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1일 현재 프로야구 KBO리그에서 1위를 달리는 팀은 LG 트윈스다. LG가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또 다른 부문이 있다. 외국인 선수 팀 공헌도가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다.
2019년부터 에이스로 군림했던 케이시 켈리는 올해 부진하다. 하지만 애덤 플럿코가 마운드에서 새로운 에이스로 활약했다. 여기에 오스틴 딘이 팀 역사상 보기 드물게 ‘성공한 외국인 타자’로 등장했다. 세 선수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합계는 11.5승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1위다.
LG를 비롯해 ‘외국인 덕’을 보고 있는 팀들은 성적이 좋다. 순위표 1위부터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 순위인 5위까지 다섯 팀 중 KIA 타이거즈를 제외한 네 팀이 외국인 선수 WAR 5위 안에 포함됐다. 반면 하위 5개 팀 가운데는 6위 두산 베어스 한 팀뿐이다.
KBO리그는 팀당 외국인 선수 세 명을 한 경기에 뛸 수 있게 한다. 보유 한도도 세 명이다. 구단 관계자들은 외국인 선수가 팀 성적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전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외국인 세 명은 팀 전력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할까.
WAR은 선수의 공헌도를 승리로 환산한다. 외국인 선수 WAR을 팀 전체 WAR로 나누면 공헌도를 계산할 수 있다. 올해 10개 구단 평균치는 22.9%다. KBO리그 WAR을 집계하는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이 수치는 21.8%(2014년)에서 26.3%(2019년) 사이다.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에서는 호세 피렐라, 알베르트 수아레스, 데이비드 뷰캐넌 등 세 명이 팀 전체 WAR에서 53.1%를 차지했다. 문자 그대로 ‘전력 절반’ 이상이었다.
좋은 외국인 선수를 뽑는 건 구단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과업이다. 프로에서 더 좋은 선수는 대체로 더 비싼 선수다. 선수 몸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연봉 상한은 외국인 선수 제도 원년인 1998년부터 있었지만 2014년 폐지됐다. 과당경쟁으로 아무도 지키지 않는 규정이었기 때문이다. KBO가 2019년부터 팀당 총액 400만 달러, 첫 계약 선수 100만 달러라는 몸값 상한선을 새로 정한 것도 구단들의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바다 건너 일본 프로야구(NPB)에서는 다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외국인 선수가 제 몫을 하지 못한다. 리그 전체적으로 그렇다. 2014년 NPB 외국인 선수 전체 WAR은 66.7승이었다. 12개 구단 평균은 5.6승. 그런데 올해는 현재 페이스대로라면, 시즌 종료 시점에서 전체 36.0승, 팀당 3.0승이 된다. 9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46.0% 감소다. 외국인 선수가 팀 WAR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14년 14.1%에서 올해는 8.4%로 크게 떨어졌다. NPB에는 ‘외국인 선수 무제한 보유, 4명 출장’ 규정이 있다. 제도적으로는 외국인 선수가 활약할 여지가 KBO리그보다 훨씬 크다.
2014년 한신 타이거스 에이스는 미국 국적인 랜디 메신저였다. 그해 WAR 6.2승으로 전체 투수 가운데 4위였다. WAR 상위 20위 투수 가운데 네 명은 외국인이었다. 이듬해에는 여섯 명으로 늘어났다. 크리스 존슨(히로시마)은 외국인으로 52년 만에 최고투수상인 사와무라상을 탔고,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에서 이적한 릭 반덴헐크(소프트뱅크)는 9승 무패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하지만 올해 이 랭킹에서 외국인은 포스터 그리핀(요미우리)과 트레버 바우어(요코하마) 두 명뿐이다. ‘외국인 선발투수’ 자체가 씨가 마르다시피 했다. 15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외국인 투수는 12개 구단에서 다섯 명뿐이다. 선발 로테이션 다섯 자리 중 두 자리가 외국인 투수 몫인 KBO리그와는 사뭇 다르다.
센트럴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한신은 올해 외국인 선수 WAR 비중이 –2.4%다. WAR이 음수값도 갖기 때문이다. 즉, 팀 공헌도가 마이너스였다. 오카다 아키노부 한신 감독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스카우트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라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그런데 퍼시픽리그 1위 오릭스 버팔로스도 외국인 선수 WAR 합계가 0승이다.
스카우트들이 일을 잘 못해서가 아니다. NPB는 대략 2014년부터 패스트볼 구속이 급격히 빨라지는 ‘구속 혁명’ 시대를 맞고 있다. 이후 리그 전체적으로 투수 기량이 급성장했다. 외국인 투수들이 버티지 못하는 이유다. 타자 쪽은 더 심각하다. 올해 NPB 외국인 투수 WAR 합계는 30.5승이다. 야수는 0.4승에 그친다. “중심 타선에 홈런을 칠 수 있는 외국인을 배치한다”라는 NPB의 오랜 상식은 붕괴 직전이다.
NPB에서 외국인 선수가 저조한 이유
결국 외국인 선수 부진은 리그 전체 기량이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한신은 2021년 멜 로하스 주니어를 영입했다. 로하스는 2020년 KBO리그 KT 위즈에서 타격 4관왕과 MVP를 석권한 강타자였다. 계약 기간 2년에 연봉 총액은 5억 엔이 넘었다. 하지만 로하스는 두 시즌 타율 0.220에 OPS 0.697로 부진했다. 일본 투수들의 강속구를 제대로 치지 못했다. 로하스의 NPB 두 시즌 포심 패스트볼 타율은 0.233에 불과했다. 2020년 한국에선 0.319였다.
오릭스 구단 관계자는 “최근 스카우트 팀이 미국 출장에서 돌아왔다. 트리플A 레벨에서는 NPB에서 활약할 만한 선수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한신 구단 관계자는 “최근 12개 구단 외국인 담당자들은 서로 말도 잘 하지 않는다”라며 곤혹스러워했다. 이어 그는 “몇 년 전까지 12개 구단 공히 외국인 선수에 대해 성적을 내는 역할을 기대했다. 지금은 ‘젊은 선수를 데려와 육성하자’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명한 선수를 거액에 영입해 실패할 리스크가 몇 년 전보다 더 커졌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와 낮은 금액에 육성 선수로 계약하는 사례도 늘었다. 요코하마 베이스타스 구단은 외국인 선수에 대한 ‘원격 스카우팅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많은 선수를 오랫동안 추적·관찰하기 위해서다.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선수 1인당 스카우팅 비용을 절감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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