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9일 해병대 채 아무개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동료들이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7월19일 해병대 채 아무개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동료들이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수변 일대 수색이 겁난다. 물이 아직 깊다” “아무 대책 없이 와서 답답하다” “너무 SC(공보)에만 치중된 활동이라 솔직히 뭐 하는지 모르겠다”. 7월18일 경북 예천 일대에서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을 지휘하던 해병대 간부 단체 대화방에서 오간 대화다. 수중 수색에 대한 우려와 혼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루 뒤 해병대 1사단 포병여단 포7대대 소속 채 아무개 상병이 예천 내성천 보문교 일대에서 수색하던 중 순직했다.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채 허리까지 입수한 상태에서 급류에 휩쓸렸고, 구조되지 못했다.

채 상병 사망사건을 조사하던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해 8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봤다. 국방부의 판단은 달랐다. 국방부는 박정훈 대령(해병대 전 수사단장)을 항명 혐의로 입건하고,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재검토했다(〈시사IN〉 제835호 ‘영장에 드러난 국방부 장관의 지시’ 기사 참조).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 결과, 혐의 대상자는 “입수를 직접 지시”한 포11대대장과 포7대대장으로 축소됐다. 임성근 사단장은 “문제가 식별됐으나 현재 기록만으로 혐의를 특정하기 제한”돼 제외됐다. 채 상병 죽음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시사IN〉은 입수한 ‘해병대 1사단 채 상병 사망원인 수사 및 사건처리 관련 보고’, 현장을 지휘한 대대장 4명의 단체 대화방(대대장 대화방), 수색 작전에 투입된 해병대 간부 10여 명이 있는 또 다른 단체 대화방(간부 대화방) 내용 등을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채 상병 사망 이틀 전인 7월17일, 부대는 오후 7~8시께 경북 예천에 도착했다. 예천으로 이동할 때까지도 현장 지휘관들은 정확한 임무를 몰랐다. 대대장 대화방에서는 “동향 좀 파악 바라…우리 임무가 뭐냐(오후 5시22분)?” “우리 2주 작전이냐? 아님 한달이냐(오후 6시56분)?” 등의 대화가 오갔다. 실종자 수색 작전에 투입된다는 걸 현장 지휘관들이 인지한 건 7월17일 저녁이 되어서였다. 구명조끼나 구명로프 등 안전 장비를 챙기지 않았던 이유다. 대대장 이하 간부들은 ‘작전 투입 전 실종자 수색 임무를 받았다면 안전 장구 등을 준비했을 텐데, 수색 임무 지시가 없었기 때문에 대민 지원에 필요한 삽, 장화 등만 준비해 출동했다’라고 해병대 수사단에 진술했다.

7월17일 오후 10시11분 간부 대화방에 '내일 한천과 석관천 물가 위주 수색'이라는 지시와 함께 '사단장 강조 사항'이 처음으로 공지됐다. “복장 통일 철저(하의 전투복 상의 적색 해병대 체육복, 정찰모/체육모 절대 안 됨) 컴뱃셔츠 안 됨. 사단장 현장 지도 시 복장 점검 예정.” 작전부대에 전파된 임성근 사단장의 강조 사항은 복장 통일 관련 내용뿐이었다. 안전대책에 대한 구체적 지시 사항은 없었다.

“무릎 아래까지 들어가 정성껏 탐색할 것”

도착한 다음 날인 7월18일부터 곧바로 실종자 수색 작전이 시작됐다. 7월18일 새벽까지만 해도 물에 들어가 수색할 계획은 없었다. 선임대대장인 포11대대장은 간부 대화방에 “장화들 지참하고 수변 끝까지만 가고 절대 물에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재강조되었다(오전 5시51분)”라고 공지했다. 채 상병 소속 부대인 포7대대장은 수색 전 현장을 정찰하면서 수변 수색이 두렵다고 했다. “수변 일대 수색이 겁납니다. 물이 아직 깊습니다(오전 6시11분).” 30분쯤 뒤 포11대대장이 공지한 사단장 지시는 또다시 복장에 관한 내용이었다. “사단장님 지시: 얼룩무늬 스카프 총원 착용, 쪼개는 얼굴 표정 안 나오게 할 것(오전 6시39분).”

당시 대대장들은 수색 전 담당 수색 지역을 정찰하며 강물 사진을 찍어 수색의 위험성을 공유하던 중이었다. 소방의 요청(소방은 수중 수색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에 따라 대대장들이 7여단장에게 수변 정찰이 가능한지 묻자, “현장에서 판단해서 위험한 구간은 도로 정찰하고 장화로 가능한 부분은 지원하라(오전 7시10분)”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리고 11분 뒤 사단장의 세 번째 지시 사항(언론 접촉 시 유의/당부 사항)이 공유된다. 포11대대장은 “유속 한번 봐라. 겁난다. 내 쪽은 노답임(오전 7시25분)”이라고 걱정하면서도 ‘작업 사진방’을 별도로 만들어 부대별로 사진을 엄선해서 올리라고 지시한다.

7월18일 오전 8시30분경 시작된 수색 작업이 마무리되던 오후 4시20분 사단장의 5가지 지시 사항이 전달됐다. “복장 착용 미흡” “4인 1개조로 책임 주고 찔러가면서 확인할 것(1열로 비효율적으로 하는 부대장이 없도록 바둑판식 수색정찰을 실시할 것)(특히 포병이 비효율적임)” “군 기본자세 유지 철저(특히 방송 차량이 올 시)”. 이날 현장에서 해병대원들을 지도했던 임성근 사단장은 포병을 지목하며 수색의 효율성을 강조했다. 이날 채 상병 소속 포7대대는 수중 수색을 진행하지 않았다.

포11대대장은 대대장들에게 이어 사단장이 화가 났다고 알린다. “사단장님 지금 7여단장 통화하면서 포병여단장이 없어 그러냐면서 포병부대 정신교육 철저히 시키라고 함(오후 4시27분)” “나 미칠 거 같음 7여단 참모 앞에서 개쪽 팔고 있음(오후 4시40분)” “지금 사단장님 전화 지시 중. 엄청 화났음(오후 4시41분)”. 간부 대화방에는 내일 사단장이 오전 8시에 현장에서 작전을 지도할 예정이라는 내용과 함께 “바둑판식으로 무릎 아래까지 들어가서 찔러보면서 정성껏 탐색할 것(오후 5시57분)”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그 전에 “계획대로 되지 않음” “전술적이지 않은 모습” “군 기본자세 강조” 등 7여단장의 지적(오후 4시21분)도 있었다.

이후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다음 날 해병대 사단장의 방문이 예정된 상황에서, 7월18일 저녁 포11대대장은 자의적으로 “7여단장으로부터 승인받은 사항이니 허리 아래까지는 물에 들어갈 수 있다”라고 전파했다. 왜 지침을 어기고 무리한 지시를 내렸을까. 7여단장과 포7대대장은 ‘포병부대 관련 지적, 7여단장의 추가적인 강조 사항 등으로 포11대대장이 포병부대 선임대대장으로 성과에 대한 부담이 있었을 것이고, 공세적으로 임무를 수행해 포병이 문제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것 같다’라고 해병대 수사단에 진술했다.

포7대대장은 중대장들에게 허리 아래까지 입수해 수색하는 방법(깊은 쪽은 간부들이 서고 그 안에서 병사들이 수색)에 대해 교육한 뒤, 입수해 수색하라고 지시했다. 추가 안전대책은 없었다. 물자를 담당하는 포7대대 군수과장이 상급 부대와 포7대대장에게 연달아 장화 착용의 위험성을 알렸지만 바뀌지 않았다. 포7대대장은 군수과장에게 “지금 상황 이해가 안 되지? 그 건의는 시작하기 전에 있어야 하는 건의였어”라고 답했다.

‘장화, 우의, 공격배낭, 정찰모, 갈퀴’뿐

사고가 발생한 7월19일 당일, 부대원에게 전파된 최종 복장은 ‘장화, 우의, 공격배낭, 정찰모, 갈퀴’뿐이었다. 이날 오전 8시경부터 경북 예천 보문교 일대에서는 채 상병을 포함한 해병대원 14명이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작업을 시작했다.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허리까지 입수한 상태였다. 1시간쯤 뒤 해병대원 3명이 급류에 휩쓸렸고(〈그림〉 참조), 다른 장병 2명이 동료들을 구하려다 함께 휩쓸렸다. 대원 2명은 자력으로 탈출하고 또 다른 대원 2명은 같이 작업하던 간부가 구조했지만, 끝내 채 상병은 그 자리에서 구조되지 못했다.

해병대 수사단은 이번 작전을 두고 “현장 작전부대에서 실종자 수색에 대비한 위험 예지 판단 및 안전 장구 준비, 수색 방법에 대한 명확한 지침, 작전 투입 병력의 생환(수영) 훈련 수준 판단 등 구체적인 안전대책 등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실종자 수색을 실시했다”라고 결론 내렸다. 물에 휩쓸렸던 생존 장병 네 명은 "물에 떠 있기조차 힘든 상황인데 급류로 인해 하천의 중앙 방향으로 휩쓸려 나가는 상황으로 이대로 죽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해병대 수사단에 진술했다.

9월13일 해병대 생존 피해자 어머니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연합뉴스
9월13일 해병대 생존 피해자 어머니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연합뉴스

A 병장은 동료들을 구하려다 함께 물에 휩쓸렸던 생존 장병 중 한 명이다. A 병장은 사고 후 어머니와 처음으로 한 통화에서 “엄마 내가 ○○이(사망한 채 상병의 이름)를 못 잡았어”라고 울었다. 8월4일 사고 후 첫 휴가를 나왔을 때도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자꾸 땀을 뻘뻘 흘리거나 울면서 잠에서 깼다. 최근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진단받았다. 그는 현재 병가를 내고 영외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A 병장의 어머니는 “복구 작전인지 몰살 작전인지 모를 곳에 투입되었던 대원들 모두 제 아들들이다. … 참담한 현실에 제 심장이 뜯겨 나가는 분노를 표한다”라며 9월13일 임성근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후임으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을 지명했다. 이종섭 장관은 해병대 수사 외압 등으로 야당이 탄핵을 추진하자 '선제적으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신원식 의원은 “손잡고 가다가 웅덩이에 푹 빠져서 안타까운 죽음을 했다. 근데 이게 8명이나 다 (혐의자로) 처리할 만큼 어마어마한 군의 과오냐?”라고 군을 비호했던 인물이다.

9월13일 윤석열 대통령은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을 지명했다. ⓒ연합뉴스
9월13일 윤석열 대통령은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을 지명했다. ⓒ연합뉴스

 

기자명 이은기 기자 다른기사 보기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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