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달려면 휴대전화 번호를 등록해야 한다고 안내하는 야후 재팬 뉴스의 팝업창.

나는 일본 도쿄의 한 대학에서 평화학 강의를 한다. 매년 학생들에게 주로 어디서 뉴스를 보는지 물으면, 일본 ‘야후! 뉴스’와 ‘라인 뉴스’라는 대답이 가장 많다. 많은 학생들이 정보 탐색을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한다. 한번은 학생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이건 문제다 싶은 게 뭐가 있나요?” ‘도가 넘는 비방·중상’이라는 대답이, ‘악플로 누가 죽었어요’라는 탄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2022년 11월 중순부터 일본 ‘야후! 뉴스’에 댓글을 쓰려면 휴대전화 번호를 등록해야 한다. 이전부터 야후 재팬은 인력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24시간 댓글을 체크해 개인정보 유포 댓글이나 악성 댓글(악플)을 삭제해왔다. 문제가 심각한 뉴스의 댓글 기능은 폐쇄했고, 2018년 6월부터는 악플을 반복하는 ID는 이용을 정지시켰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그다지 효과가 없자, ‘휴대전화 번호 입력’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악플로 인한 피해 증가 추세는 뚜렷하다. 일본 총무성이 위탁운영해온 ‘위법·유해 정보 상담센터’에 따르면, 2010년 센터가 발족하던 해 상담 건수가 1337건이었는데 2021년에는 6329건으로 약 4.7배나 증가했다. 주요 상담 내용(2021년)은 주소·전화번호·메일 등 개인정보 유출, 사진·영상 초상권 침해(디지털 범죄) 등을 포함하는 프라이버시 문제가 3964건(62.6%)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명예·신용 훼손이 2558건(40.4%), 위법 정보 667건, 저작권 침해가 212건이다(중복 응답 포함). 상담 건수 상위 사업자에 트위터, 구글, 페이스북, 라인이 들어 있다.

이처럼 악플이 점점 늘자 야후 재팬이 휴대전화 번호 등록을 의무화한 것이다. 댓글 이용 정지를 당한 ID의 절반 이상이 전화번호 미등록자라는 점, 복수 ID로 악플을 계속 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했다. 야후 재팬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등록하도록 한 이번 조치가 심리적 억제 기제로 작용해 악플이 감소하리라 기대한다.

그런데 이 조치로 야후 재팬의 기대만큼 악플이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2022년 1월 일본 최대 법률상담 포털서비스 벤고시닷컴이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355명 중 176명이 인터넷상에서 중상·비방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중 47%가 40~50대 남성이었다. 동기를 묻는 질문에는 이런 응답이 많았다. ‘정당한 비판, 논평이라고 생각했다(51.5%)’ ‘짜증 폭발 해소(34.1%)’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해(22.7%)’ ‘허위 또는 진위 불명 정보를 진실이라고 믿었다(9.1%)’ 순으로 나타났다. 애초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던 셈이다.

일본에서는 2022년 10월부터 ‘프로바이더 책임 제한법’이 시행되었다. 심한 악플을 쓴 가해자 정보를 공개하는 데 드는 번잡한 절차와 시간을 대폭 줄였다. 그전까지는 악플 대응을 하려면 통신사업자 등에 별도로 재판을 제기해 ‘악플러’의 정보를 알아내야 했고, 정보공개까지는 최소 4개월 이상 걸렸다. 그런데 이번 법 개정으로 그 기간이 무척 짧아졌다. 법 시행 이후 첫 사례에서부터 결정이 빨리 내려졌다. 2022년 10월3일, 투모로게이트(Tomorrowgate) 사는 자사 직원이 폭력조직과 관련이 있다는 글을 수차례 올린 사람의 정보를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0월6일 도쿄 지방재판소는 트위터 측에 정보를 제공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사흘 만에 정보제공 결정을 내린 재판소의 의지가 엿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 개정으로 악플 피해자의 부담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앞선 2022년 6월에는 인터넷상의 중상·비방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모욕죄의 법정형을 상향하도록 형사법이 개정되었다. 2020년 SNS의 악플·모욕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프로레슬러 기무라 하나의 가족이 앞장서서 운동을 펼친 결과다.

일본의 저널리스트 이토 시오리.ⓒEPA

악플 규제는 양날의 검

2022년 10월22일에는 한 개인을 모욕하는 타인의 트윗에 ‘좋아요’를 누른 일도 모욕 행위에 해당된다며 손해배상을 하라는 첫 판결이 나왔다. 일본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이토 시오리는 2018년 6~7월에 자신을 비방하는 25개 트윗에 ‘좋아요’를 누른 자민당 소속 스기타 미오 중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스기타 의원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성폭력 가해자를 고발하고 법정투쟁을 하는 이토를 거짓말쟁이라 공격하고 이토를 비난하는 다른 사람의 트윗에 열심히 ‘좋아요’를 눌렀다. 도쿄 고등재판소는 스기타가 트위터 팔로어 11만명에 이르는 현역 의원이라 영향력이 크고, ‘좋아요’를 누른 횟수나 과거 언행이 도를 넘어선 ‘명예감정 훼손’이라며 이토에게 55만 엔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토를 비난하는 트윗에 ‘좋아요’를 눌러 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판결을 받은 스기타 미오 중의원.

이처럼 악플에 대처하는 법·제도가 마련되는 한편으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야후! 뉴스’ 이용자들은 악플을 탓하기 전에 특정 민족이나 공동체를 비방·중상·모략하는 기사나 필진부터 솎아내라고 주문한다. 스기타 미오 의원도 그런 인물 중 한 명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발탁한 스기타 의원은 일본군 ‘위안부’와 난징 대학살을 부정하는 ‘여성 인사’로서 여성과 성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발언을 일삼아왔다.

또한 국가권력이 관련 법을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모욕죄는 제정 당시부터 정당한 평론을 위축시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게다가 이번 모욕죄 관련 개정 조항에는 ‘공공의 이해에 관한 경우’ 같은 예외 규정이 없다.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 가나가와현 변호사회는 국회의원·지자체장 등 공직자에 대한 비판처럼 공공 이해와 관련한 평론의 경우에도 대상자를 향한 경멸의 표시가 포함되어 있으면 처벌될 위험이 있다는 성명을 냈다.

기자명 도쿄·이령경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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