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빈대가 그야말로 바글바글하다. 손톱에 붙어 있는 빈대. 매트리스를 기어오르는 빈대. 빈대에 물려서 얼룩덜룩해진 사람의 다리… 섬네일을 보기만 해도 벌써 온몸이 간지럽다. 방역 현장에 찾아간 한 유튜버는 빈대가 환기구를 타고 천장으로 넘어온 흔적을 섬네일로 달았다. 며칠 만에 조회수가 50만이다. 어떤 빈대 퇴치법은 조회수 200만에 육박한다. 요즘 빈대는 사람 피 이상으로 조회수를 빨아먹는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일 듯한데 왠지 또 클릭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관련 정보란 정보는 다 알아둬야 할 것 같다. 안 그러면 내 침대에도 빈대가 기어오를 것만 같다.
살충제도 소용없다는 곤충의 습격에 ‘충격’ ‘실황’ ‘경악’과 같은 단어가 ‘전국이 뚫렸다’는 문장과 함께 몇 주째 퍼 날라진다. 대상이 사람도 아니겠다, 더욱 거리낌 없다. ‘박멸’ ‘퇴치’ 같은 단어에는 묘한 쾌감마저 녹아 있는 것 같다. 빈대와 대중교통 의자 이미지가 짝을 이루기도 한다. 클릭해서 들어가 보면 ‘지하철·KTX도 뚫렸다거나 택배를 통해 빈대가 집 안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얘기는 전부 괴담’이란 내용이다. 하지만 제목과 섬네일에는 내용이 암시되지 않는다. 섬네일의 사후 연상 능력은 출중하다. 나는 이제 지하철을 탈 때 빈대를 최소 한 번 이상 떠올리게 될 것이다.
한국보다 먼저 빈대로 난리가 난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국가적 정신병’이라 명명했다. 프랑스 교통장관은 ‘대중교통에서 빈대는 없었다’며, ‘정신병이나 불안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기생충 망상증’은 실제 존재하는 병이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집이나 주변 환경에 해충이 침입했다고 믿고, 가렵고 무언가 기어다니는 느낌을 실제로 느낀다. 〈뉴욕타임스〉는 ‘해충의 문제는 파리지앵의 침대가 아닌 그들의 머릿속에 있을지 모른다(The Problem With Pests May Be in Parisian Heads, Not Their Beds)’란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파리에서 해충의 수가 소폭 증가했을 수 있지만 국민적 불안감의 폭발은 해충의 증가를 훨씬 능가한다고 말한다. 빈대는 사람들의 취약한 정신 상태를 먹고 산다’고 분석했다.
빈대가 바글거리는 세상에서 언론이 해야 할 일
한국도 점점 비슷한 상황이 되어간다. 박멸됐던 빈대가 갑자기 한국에 나타났다고들 하지만, 방역 전문가들의 인터뷰 내용은 다르다. 빈대는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는 원래 비교적 흔했다. 나 역시 대학 시절 배낭여행 가서 저렴한 다인실 도미토리를 쓸 때 베드버그를 피하기 위해 굳이 내 침낭을 펴서 쏙 들어가 잤다. 외국인 관광객, 노동자, 해외여행을 다녀온 내국인 등이 이러한 숙소에서 옮긴 빈대를 캐리어에 붙여 오는 일이 많았고, 쉬쉬했을 뿐 빈대 신고는 꾸준했단다. 그러다 최근 2~3년 동안 신고 건수가 늘어난 까닭은, 빈대의 살충제 적응, 여행객 증가 때문으로 추측된다. 아열대 지역에서 사는 빈대가 한국에 나타난 것으로 보아 기후변화가 한몫했다는 의견도 많다.
빈대는 누군가를 죽게 할 만큼 전염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다만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준다. 우리는 이 특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빈대를 퇴치하는 일 이상으로 실제보다 과도하게 커지는 불안을 잠재우는 데에 신경 써야 한다. 빈대가 바글거리는 세상에서 언론이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것이다. 안타깝게도 아직은 그 일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어떤 뉴스는 빈대가 ‘개발이 안 된 나라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때문’이라는 인터뷰 멘트를 여과 없이 실어 나르기도 한다.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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