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언론인과 돈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공동취재

언론을 신뢰하는 태도의 반대편에는 무엇이 있을까? 보통 불신을 떠올릴 것이다. 신뢰는 무엇이고 불신은 무엇인가? 우리는 언론 신뢰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한다. 하지만 언론을 신뢰하는 태도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학술적으로도 또렷이 정의되어 있지 않다. 기본적으로 신뢰가 대상에 대한 ‘평가’와 ‘기대’에 기인하는 태도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언론 신뢰가 높은 사람은 지금까지 언론이 수행해온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미래의 행동에 대해서도 낙관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언론을 불신하는 태도란 지금껏 언론이 잘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여기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언론 불신이, 사람들이 언론에 대해 느끼는 반감을 온전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신뢰의 반대편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태도가 있는데 불신을 포함해 회의·냉소·무관심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지금 큰 관심을 가져야 할 현상은 언론을 향한 냉소의 확산이다. 냉소는 불신과 다른데, 냉소하는 태도의 근간에는 대상이 사리사욕만 챙긴다는 평가가 자리한다. 즉 언론이 공익보다는 사익을 좇는다 여기고, 완전히 망가져 나아질 희망이 없으며, 이 때문에 민주주의 시스템에 언론이 기여하는 바가 미미하다고 평가하는 것이 냉소의 본질이다.

언론에 대한 불신보다 무서운 것이 어쩌면 냉소의 확산일 것이다. 언론을 불신하는 이들은 최소한 언론과 연결되어 있다. 여전히 언론이 사회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에 관한 기대 때문에 뉴스를 찾아보고 평가하고 비판한다. 언론이 더 좋은 보도를 하면 이들의 신뢰를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냉소하는 이들은 다르다. 이들은 아예 언론과의 손을 놓아버린다. 필자가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수집한 설문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연구의 1차 결과물을 살펴봐도 그러하다. 언론을 향한 불신이 높은 이들은 정치 지식이 높고 뉴스를 열심히 찾아보는 반면, 냉소가 높은 이들은 기성 언론과 유리된 채 그저 우연히 마주치는 뉴스 정보를 수동적으로 소비한다.

뉴스 자체를 보지 않게 만드는 냉소

불신과 냉소의 차이에 대해 굳이 길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최근 불거진 ‘김만배-기자 돈거래’ 사건이 시민들의 언론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기 위해서다. 이는 일부 기자들의 일탈일 것이다. 나는 지금도 기자라는 직업을 통해 사적 이익을 취하려는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이 꼿꼿하고 한결같이 좋은 기사를 쓰는 데만 관심을 기울이는 언론인을 수십, 수백 배는 더 많이 알고 있다. 그래서 해당 사건에 연루된 기자들의 행동이 언론 전체에 대한 평가로 확대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이 ‘언론인은 사리사욕을 위해 직업을 이용하는 자’, 나아가 ‘언론은 부패한 집단’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 이는 냉소의 태도이며 그 결과는 언론으로부터의 이탈이다. 향후 언론이 아무리 의미 있고 질 높은 보도를 하더라도 냉소하는 이들에게는 그 노력이 가닿을 기회조차 없다. 이는 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공적 정보를 공급받을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는 것이기도 하다. 언론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려 노력할 것이다. 그때 이 건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이 사건이 가져올 수 있는 무거운 파장을 떠올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기자명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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