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기 동영상 공유 앱 ‘틱톡’에 대해 미국 정부가 제재의 칼날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3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400만명에 이르는 연방 공무원들에게 틱톡 사용을 금지하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연방 상하원도 의원과 보좌진을 비롯한 직원들에게 틱톡 사용을 금지했다. 그뿐 아니다. 지금까지 19개 주에서 정부가 지급한 모바일 기기에 틱톡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다른 주들도 동참할 태세다. 의회에선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모든 미국인의 틱톡 사용을 금지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 정부가 이처럼 강력한 제재의 칼을 빼든 까닭은 틱톡 본사인 바이트댄스가 중국에 있고, 미국인 사용자의 민감한 정보가 바이트댄스에 통제권을 쥔 중국 정부로 유출돼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도 중국 정부의 악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한 바 있다. 틱톡 사용금지 법안을 발의한 조시 홀리 공화당 상원의원이 틱톡을 “중국 공산당의 트로이 목마”라고 불렀을 정도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와 법무부는 틱톡 미국 사업부의 강제매각 방안을 논의 중이다. 2년 이상 틱톡과 협상해온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CFIUS) 회의에 참석한 국방부와 법무부 측은 중국 정부가 틱톡의 자료와 동영상을 이용해 미국 내 여론조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면서 틱톡의 미국 사업부를 미국 회사에 ‘강제매각’시키는 방안을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사 모나코 법무부 부장관은 ‘중국’을 특정하지 않은 채 “범세계적인 기술 사용과 기준을 자국의 이익과 가치에 따라 악용하려는 목적을 가진 정부가 있다는 게 미국 정보기관의 판단이고, 이는 미국의 가치와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밝혔다. 하지만 재무부는 강제매각이 법원에 의해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구글과 애플 앱스토어에서 틱톡의 다운로드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가 2020년 12월 연방 법원에서 퇴짜를 맞은 전례가 있다.
이후 틱톡은 미국 정부와 꾸준한 협상을 통해 안보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그 과정에서 미국인 사용자 정보를 틱톡 자회사인 ‘틱톡 유에스 데이터 시큐리티’가 맡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거대 기술기업 오라클의 서버를 통해 사용자 데이터를 보관하고, 미국 보안 전문가 3명으로 이뤄진 위원회의 감독을 받기로 했다. 바이트댄스 직원이나 중국 정부 관리들의 데이터 접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방호벽 설치 등 일련의 방안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틱톡 본사인 바이트댄스가 중국에 있는 상황이라면 결국 중국 정부의 압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 우려한다. 이 때문에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절 시작된 틱톡과의 협상이 아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바이트댄스와 중국 정부 간 연계 가능성을 취재하던 자사 기자 3명의 틱톡 사용 정보에 바이트댄스 직원들이 몰래 접근한 사실을 폭로하면서, 미국 정부와 의회의 기조가 강경해졌다. 바이트댄스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틱톡 본사 임원 한 명과 바이트댄스 임원 한 명을 즉각 경질하며 재발 방지를 다짐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법무부 보안담당 관리를 지낸 미건 스티플은 NBC 뉴스에서 “〈포브스〉 기자 사찰 건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우려를 해소시키려던 틱톡의 설득 작업이 더욱 힘들어졌다”라고 말했다.
강제매각도 사용금지도 쉽지 않아
틱톡을 향한 미국 정부의 칼날이 어느 선까지 향할까? 미국 국방부와 재무부는 틱톡의 미국 사업부를 아예 미국 회사에 팔게 하는 강제매각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일단 재무부가 이에 반대한다. 설령 재무부까지 협조해서 미국 연방정부가 강제매각 쪽으로 기운다 해도 여전히 걸림돌은 남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트댄스가 틱톡의 미국 내 사업을 매각하고 싶어도 중국 정부가 틱톡의 성공 신화를 불러온 비디오 추천 알고리즘 기술의 대미 판매를 금지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전문가 대부분도 중국 정부가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가뜩이나 좋지 않은 미·중 관계를 더 악화시키면서까지 미국 정부가 강제매각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미국 정부가 일반 국민들까지 틱톡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 만일 의회가 초당적으로 법안을 발의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동조하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확실한 위법 증거 없이 ‘국가안보’라는 모호한 이유로 앱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수정헌법 제1조의 ‘표현의 자유’ 조항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또한 많은 미국인, 특히 젊은 층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틱톡은 미국인 사용자 약 1억명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모바일 기기 사용 분석업체 앱에이프가 연령별 틱톡 사용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10대가 32.5%, 20~29세가 29.5%를 차지해 젊은 층이 거의 60%에 달했다. 2018년 대선 당시 18~29세 유권자 가운데 무려 64%가 민주당 바이든 후보를 지지했다. 틱톡 사용금지는 이들의 반발을 초래할 게 확실하고, 이는 2024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대선과 함께 치르는 총선에서 승리를 바라는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에겐 악재일 수밖에 없다.
강제매각도 수월치 않고 전면 금지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택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엄격한 사용 조건이 붙은 타협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틱톡이 미국인 사용자의 정보를 공유하고 보관하는 방식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좀 더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고, 틱톡이 이를 받아들이는 식이다. 기술 분석 전문회사 ‘무어 인사이트 앤드 스트래티지’의 패트릭 무어헤드 수석 분석가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에서 “틱톡이 미국 내 사용금지를 피하려면 좀 더 엄격한 조사를 허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틱톡이 미국 당국의 불시·심층 조사를 반대한다면 미국 내 사용금지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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