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흰색 가루다. 아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소금, 밀가루, 쌀가루라는 답변이 나온다. “냄새가 이상해요”라는 말도 한다. 하긴 살면서 이것의 냄새를 맡아본 아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정답은 설탕. 딸기 아이스크림도 직접 만들어본다. 재료는 딸기, 바나나, 우유가 전부다. 설탕은 없다. 딸기와 바나나의 천연 당만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체험한다. 어린이들이 “맛있어요”를 연발하는 사이 다른 공간에서는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강좌가 이루어진다. 사단법인 ‘푸드포체인지’가 몇 해 전 주최한 ‘어린이 맛 콘서트’의 풍경이다.
푸드포체인지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먹을거리 문화를 실천하고자 하는 비영리단체다. 2012년 창립해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어린이 맛 콘서트 같은 강연과 행사를 1만2512회 열었고, 27만2214명을 교육했다. 식생활 교육 분야에서 이처럼 ‘지속 가능’하게 단체를 꾸려온 곳이 또 있을까.
노민영 푸드포체인지 대표(43)는 ‘푸듀케이터(food+educator)’다. 글자 그대로 ‘먹을거리 교육자’다. 영양 교사가 설탕의 칼로리와 성분을 짚는다면 푸듀케이터는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비되는지까지 교육한다. 농업과 환경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할 수 있는 교육이다. 푸드포체인지를 통해 그동안 푸듀케이터 150여 명이 양성됐다.
평생 8만7600번 접해야 하는 그것
노민영 대표는 원래 요리를 즐겨 하고, 음식에 대한 글을 쓰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나친 미식 열풍과 그 반대편의 어마어마한 음식물 쓰레기를 보며 염증을 느꼈다. 그래서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국제슬로푸드연맹이 설립한 미식과학대학에서 음식과 농업, 환경에 대해 공부하고 돌아와 푸드포체인지를 세웠다. 희망제작소 건물에 책상 몇 개 들여놓고 시작한 일이었다. 이전까지 먹을거리 교육이 “이런 거 먹지 마”라며 공포를 주는 것이었다면, 그는 “어떤 음식이 정말 맛있는 것인지, 음식을 통한 즐거움이란 무엇인지” 알리고자 했다.
먹을거리 교육 10년. 좋아진 것이 있다. 이제 ‘친환경’ ‘로컬푸드’ 같은 단어가 어떤 뜻인지 이해하는 아이들이 생겨났다. 더 나빠진 것도 있다. 배달 음식과 밀키트가 식탁을 점령한 시대, 마트에 갈 기회조차 없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식재료에 대한 관심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서 자칫 ‘먹을거리에 대한 앎의 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염려가 생긴다.
그러므로 지금 노민영 대표는 더욱 절실하다. ‘밥상머리 교육’에 대한 그의 마음이 더 많은 이들에게 가닿기를 원한다. 그가 펴낸 책 〈모두의 착한밥상 연구소〉에 지난 10년의 경험과 그가 전하려 하는 메시지가 농축돼 있다. 80세까지 산다고 치면 하루 세 끼씩 평생 8만7600번을 접해야 하는 우리의 밥상이 어떠해야 하는지 아이에게 말을 걸듯 썼다. 노민영 대표는 “먹을거리 교육을 통해 한 아이의 삶에서 한 번은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먹방’과 탐식의 시대, 어쩌면 우리 어른들이야말로 터닝포인트가 필요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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