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의 전쟁
제프리 로버츠 지음, 김남섭 옮김, 열린책들 펴냄

“과거 러시아가 기울인 노력들을 소련의 현재 투쟁과 연결시키는 포퓰리즘적 역사 해석.”

스탈린은 대량 학살과 숙청을 자행한 잔인한 독재자로 알려져 있다.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스탈린의 범죄행위들을 드러내면서도, 제2차 세계대전으로부터 한국전쟁에 이르는 세계적 격동기에 신생 대국 소련을 이끈 지도자로서 스탈린의 입체적 면모를 드러내려고 시도한다. 그에 따르면 스탈린은, 독일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군사 지도자이자 자본주의 세계와의 평화적 공존을 꾀한 노련한 외교관, 전후 소련의 개혁 과정을 주도한 정치인이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영국·소련 대연합이나 전후 냉전 질서의 형성 등 격동기의 역사적 장면들을 서술한다.

 

 

 

 

 

어른 이후의 어른
모야 사너 지음, 서제인 옮김, 엘리 펴냄

“어른이 된다는 것에는 사실 자기 자신을 돌볼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도 포함되는 것 같아요.”

‘나는 내가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을 써야만 했다’는 첫 문장이 이목을 끈다. 직업인으로 열심히 일하다가도, 주방 쓰레기통의 벌레 앞에서 혹은 운전대 앞에서 금방 취약해지곤 한다. 왜 많은 사람들이 어른이 되고서도 자신을 어른이라고 느끼지 못할까? 혹시 거짓 자아를 연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이자 심리치료사인 저자가 이 질문의 답변을 찾아 나선다. 청소년기부터 노년기까지 45명의 고유한 삶을 파고들면서 저자가 알게 된 건, 성장이 선형적인 과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심리학적 틀을 바탕으로 ‘어른 되기’라는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GEN Z(Z세대)
로버타 카츠 외 지음, 송예슬 옮김, 문학동네 펴냄

“‘오케이 부머’가 실망과 환멸만을 뜻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MZ 타령은 그만두어야 한다. 젠지(GEN Z·제트 세대)는 밀레니얼과는 완전히 다른 세대다. 세대 구분이 어렵다면 이렇게 외우자. 1995년 전후에 태어나 인터넷이 없는 시대를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세대.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들 젠지가 주도하는 디지털 기술 중심의 사회적 흐름을 나머지 세대가 따라가고 쫓아간 첫 경험일 것이다. 저자들은 인류학·언어학·역사학·사회학·종교학 방법론으로 젠지를 규명하고 이해해보려 한다. 책의 원제는 넷플릭스 다큐 시리즈 ‘익스플레인(Explained:)’을 차용했다. 세대 문화를 학술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쉽게 전달하려 노력했다.

 

 

 

 

 

음식 중독
마이클 모스 지음, 연아람 옮김, 민음사 펴냄

“가공식품에 대한 우리의 의존성을 역설계하는 것.”

〈배신의 식탁〉에서 저자는 식품기업들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패스트푸드 체인과 앞다투어 ‘하향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책 출간 뒤 기자들이 질문했다. “이런 제품(식품)들은 약물처럼 중독성이 있지 않나요?” 새로운 궁금증이 일었다. 만약 음식에 마약이나 담배, 술처럼 중독성이 있다면? 베테랑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과학적 증거를 수집해 음식이 어떤 면에서는 담배보다 중독성이 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상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먹을지 결정하는 가공식품 업계가 인간의 감각 또는 음식에 대한 기억을 이용해 어떻게 중독에 이르게 하는지 알려준다. 먹고 싶어서 먹는다는 생각이 착각일 수 있다.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
이윤하 지음, 조호근 옮김, 허블 펴냄

“그녀의 손가락이 붉은 매듭을 집었다. ‘결투가라면 이걸 고를 수밖에 없지.’”

한국의 일제강점기를 모티프로 한 SF 소설로 3회 연속 휴고상에 ‘노미네이트’된 한국계 작가 이윤하의 신간이다. 피지배국 ‘화국’의 화가 제비는 식민국 라잔 제국의 방위성 고위 간부에게 전쟁 기계 용 ‘아라지’에 생명을 불어넣는 가면을 제작해달라는 요구를 받는다. 지하 방위성에서 갇히게 된 제비는 자신을 감시하기 위해 배정된 수석 결투관 베이를 만나고, 그녀를 향한 연심에도 라잔인들의 계획을 막기 위한 필사의 계획을 세운다. 역사를 기반으로 한 탄탄한 세계관 위에 기계와 인간의 우정, 성별을 뛰어넘는 사랑과 절명의 모험을 그렸다. 로맨스 소설로도, 서정시로도 읽히는 책이다.

 

 

 

 

 

자미
오드리 로드 지음, 송섬별 옮김, 디플롯 펴냄

“여성이라는 이름을 우리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힘으로 본다.”

오드리 로드라는 이름 앞에 어떤 정체성을 가장 먼저 두어야 할까. 그는 삶의 복잡성에 겸허했다. 평균이나 평범이라는 허구에 갇히지 않았다. 흑인, 이민자, 페미니스트, 레즈비언, 엄마, 시인…. 오드리 로드는 하나인 동시에 여럿이었던 사람, 이는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 분투한 결과다.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수많은 ‘관계’가 〈자미〉를 촘촘히 채운다. 차별과 혐오는 “다만 이곳이 전부가 아니라 믿었기에” 견디며 건너왔다. 사랑은 기쁨만이 아니라 상실과 상처에도 속한 것이라, 머묾이 아닌 성장을 이끈다. 사랑이 남긴 흔적이 ‘자전 신화(biomythography)’라는 새로운 장르가 되었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