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거기, 텃밭 아니다. 까딱하면 위험할 수 있다.” 박희태 대표가 던진 출사표를 두고 한나라당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경남에서 치르는 선거라는 것만 믿고 마음 편히 내보내기에는 지역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지난 4월의 ‘0대5’ 참패 당시에도 영남권에서 두 곳(울산 북구, 경북 경주)이나 재선거가 있었지만 모두 졌다.

‘범여권 후보 난립’이라는 양상이 그때와 판박이다. 당시 경주에서는 한나라당이 공천한 정종복 후보와 친박계를 표방하고 나선 무소속 정수성 후보가 맞붙어 정수성 후보가 당선했다. 울산 북구에서는 한나라당의 박대동 후보 공천에 반발한 김수헌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표를 갈라 먹으면서 둘 다 낙선했다. 한나라당과 박희태 대표가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지만, 양산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양산에는 18대 총선 때부터 표밭갈이를 해온 친박 계열의 유재명 후보가 있다. 지역 여론도 유 후보에게 호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연고가 없는 박 대표로서는 친박계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지

양산 재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김양수·송인배·유재명 예비후보(왼쪽부터).
난 대선 이후 한나라당 선거유세를 거부해온 박근혜 전 대표가 이번이라고 나서준다는 보장이 없다. 박희태 대표는 최소한 박근혜 전 대표의 ‘상징적 지지 선언’이라도 받아내야 할 처지다.

“공정한 공천 심사를 바란다. 그렇지 못할 경우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라고 나선 김양수 전 의원도 부담스러운 상대다. 17대 총선 당시 양산에서 당선한 김 전 의원은 18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이후 국회의장 비서실장을 지내다가 출마를 위해 사표를 냈다. “의장 비서실장을 던지고 나온 사람인데, 웬만한 자리를 줘서 주저앉힐 수 있겠나.” 한나라당 한 수도권 의원의 말이다. 최악의 경우, 친이계 무소속과 친박계 무소속이 박희태 대표를 포위하는 모양새가 나올 수도 있다. 박 대표가 계속 대표직을 놓지 않으며 ‘교통정리’에 목숨을 거는 이유다.

야권에서는 친노 인사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양산은 김해와 인접해 있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따른 민심 이반이 있을 것으로 야권은 기대한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출마를 바라는 이들이 많지만 본인은 적극 고사 중이고, 대안으로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도 거론된다. 현재는 송인배 전 청와대 비서관이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이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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