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9월15일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수사 요청 발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9월15일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수사 요청 발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집값·소득·고용 통계를 수년간 조작했다는 내용의 중간 감사 결과를 9월15일 발표했다.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22명에 대해선 통계법 위반과 직권남용·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주식회사 대한민국 회계 조작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 조작”이라고 맞선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가장 논란이 된 집값 통계부터 보자.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은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를 월 단위와 주 단위로 실시해 공표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집권 직후 첫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둔 2017년 6월, 주 1회 통계로는 정책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국토부에 추가로 자료를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부동산원은 그동안 매주 월·화요일에 조사해 화요일 국토부에 보고하고 목요일 공표하던 전주 대비 주택매매 가격지수 변동률(‘확정치’) 외에도, 미리 금요일과 월요일에 각각 잠정적으로 산출한 ‘주중치’와 ‘속보치’를 국토부와 청와대에 중간보고했다.

감사원은 이 중간보고 자체가 ‘누구든지 작성 중인 통계를 공표 전에 제공 또는 누설하거나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통계법 제27조의2를 위반했다고 본다. 특히 부동산원이 2017년 8월부터 12차례에 걸쳐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중간보고 중단을 요청했는데도 청와대와 국토부가 이를 거절해 중간보고가 4년간 지속됐다고 감사원은 주장한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 고위직 출신 인사 모임 ‘사의재’는 통계법 제27조의2 단서 조항에 따라 “관계 기관이 업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경우” 작성된 통계를 공표 전 제공할 수 있고, “경제위기, 시장 불안 등으로 관계 기관의 대응이 시급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공표 전날 낮 12시 전이라도 제공할 수 있으므로 통계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감사원은 바로 이 중간보고 과정에서 조작이 일어났다고 의심한다. 주중치보다 나중에 나온 속보치·확정치가 높으면 청와대가 그 사유를 소명하게 함으로써, 압박을 느낀 부동산원 조사원들이 속보치·확정치를 예측치인 주중치와 비슷하게 낮추거나, 아예 처음부터 주중치도 낮춰서 작성하고 보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간접적 압박뿐 아니라, 청와대가 주중치를 미리 받아본 뒤 국토부와 부동산원에 ‘속보치와 확정치를 주중치보다 더 낮추라’고 명시적으로 지시한 적도 수차례 있다고 감사원은 보도자료에 적었다. 이런 식으로 청와대와 국토부가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총 94회 이상 집값 통계를 조작했다는 게 감사원 주장이다.

그런데 주중치와 속보치는 말 그대로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값이다. 만약 아무런 통계적 근거 없이 확정치를 낮추라는 지시가 이뤄졌다면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조작’이라고 하려면, 애초의 주중치나 속보치가 ‘정답’이라는 전제가 참이어야 한다. 문제는 부동산원 조사가 '표본조사'라는 것이다. 예컨대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이라는 표본을 조사해 전체 여론을 추정할 때, 이상치 제거 등 이런저런 보정을 한다고 해서 그것을 다 조작이라고 할 수는 없다. “숫자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작이란 어떤 의미일까? 감사원은 ‘실제와 달리 시장상황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게 통계를 조작했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여기서 ‘실제’의 예로 감사원은 KB국민은행의 부동산 통계를 든다. 같은 주간 단위 표본조사인데도 민간 통계인 KB 통계는 집값을 높게 파악했고, 공공 통계인 부동산원 통계는 그렇지 않았으니 공공 쪽이 조작이라는 논리다. 표본도, 산출 방식도 다른 두 통계 결과가 차이 난다고 해서 한쪽을 조작이라 단정할 수 있을까?”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의 말이다.

주택 가격은 부르는 값인 ‘호가’로 결정되지 않는다. 집을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이 협상 끝에 합의한 ‘실거래가’로 결정된다. 부동산원은 3만2900호, KB는 6만2220호를 표본주택으로 조사하는데, 특정 주에 해당 표본주택이 반드시 거래되지는 않는다. 조사 기간에 거래가 이뤄졌다면 실거래가를 입력하면 되지만, 거래가 없는 표본주택의 경우 가격을 어떻게 입력할지가 문제가 된다. 부동산원은 매물정보, 시세정보와 부동산중개업소의 의견을 들어 조사원이 입력한다. 반면 KB는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조사한 가격을 입력하게 한다. 두 통계 모두 실거래가와 호가를 혼용하지만, KB 통계가 호가를 더 잘 반영한다.

두 통계가 따로 작성·공표되기 시작한 2012년 5월7일부터 2023년 9월11일까지 부동산원과 KB의 주간 표본조사 결과와 실거래가 추이를 보자(위 〈그림〉 참조). 2021년 6월28일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100이라고 할 때 각 시점의 상대적 집값을 나타낸 수치다. 이를 보면, 2018~2020년 실거래가가 하락하는 시기에 부동산원과 KB의 주간 통계는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 보통 호가가 실거래가보다 높아서 집값 상승기라면 KB 통계에 시세가 더 빨리 반영되긴 하지만, 부동산원 통계 역시 호가를 반영하므로 실거래가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최은영 소장은 “거래 완료 시점에 확정되는 실거래가와 실시간으로 변동되는 호가를 혼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통계 모두 적절하지 않다. 사실, 외국에서는 주간 단위로 집값을 조사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50개 주 집값은 분기(3개월)마다, 9개 지역은 월마다 공표할 뿐이다. 조사 주기가 짧아질수록 정확도는 떨어진다. 감사원이 물어야 할 질문은 ‘특정 주에 어떤 통계가 더 정확한가’가 아니라, ‘주간 단위 집값 조사가 가능한가’이다. 주간 단위 조사를 폐지하고 조사기관을 통계청으로 이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통계 조작인가, 감사 조작인가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집값뿐 아니라 소득과 고용 통계도 조작했다고 주장한다. 먼저 통계청이 2017년 2~4분기 가계동향조사를 조작했다고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2분기 가계소득이 감소하자, 이 수치를 발표하는 데 부담을 느껴서 임의로 가중치를 적용해 가계소득을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것으로 조작했다는 것이다. 통계법 제18조는 ‘새로운 통계’를 작성하려면 미리 통계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통계 작성 부서가 이런 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주장한다.

그런데 가계동향조사는 2018년부터 폐지될 예정이었다. 1963년부터 가구의 소득과 지출을 연계해 분기별로 가구소득 불평등을 파악해온 가계동항조사는, 고소득층을 조사하기 어려워 불평등이 실제보다 적게 포착된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폐지를 결정했다. 이에 2017년 표본 가구가 전년의 8700가구에서 5500가구로 줄었다. 이렇게 표본이 줄어들거나 모집단에 변화가 생기면, 이를 반영하기 위해 표본을 추가·대체·삭제하는 작업을 ‘표본 보정’이라고 한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통계청지부 주한준 위원장은, 감사원이 문제 삼는 가중치 적용이 바로 표본 보정이라고 말했다. “근거 없이 데이터 결과를 바꿨다면 조작이다. 하지만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참고해서 줄어든 표본을 일부 보정한 것은 통상적인 통계적 기법에 해당한다. 곧 없어질 통계를 왜 조작하겠나?”

박근혜 정부는 가계동향조사를 폐지하려고 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생각은 달랐다. 30년 넘게 시행된 조사이고, 분기별로 실시해 시의성이 있으며, 무엇보다 소득과 지출을 연계해 조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예산을 들여 이를 부활시켰다. 그런데 2018년 1분기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 소득이 하위 20% 소득의 몇 배인지 뜻하는 비율. 높을수록 불평등)이 6.01로 2003년 이후 최악으로 나오자, 통계청이 앞서 임의로 적용하던 가중치를 다시 빼서 5.95로 조작했다고 감사원은 주장한다. 다만 이것이 청와대 차원의 조작이라고는 감사원도 적시하지 않았다.

감사원이 문제 삼는 청와대 개입은 따로 있다. 2018년 1분기 소득분배 악화가 발표된 당일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통계청에 과거 17개 분기 응답자 8만명의 소득·지출 원자료를 요구했고, 통계청이 통계자료제공심의회 승인 없이 이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렇게 제출받은 자료를 한국노동연구원 소속 연구원에게 건네서 ‘가구’가 아닌 ‘개인’ 소득 변화를 분석해달라고 했다. 그 결과 하위 10%의 일부(5~9분위)는 임금이 전년보다 오히려 줄었지만, 나머지 계층은 임금이 증가했으며, 저임금 계층일수록 임금 증가율이 높았다. 청와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 근로소득 불평등이 개선되었다’고 보고했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최저임금의 긍정적 효과가 90%다”라고 발언했다.

감사원은 해당 분석이 최저임금 영향을 엄밀하게 따진 분석이 아닌데도 청와대가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쓴다. 나아가 이는 자료를 ‘불법’ 제공받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 ‘개인’의 분석에 불과한데도, 마치 통계청이 ‘적법’하게 제공한 자료로 국책연구‘기관’이 분석한 것처럼 “허위 해명”하도록 청와대가 통계청에 지시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자료 제출 절차상 하자를 제외하면, 집권세력이 국책연구기관 개인 연구원에게 통계분석을 의뢰하고 이를 국정 홍보에 활용하는 것은 관행에 가깝다고 국책연구기관 연구자들은 전한다. ‘자의적 해석’이란 감사원이 자료 해석의 정답을 알고 있다는 뜻인데, 이는 논쟁의 대상일 순 있어도 처벌의 대상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재해 감사원장 ⓒ시사IN 이명익
최재해 감사원장 ⓒ시사IN 이명익

“곧 없어질 통계를 왜 조작하겠나?”

감사원은 또 청와대가 2018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분배 악화가 지속되자, 2분기에는 표본 가구가 늘고 고령층 비중이 높아져 전년도와 올해 통계수치를 직접 비교할 때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넣으라고 했다고 주장한다. 황수경 당시 통계청장은 표본에 문제가 있다는 해석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통계청은 황 청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청와대의 수정 요구를 들어줬다고 감사원은 적었다. 그 직후인 2018년 8월26일 청와대가 통상 2년 안팎 재임하는 통계청장을 임명 13개월 만에 면직하면서 황 전 청장 ‘경질’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는 강신욱 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연구실장(당시 직책)을 후임 통계청장으로 임명했다. 감사원은 강 전 청장이 취임한 뒤인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기간제 노동자가 전년 동월 대비 80만명 가까이 늘었을 때, 청와대가 이를 설문 방식 변경 때문으로 몰아갔고, 강 전 청장이 이를 보도자료 참고란에 반영했다고 주장한다. 이전에는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지난주 직장에서 고용계약 기간을 정했습니까?’라는 물음에 ‘정했다’고 답해야만 기간제로 분류되었다. 그런데 국제적인 노동자 분류기준 강화로 ‘고용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고 답한 사람들에게도 ‘고용 예상 기간은 얼마입니까?’라고 묻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자신을 기간제로 새로 인식한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병행조사 효과’를 청와대가 30만~50만명으로 사실상 제시했고, 통계청은 당초 23만2000명~36만8000명 수준으로 추정했던 병행조사 효과를 면접조사도 없이 35만~50만명이라고 과장했으며, 청와대는 비정규직 증감 숫자와 그림까지 보도자료에서 삭제했다고 감사원은 주장한다.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 규모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오랜 논쟁 대상이다. 노동계 싱크탱크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매년 자체적으로 비정규직 규모를 추정하는데, 이 수치에서는 2018년 8월과 2019년 8월 사이 35만명(0.7%포인트)이 증가했을 뿐이다. 반면 통계청 수치로는 같은 기간 비정규직이 기간제 포함 87만명(3.4%포인트) 증가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전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경제학 박사)은 “한 해 만에 비정규직이 80만명 수준으로 느는 건 코로나 직후 외에는 매우 예외적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장기임시근로라는 이름으로 오래전부터 포착해온 비정규직을 통계청이 추가로 포착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늘어난 비정규직 숫자 자체를 인위적으로 줄였다면 통계 조작이지만, 이례적으로 늘어난 수치에 대해 설명하는 건 오히려 통계청의 의무 아닌가. 감사원이 조작이라는 뚜렷한 근거도 없이 면피용으로 통계청까지 검찰에 넘긴 것 같다”라고 말했다.

통계청 직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보도 참고 자료는 말 그대로 참고용일 뿐 언제든지 수정 가능하고, 기재부와 대통령실을 포함해 온갖 부처에서 연락이 오며, 통계청이 그때그때 판단해서 반영할 건 반영하고 아닌 건 무시하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번 감사원 발표는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친 최종 결과가 아닌 중간조사 결과다. 최종 결과에서 일부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될 수도 있다. 공무직 통계조사관으로 구성된 전국통계청노동조합의 이진우 위원장은 “예전 통계청장 경질 논란 때 한 3개월간 조사가 거의 불가능했다. ‘우리가 응답해봤자 통계청은 조작하더라’는 게 정말 뼈아픈 말이잖나. 당장 내가 조사하는 사람들이 등 돌리는 게 가장 두렵다. 이는 다시 표본 정확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감사와 통계는 정치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하는데, 정쟁으로 가버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어 무력하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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