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단관 극장(스크린을 하나만 갖춘 극장) 중 하나인 동광극장 입구에 들어서자, 팝콘 냄새 대신 출입 감지 벨 소리가 울렸다. 상영관으로 통하는 극장 내부는 옛 사진들과 필름 영사기, 피규어 등으로 가득했다. 11월4일 토요일 오후, 고재서 대표(68)가 이날 동광극장을 찾은 두 번째 관객의 표를 발권해주고 있었다.
1959년 당시 번화가였던 경기도 동두천시 동광로에 문을 연 동광극장은 64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 대표는 1986년 동광극장을 인수했다. 호황기에는 ‘화공(영화 간판 화가)’과 영사기사 등 직원이 10명에 달했다. 그러다 점점 인근 지역으로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대형 멀티플렉스(복합 상영관)가 보편화되면서 운영이 어려워졌다. “다들 여기 와서 사진만 찍고 가요. ‘경기 노포’로 선정됐지만 달라지는건 없어요.” 고 대표가 말했다. 시간이 갈수록 283석 규모의 상영관도 서서히 비어갔다. 그사이 다른 지역의 단관 극장인 광주극장은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예술 전용관으로, 인천의 미림극장은 지역사회단체의 지원을 통해 실버영화관으로 재개관했다.
얼마 전 60년 된 단관 극장인 원주 아카데미극장이 시민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철거되자 동광극장을 지키려는 지역 내 움직임도 일고 있다. “저희 어머니 때부터 추억이 많은 곳이에요. 제2의 원주 아카데미극장 사태를 막아야죠.” 11월8일 저녁, 영화 〈수라〉 공동체 관람을 이끈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최희신 활동가(56)가 말했다. 이날은 관객 60여 명이 동광극장을 찾았다. 단지 오래된 극장이 아닌, 지역의 문화공간으로 동광극장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동광극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칭)’은 올해 안에 발족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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