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와 중소기업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한국은행.  ⓒ사진공동취재단
가계와 중소기업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한국은행. ⓒ사진공동취재단

가계와 중소기업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10월30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서, 국내 은행들(인터넷 전문은행 포함)의 4분기(10~12월) ‘대출태도’를 가계와 중소기업엔 ‘강화’, 대기업에 대해선 ‘중립’으로 전망했다.

대출태도의 ‘강화’란, 금융기관들이 대체로 ‘돈을 빌려주기를 꺼린다’는 의미다. ‘완화’는 ‘돈을 잘 빌려주는 편’, ‘중립’은 ‘이전 시기와 비교할 때 큰 변화가 없다’로 보면 된다. 한국은행이 금융기관들(총 204개)의 대출 총괄 담당자들을 조사해서 –100에서 100 사이의 수치로 ‘대출태도지수’를 산출하는데, 이 지수가 양의 값(+)이면, ‘완화’라고 응답한 금융기관의 수가 ‘강화’란 응답보다 많다는 뜻이다. 지수가 음의 값(-)이라면, 그 반대의 경우다. 중립은 ‘강화’와 ‘완화’ 응답의 수가 대체로 같다고 볼 수 있다.

출처 한국은행
출처 한국은행

주택대출 태도지수, 한 분기 사이 11에서 -11로

이 조사에 따르면, 가계에 대한 국내 은행들의 4분기 대출태도지수는 –6(강화)으로 나타났다. 가계에 돈을 빌려줄 의향이 높은(완화) 은행의 수가 그렇지 않은 은행(강화)보다 적다는 의미다. 가계 입장에선 ‘올해 4분기엔 돈을 빌리기가 더 쉽지 않게 된다’고 예측할 수 있다. 특히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대출의 대출태도지수는 –11로 가계대출의 그것(-6)보다 낮다. 주택대출을 받기가 다른 종류의 가계대출보다 한층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이는 지난 9월 정부가 발표한 ‘장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관리 방안’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방안은 주택담보대출의 DSR(총부채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을 강화하는 한편 특례보금자리론(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정책금융)의 혜택 범위도 크게 줄였다.

지난 3분기엔 주택대출에 대한 국내 은행들의 대출태도지수는 양의 값인 11이었다. 한 분기 동안 –11로 크게 떨어진 것이다. 은행들이 불과 한 분기 사이에 주택시장 전망과 이에 따른 주택담보대출금 미상환 리스크를 비관적으로 전환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국내 은행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도 ‘강화’인 –6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 조치(만기연장, 상환유예 등)가 지난달 말부터 단계적으로 종료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은행들로서는 이 조치의 종료로 중기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지 못할 리스크가 커진 만큼 가급적 중소기업에 빌려주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대기업의 경우엔 0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의 대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는 의미다.

가계와 중소기업의 신용위험도 지속적 악화

은행들의 대출태도 변화는 4분기에 예측되는 기업들의 신용위험도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기업의 신용위험도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종별 중소기업대출 연체율(1개월 원리금 연체 기준)을 보면, 건설업이 지난 2021년 말 0.33%에서 지난 6월 말엔 0.65%로 크게 증가했다(지난해 말은 0.41%). 숙박음식업 역시 2021년 말 0.24%에서 지난 6월 말엔 0.78%로 상승했다(지난해 말엔 0.47%).

가계의 신용위험도 “대출금리 상승에 따라 (가계의) 이자 부담이 증대하면서 높아질 것”으로, 한국은행은 내다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대출 금리(잔액기준)는 지난 2021년 말 3.01%에서 2022년 말 4.66%, 지난 8월말 5.03%로 지속적 상승세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연체율 역시 같은 기간 동안 0.16%(2021년 말) → 0.24%(2022년 말) → 0.38%(지난 8월 말)로 높아져 왔다.

출처 한국은행
출처 한국은행

한편 한국은행은 비은행금융기관(상호저축은행, 상호금융조합, 신용카드사, 생명보험사)의 대출태도가 가계와 중소기업, 대기업을 가리지 않고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비은행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린 가계와 기업의 신용위험도 역시 모든 업권에서 높은 수준으로 전망되었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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