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예정된 재앙’에 무능하다. ‘한국 사회는 역동적이다’라는 평가는 우리가 ‘장기간에 걸친 대비’ 대신 ‘뒤늦은 대응’에 최적화되었다는 의미일 수 있다. 10년 후를 대비하자는 사회적 담론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2022년에 발생한 두 사건에 주목해본다. 하나는 비수도권 지방대학의 대규모 입학 미달 사태다. 2020년부터 매년 반복되는 뉴스다. 학령인구 구조상 2025년까지 매년 신입생은 줄어들 예정이다. 비수도권 사립대뿐 아니라 지방 거점국립대학도 신입생이 미달되는 사태가 속출했다. 당초 문재인 정부에서는 비수도권뿐 아니라 수도권 대학도 축소하는 방향으로 출구전략을 세웠지만,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무산되었다. 축소 대상 대학이 있는 지역구 정치인들이 결사반대해서다. 우리는 2023년 2월에도 ‘대규모 미달 사태’라는 뉴스를 또 보게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부울경 메가시티’ 좌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뀌자 공들인 계획이 모두 백지화됐다. 2022년 12월, 경남도의회와 울산시의회는 부울경 특별연합 폐지 규약안을 가결시켰다. 애초에 부울경 메가시티는 세 지자체의 연합 규약을 기반으로 속도를 냈다. 그러나 2022년 10월 세 지자체는 ‘연합’을 폐지하고 대신 경제동맹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메가시티 폐지 수순이다. 부산시의회에서 폐지 규약안이 가결되면 모든 절차는 마무리된다. 수도권 일극화에 대항하자던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는 풍경이다.
비수도권 입학 미달과 메가시티 좌초 모두 수도권 과밀화와 연관되어 있다. 메가시티가 유일한 해답이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러나 인구의 수도권 집중과 그로 인한 출생 감소, 지역별 젊은 인구 불균형은 단기 대응으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성숙한 민주주의라면 초당적인 마스터플랜을 세우겠지만, 우리는 오히려 민주주의를 위한 장치(선거)가 마스터플랜을 번번이 백지화시킨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정치 개혁’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불붙고 있다. 개혁의 방향과 그 결과물이 한국 사회를 조금이나마 ‘장기 대비가 가능한 사회’로 탈바꿈할 수 있었으면 한다. 예정된 재앙은 지각하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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