시술이 권유되는 만 34~37세 여성의 경우는 어떨까? 난자 동결이 미래의 출산을 보장할 수 있을까? 기자는 만 35세 여성이다. 서울 시내의 한 산부인과에서 관련 상담을 받아보았다. 결론적으로, 얼린 난자를 모두 임신 시도에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산부인과 전문의의 설명에 따르면, 냉동 난자를 해동한 후 난자 생존율은 80~90% 정도다. 이후 시험관 시술과 동일한 과정을 밟게 되는데 체외수정에서 수정이 되는 비율은 70~80%이고, 수정란 가운데 배아로 발달하는 건 다시 40~50%로 줄어든다.

“20개를 동결하면 최종적으로 자궁 이식을 시도해볼 수 있는 배아는 4~5개가량 된다. 한 번에 보통 두 개 정도를 이식하는데 35세 여성의 경우 임신율이 절반 정도 된다. 따라서 냉동 난자 20개면 배아 4~5개로 2회 정도 이식을 시도해볼 수 있으므로 그 안에 임신될 가능성이 70%라고 일반적으로 설명을 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동결했던 난자를 녹여서 ‘사용했을 때’의 얘기다. 국내에 체계적인 집계는 없지만 얼려뒀던 난자를 해동해 임신 시도에 실제 사용하는 비율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기자와 상담을 했던 전문의는 몇 년 사이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단서를 단 뒤 “병원의 자체 데이터를 말씀드리면 지금까지는 10~20% 정도로 비율이 높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영국 보건부 산하 인간수정배아관리국(HFEA)의 통계에 따르면, 동결한 난자를 해동해서 출산까지 이어진 출생률은 2016년 19%였다. 이는 시험관 아기 시술(IVF)의 출생률 21%보다 낮지만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HFEA는 보고했다. 다만 이는 해동해서 실제 사용한 난자를 기준으로 따진 비율로, 동결 보관해둔 난자 전체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임신으로 이어진 비율이 2%, 출산까지 한 확률은 0.7%로 집계되었다.

2022년 미국 의료진이 보고한 수치는 HFEA의 통계보다 높다. 뉴욕 대학병원 난임센터에서 15년간 추적 관찰한 데이터에 따르면, 동결 난자를 사용했을 시 출생률은 39%였다. 난자를 냉동할 당시 여성의 나이가 38세 미만이었다면 출생률은 51%로 높아졌다. 난자를 냉동하는 평균연령은 38.3세, 사용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4년이었다. 이 연구를 보도한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미국 생식의학회의 회장인 마르셀 시더스 교수는 “많은 여성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임신율이 좋지 않다. 나는 환자들에게 항상 ‘냉동고에는 아기가 없어요. 임신할 가능성이 있을 뿐이에요’라고 얘기해준다”라고 말했다.

Q. 될 수 있으면 빨리 얼려라?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되도록 이른 나이에 난자를 얼려야 한다고 홍보하는 문구를 병원 홈페이지 등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일산 차병원의 김의혁 교수는 “난자가 좀 더 건강할 때인 만 35세 이전에 채취하는 것이 좋기는 하겠지만, 예를 들어 항암치료 등이 예정돼 있지 않은데 28세 여성에게 난자 동결을 권유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기자는 첫 번째 상담 이후 일주일 뒤에 다시 산부인과를 찾았다. 일명 ‘난소 나이 검사’라 불리는 AMH 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검사라 약 11만원이 들었다. 검사 결과, 난소 기능은 정상으로, 호르몬 수치로 살펴본 난소 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다소 젊게 나왔다. 상담을 했던 산부인과 전문의의 소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았다.

“2~3년 내로 임신 계획이 있다면 난자 동결을 꼭 권하지는 않는다. 난소 기능이 충분하고 자연임신이 되지 않더라도 38세까지는 시험관 시술을 했을 때 대부분 결과가 좋다. 그러나 만약 마흔 이후로 임신을 내다본다면 지금 보관해둔 난자가 큰 의미가 될 것이다.”

서울 시내 한 병원의 신생아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병원의 신생아실. ⓒ연합뉴스

Q. 그래서 얼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여력이 된다면 난자 동결을 해두는 게 좋다는 인식과 분위기가 점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해외 전문가 단체들은 사회적 난자 동결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한다.

2013년 미국 생식의학회(ASRM)는 건강한 여성의 생식 노화를 막기 위한 목적의 난자 동결을 권장할 만한 충분한 자료가 없다고 가이드라인을 냈지만 5년 뒤인 2018년에는 ‘사회적 난자 동결’에 대해 좀 더 전향적으로 태도가 바뀐 두 번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난자 동결은 상대적으로 신기술이고 효과와 적절한 사용에 관해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나 생식상의 자율성에 맡겨둘 수 있는 영역이라는 태도를 취했다.

캐나다의 전문가 그룹은 ‘사회적 난자 냉동: 위험, 이점 및 기타 고려사항’ 페이퍼에서 의사들이 잠재적인 이익과 위험, 재정적 비용에 대한 논의를 넘어 사회적 영향을 다루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 등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젊은 여성들에게 난자를 냉동하라는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이는 여성이 엄마가 되도록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더 넓은 사회적 맥락에서 발생한다.”

2020년 한국의료윤리학회지에 실린 ‘난자의 비의료적 보관 증가에 따른 법적·윤리적 쟁점과 관리 방안 연구’에서는 ‘인위적 지연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지적했다. 난자 동결이 미래의 임신 가능성을 완전히 보장하지 못하는데 마치 그런 것처럼 인식되며 임신 연령을 늦춰서 난임을 유도하거나 유발하고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난자를 얼려야 할까, 말아야 할까? 미국 생식의학회는 시술을 원하는 여성에게 의료진이 난자 동결의 효과와 안전성, 이익과 위험, 장기간 건강에 끼칠 영향의 불확실함을 적절하게 설명한 뒤 동의를 받아야 하며, 냉동-해동 난자의 임신 성공률 등 해당 병원의 통계를 공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난자 동결을 고려 중이라면 이 정보들을 충분히 알아봤는지부터 따져볼 일이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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