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연우(10)가 탄 유아차 휠체어가 트램펄린 위에서 튕겼다. “연우야~ 행복해?” 연우 양옆에 선 교사 두 명이 번갈아 뛰며 묻는다. 선생님들의 뜀박질에 힘입어 오른 3㎝.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높이에 연우는 탄성을 내지른다. 4월27일 오전 서울 노원구 초록숲 통합놀이터(무장애 놀이터)는 뇌병변 장애아 김연우를 비롯한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장애아 전문 보육시설 초록어린이집 앞 놀이터는 5년 전만 해도 이들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유아차 휠체어를 탄 아이들은 들어갈 수 없었다. 바닥이 모래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 힘으로 앉을 수 없는 중증 장애 아동들이 등받이가 없는 두 줄 그네에 앉기란 불가능했다. 이경자 원장(55)은 “우리 아이들도 그네 한번 타보게 해보자”라며 노원구청에 계속 호소했다. 2018년 세이브더칠드런이 주최한 ‘놀이터를 지켜라’ 캠페인에 개선 대상 놀이터로 선정돼 통합놀이터로 탈바꿈했다.
통합놀이터는 일반 놀이터와 다르다. 턱이 없는 회전무대와 휠체어·유아차도 오를 수 있는 트램펄린, 누워서 탈 수 있는 바구니 그네, 어른과 함께 탈 수 있는 넓은 미끄럼틀까지. 장애가 있든 없든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원장은 “우리 어린이집은 굉장히 복을 받은 거죠”라고 말했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시민연대가 올해 초에 시행한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7만9584개 놀이시설 중 통합놀이터는 약 30곳. 0.04%이다. 장애 아동들이 놀이터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은 극소수만 맛볼 수 있는 행운이다.
“장애 아동이라 하더라도 다른 친구들이랑 놀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자연스럽게 우리 아이들을 대해주면 좋겠어요.” 뇌병변 장애를 가진 딸 김솔비 양(10)의 어머니 손소은씨(31)는 서울 강동구 자택에서 광진구 꿈틀꿈틀 통합놀이터까지 자동차로 30분을 이동했다. 준비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2시간이 걸린다. 어렵게 도착한 통합놀이터에서 또 다른 벽을 마주한다. 주변 사람들의 난감해하는 시선이다. 한 아이가 솔비에게 다가가자 ‘괜히 거기 가지 말라’는 다른 엄마의 말을 종종 듣곤 했다. “통합놀이터라 하더라도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섞여서 놀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아무래도 우리 아이가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몸이 조금 불편한 아이’라고 아무렇지 않은 듯 설명해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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