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습이 시작된 것일까? 중국 경제는 지난 1월의 ‘리오프닝’ 이후에도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뒷걸음질치고 있는 데다 거대 부동산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가 진행되면서 중국 경제 전반이 큰 곤경에 처했다. 이에 더해 미국은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 봉쇄를 더욱 가혹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Economy brief〉
하이투자증권 〈Economy brief〉

9월11일 발간된 하이투자증권의 〈Economy brief〉는, 최근 중국의 몇 가지 움직임에 주목하면서 “일련의 흐름을 보면 중국의 대미 역공이 시작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우선, 지난 8월 말 화웨이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의 출시다. 이 스마트폰은 중국의 반도체 제조업체(파운드리)인 SMIC가 자체 생산한 7나노(nm) 공정의 반도체 칩을 장착하고 있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유입을 차단한 상황에서 중국 자체적으로는 14나노 공정 이상의 첨단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7나노급 반도체가 나온 것이다. 더욱이 메이트 60 프로가 발표된 것은 지나 레이먼도 미국 상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였다. 중국에서는 이를 ‘미국의 첨단 기술 봉쇄에 대한 중국의 승리’로 간주하며 ‘애국주의 소비’ 열풍이 나타나고 있다.

화웨이 스마트폰 출시와 ‘애국주의 소비’


하이투자증권은 “(중국 경제와 시진핑 체제의 곤경을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가 중국의 대미 기술 자립(혹은 독립)을 상징할 수 있는 최신 화웨이 스마트폰 출시와 이를 통한 애국 마케팅으로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라고 분석했다. 지난 9월6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중앙정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애플 아이폰 등 외국산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하이투자증권 보고서는 최근의 위안화 약세도 “중국의 역공” 수단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출처 하이투자증권 〈Economy brief〉
출처 하이투자증권 〈Economy brief〉

지난 9월8일 중국 위안화의 (역내) 환율은 2007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1 달러 당 7.3439 위안’으로 마감되었다. 위안화 가치가 해당 시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란 말이기도 하다. 위안화 환율은 올해 초 6.5 위안 주변에서 줄곧 상승해왔는데 지난 9월5일엔 ‘중국 정부의 환율 마지노선’인 1달러 당 7.3 위안을 돌파하고 말았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약세를 용인할 경제적 이유가 있다고 본다. 중국 경제가 “내수와 수출이 동반 악화되는 ‘쌍절벽 리스크’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8월 중국의 수출 및 수입 실적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8.8%, 7.3% 줄어들었다. 내수 경기에서도 불황이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 기미까지 나타나고 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한 부동산 부양책도 잘 통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수출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안화의 대폭적 약세를 용인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도적인 위안화 약세?

위안화 가치가 내려가면 중국산 수출품의 국제 가격이 떨어지면서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내 기업의 생산과 고용이 늘어난다. 그러나 이를 위해 의도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하락시키는 행위는 국제적 금기다. 자국 통화가치의 하락은 다른 나라 통화가치의 상대적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통화가치가 상승한 국가의 경제 상황은 수출 실적 하락 및 경기 악화로 치달을 수 있다. 그래서 인위적인 통화가치 하락은 ‘자국 경제의 어려움’을 해외로 이전시키는 것과 같다고 여겨진다. 이른바 ‘근린 궁핍화’다.

하이투자증권 보고서는 “위안화 약세는 무엇보다 중국 내 디플레이션 리스크의 수출을 의미한다”라며 “중국 정부가 달러-위안 환율을 어느 수준까지 용인할지는 미지수이지만 달러-위안 환율 추가 상승폭에 따라서는 소위 ‘근린 궁핍화’ 현상은 더욱 확산될 공산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통화 가치 하락에 다른 나라 정부들이 같은 수단으로 대응하면서 국제경제 전반을 혼란으로 밀어 넣는 상황이 우려된다는 이야기다. 보고서는 또한 “중국의 역공이 정말 현실이라면(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내리고 있다면), 한국의 경기와 원화 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경제의 ‘L자형 경기 리스크’ 압력 확대와 함께 달러-원 환율의 추가 상승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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