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

“이 거북이의 생명은 여러분에게 달려 있어요. 거북이를 살리고 싶으면 ‘거북이를 살려주세요’를 외쳐주세요.” 유튜버이자 인터넷방송 스트리머 잼미(고 조장미씨·27, 이하 잼미)가 평소 자신이 아끼던 거북이 인형을 들고 말했다. 방송을 보고 있던 구독자들이 채팅으로 답하기 시작했다. “죽여 그냥” “당장 죽여” “필요 없어 죽여”…. 잼미는 채팅창을 지켜보다가 거북이에게 말했다. “네가 살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어. 이미 저 사람들이 포기했어. 이 자그마한 생명의 불씨가 저 채팅 하나 때문에 꺼지는 거야.”

잼미는 ‘거북이 상황극’을 했던 1월22일의 트위치 라이브 방송을 끝으로 이틀 뒤인 1월24일(추정) 사망했다. 2월5일 잼미의 트위치 게시판 ‘잼게더’에는 ‘안녕하세요 장미 삼촌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그동안 경황이 없어 알려드리지 못했지만, 장미는 스스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족이 남긴 부고에 따르면, 잼미가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은 악플과 루머에 의한 심각한 우울증이었다.

잼미는 2019년 3월, 인터넷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Twitch)’에서 방송을 시작했다. 미국 아마존의 자회사인 트위치는 온라인 개인 방송인(스트리머)이 실시간으로 다수의 시청자와 소통하면서 게임을 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 달 평균 방문자가 1억4000만명에 이르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경 기존 아프리카TV BJ들이 트위치로 다수 이적하면서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게이머 페이커, 대도서관, 우왁굳, 풍월량, 이말년, 양띵 등이 트위치에서 방송을 한다.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잼민이(초등학생을 일컫는 말로 어린이를 비하하는 표현이다)’같이 인터넷 공간에서 널리 퍼진 신조어들도 트위치에서 만들어졌다.

잼미는 눈에 띄는 신인이었다. 트위치 데뷔 두 달 만인 2019년 5월 국내 최대 규모의 MCN(개인 방송인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저작권을 관리해주는 기획사) ‘다이아TV’와 계약을 맺었다. 유튜브 채널 ‘예스잼미’도 빠른 속도로 성장해 데뷔 석 달 만에 구독자 20만명을 넘겼다. 트위치 채널 구독자도 16만명에 이를 만큼 스타 방송인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데뷔 넉 달 만에 따라붙은 ‘메갈’ 논란이 3년 내내 그의 뒤를 따라다녔다. 여러 차례 해명과 사과를 했음에도 잼미는 ‘극단적 페미니스트’라는 낙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1월22일 유튜버이자 인터넷방송 스트리머인 잼미가 ‘거북이 상황극’을 하고 있다(위).대표적인 ‘사이버 레커’ 중 한 명인 뻑가가 잼미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아래). ⓒ유튜브 갈무리

시작은 ‘꼬카인’이었다. 2019년 7월8일, 잼미는 생방송 중 남성들이 바지에 손을 넣은 뒤 손 냄새를 맡는 일명 ‘꼬카인’ 흉내를 냈다. 방송이 나간 다음 날부터 잼미의 행동을 두고 ‘남성 비하’라는 의견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디시인사이드와 에펨코리아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을 중심으로 비난이 확산됐다.

이슈는 유튜브로도 넘어갔다. 구독자가 100만명이 넘는 유튜버 ‘뻑가’는 2019년 7월10일 ‘지금 한창인 사람’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잼미 논란을 다루었다. 잼미가 이전 방송에서 썼던 몇몇 단어들이 “저쪽(극단적 페미니스트) 애들이 항상 쓰는 말”이라며 논란의 판을 키웠다. 잼미의 사망 이후 해당 영상은 삭제됐지만 이미 조회수는 100만을 넘긴 후였다.

다음은 인터넷 언론사들이 몰려들었다. 뻑가의 ‘잼미 저격’ 영상이 업로드된 2019년 7월10일은 인터넷 유사 언론 〈위키트리〉 〈인사이트〉에서 이 논란을 보도해 관련 기사량이 급증한 날이기도 하다. 중소 인터넷 언론사와 연예 매체 등이 가십성 기사로 다루기 시작했지만, 주류 언론사들도 적극적으로 이슈 확산에 가담했다. 〈아주경제〉 〈서울경제〉 〈매일경제〉 〈아시아경제〉 〈헤럴드경제〉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같은 경제지를 비롯해 〈세계일보〉 〈국민일보〉 등 종합일간지도 잼미 논란을 다뤄 기사 조회수를 올렸다. 모두 별도의 취재나 분석 없이 커뮤니티나 유튜브 속의 반응과 댓글만 받아쓰기한 전형적인 ‘어뷰징’ 기사였다.

“욕먹어도 되는 사람인 줄 알았다”

2020년 5월10일, 잼미는 어머니가 자신에 대한 악플과 루머로 괴로워하다 몇 달 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방송을 통해 알렸다. 잼미는 당시 “방송이 끝나면 맨날 먹고 토하고 우울증 약 먹고. 내가 솔직히 정상적인 것 같지 않다”라고 말하며 무기한 방송 중단 선언을 했다. 올해 1월 방송을 재개한 잼미는 부쩍 살이 빠져 있었다. 자신의 팬 게시판에 몸과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는 글을 여러 차례 올리기도 했다. 방송에 복귀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던 1월22일, “죽여라”는 댓글이 채팅창을 채웠던 ‘거북이 상황극’ 방송은 결국 그의 마지막 방송이 됐다.

잼미의 사망 이후 ‘잼게더’ 게시판에 ‘잼미님 죄송합니다 반성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2년 전부터 이슈 유튜버들이 특정 인물들의 논란을 다루는 영상들을 봐왔고 자신 역시 잼미의 라이브 방송 중 논란이 됐던 단어들로 채팅창을 도배하다 강제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며 죄책감을 갖고 살겠다고 적었다. “이슈 유튜버들이 하는 말을 사실 여부도 파악하지 않고 굳게 맹신했습니다. 사람들을 매장하는 유튜브 문화를 계속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같이 조롱하는 것이 정당화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시사IN〉과 연락이 닿은 그는 ‘잼미 괴롭히기’에 가담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이슈 채널을 다루는 영상에서 일방적으로 잼미님이 페미니스트라고 몰아가고 욕을 하는 분위기여서 ‘페미니스트인가? 나쁜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슈 유튜버들이 다룬 논란들을 보고 여론을 살피면서 ‘잼미님은 욕먹어도 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조롱에 가담했습니다.”

4년간 트위치 방송을 시청해온 한 이용자는 잼미가 겪었을 피해가 상상 이상이었을 거라며 이렇게 말했다. “잼미씨는 살해 협박까지 당했을 거라고 본다. 여성 스트리머가 방송을 하고 있으면 뜬금없이 ‘군 가산점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사상검증’ 질문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여성 스트리머들에게 ‘페미냐 아니냐’는 예민한 문제다. 그런데 내가 도네이션(후원)까지 한 여성 스트리머가 알고 보니 메갈이다? 아마 나랏님이 부정을 저지른 양 심하게 반응했을 거다.”

김민정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러한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온라인에서 일어나는 괴롭힘)의 특징을 ‘깨진 유리창 이론’에 빗댔다(2월17일 국회에서 진행된 긴급 토론회 ‘방치된 혐오:온라인 폭력 이대로 둘 것인가’).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방치해두면 그곳은 ‘그래도 되는 곳’이라는 메시지가 전달돼 더 많은 유리창이 깨지고 그곳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된다는 이론이다. ‘남이 하니까 나도 해도 되겠지’라는 도덕적 해이를 설명할 때 쓰이는 심리학 용어이기도 하다.

사이버불링도 이와 유사한 형태로 확산된다. 유명한 유튜버가 특정인을 낙인찍고 ‘혐오와 조롱을 당해도 되는 사람’으로 호명하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다 같이 돌을 던져 더 많은 유리창을 깬다. 여기에 언론까지 가담하면 피해자는 만신창이가 된다. 김 교수는 우리 내면의 ‘하면 안 된다’는 규범적 빗장이 유머와 결합될 때 더 쉽게 풀린다고 강조했다. 편견과 혐오가 온라인상의 ‘드립 개그’ ‘밈(meme)’과 같은 문화와 만나면서 빠른 속도로 특정인 괴롭히기가 ‘재밌는 놀이’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가 현재 ‘깨진 유리창이 방치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사이버불링 구도에서 피해자는 명확하게 존재하지만 가해자는 희미하다. 이 점 때문에 무책임의 연대가 이루어진다. 또한 공격할 대상의 ‘좌표’를 찍은 뒤 악플 혹은 개인 메시지를 퍼부어 ‘총공(격)’을 하고, 자신의 업적을 ‘인증’하며 효능감을 느끼는 과정은 마치 전쟁 게임과 비슷하다.

이 게임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논란이 확산될수록 수입이 늘어난다. 먼저 ‘사이버 레커’라고도 불리는 유튜버들이다. 교통사고가 나면 사고 차량을 끌고 가는 견인차(wrecker·레커)처럼, 인터넷에서 여론의 호기심이 모이는 이슈가 발생하면 관련 내용을 짜깁기한 콘텐츠로 조회수 수익을 얻는다. 도로 위 레커는 그래도 교통사고를 키우지는 않는 반면, 사이버 레커는 의혹을 확산시키고 혐오를 선동하기도 한다.

이들뿐 아니다. 이슈몰이를 하는 일부 유튜버들의 행태를 언뜻 ‘지상중계’하는 척하면서 이슈들을 짜깁기해 어뷰징 기사로 돈을 버는 집단이 있다. 언론사들이다. 적지 않은 인터넷 언론사, 온라인 이슈 대응팀을 운영하는 신문·방송 매체들도 이 ‘사이버 레커’의 산업 안에서 돈을 번다.

이들은 ‘논란’과 ‘의혹’이라는 추측성 표현을 써서 허위사실 유포·모욕 등의 혐의를 교묘하게 피해간다. 일부 유튜버는 선글라스나 가면으로 얼굴을 가려 자신의 신상을 보호하기도 한다. 실제 이들이 처벌을 받는다 해도 타격은 크지 않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으면 최대 벌금은 5000만원이다. 대표적인 사이버 레커 중 한 명인 뻑가는 벌금보다 더 많은 유튜브 수익을 올리고 있다. 유튜브 수익 분석 사이트 ‘녹스인플루언서’에 따르면 구독자가 119만명에 이르는 뻑가의 경우 월수입이 2500만원에 이른다(3월3일 기준).

비극을 재료로 또 수익을 창출한다

이들은 좌표를 찍어 피해자를 만들며 돈을 벌다가, 그것이 비극으로 이어지면 그 일을 재료로 또 수익을 창출한다. 뻑가는 잼미 사망 이후 ‘잼미님 관련 영상입니다’라는 제목으로 해명 영상을 올려 471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 영상 하나로 발생한 수익만 1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위키트리〉 〈인사이트〉 등 유사 언론과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등 기성 언론사도 2019년 ‘잼미 메갈 논란’ 기사를 썼을 때와 마찬가지로, ‘잼미 자살’ 단순 어뷰징 기사로 수백만 조회수를 올렸다.

유튜버 ㄱ씨는 2021년 초, 6개월간 ‘사이버 레커’로 분류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다. ㄱ씨는 ‘레커’ 채널의 특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신규 유튜버가 빠른 속도로 유튜브 채널을 키우는 방법은 레커밖에 없는 것 같아요. 화제가 되는 이슈를 선점해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면 구독자가 한 번에 수백 명씩 늘어나니까요.” ㄱ씨는 처음엔 포털 실시간 검색어 위주로 키워드를 뽑아 콘텐츠를 만들었다. 역사 왜곡부터 운동선수 학교 폭력 논란, 오디션 프로그램 방송 조작 등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되는 모든 분야의 주제를 다루었다. 처음에는 직장 생활을 하며 겸업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던 그는 현재 유튜버로 전직한 상태다.

ㄱ씨는 화제가 되는 이슈를 빠르게 수집해 정리하는 사이버 레커라는 형식 자체가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화제가 되는 이슈를 선점해 콘텐츠를 만드는 모든 것이 ‘사이버 레커’잖아요. 사실을 토대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많은 구독자를 확보해 영향력이 생긴 채널에서 정확하지 않은 기사를 짜깁기하거나 의혹을 사실처럼 말하며 누군가를 공격하는 상황은 분명 문제라고 말했다. “채널을 구독한다는 것은 시청자가 채널 운영자를 신뢰한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유튜브 운영자가 누군가를 좌표 찍고 ‘이 사람 혼나야 하지 않아?’라고 하면 사실관계를 정확히 모르는 구독자들은 그 말을 믿고 자신의 생각도 바꾸게 돼요. 잼미 사건이 그랬어요. 뻑가가 여러 차례 잼미가 ‘페미’라는 의혹을 제기하니까 그 영상을 본 상당수 구독자들이 사이버불링에 참여한 거죠.”

2021년 9월1일 해외 트위치 스트리머들이 하루 동안 방송 파업을 하며 방송인 보호 대책을 요구했다.

그는 앞으로도 사이버 레커 시장이 계속 유지될 거라고 전망했다. “레커 영상이 곧장 큰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해도 이슈몰이를 통해 자신의 채널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경쟁력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니까요.”

수년간 사이버불링에 시달린 잼미 같은 피해자를 보호해줄 안전망은 없는 걸까? 잼미는 다이아TV라는 대형 MCN 소속이었다. 하지만 기획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법적 대처를 하거나 방송인으로서 안전을 보호받지는 못했다. 약 8년간 MCN 업계에서 일한 홍보 담당자 ㄴ씨 설명에 따르면 MCN은 연예기획사와 달리 소속 방송인과 ‘비즈니스 파트너십 계약’만을 맺는다. 콘텐츠 홍보나 유통, 행사 등을 통해 업무적인 협력은 하지만 명예훼손 등 방송인 개인의 신상에 관한 부분은 공조하지 않는다.

ㄴ씨는 과거 자신 역시 사이버불링으로 고민하는 한 스트리머에게 ‘일을 키우지 말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방송인들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실시간 소통을 하며 친구 같고 이웃 같은 친근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인터넷 이용자나 같은 업계의 유튜버를 고소하는 등 단호하게 대처하는 방향은 구독자들이 많이 떨어져나갈 수도 있고 해서 그다지 권장하는 편이 아니다.”

인터넷 스트리머들의 수익은 구독자에게서 나온다. 구독자들은 스트리머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청난 팬이 되었다가도 언제든 마음에 안 들면 구독을 취소할 수 있고 바로 돌변해 스트리머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스트리머들은 구독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개인 방송인의 취약성을 구독자들 역시 잘 알고 있다. 스트리머와 구독자들 사이에 갑을 권력관계가 형성된다.

대부분의 유튜버나 BJ, 스트리머들은 개인사업자 형태로 활동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해도 개인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악플, 협박, 신원 노출, 심한 경우 스토킹까지 홀로 감당해야 한다. 지난해 10월에는 아프리카TV에서 자신을 차단한 여성 BJ에게 ‘복수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한 시청자가 BJ의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BJ의 전화번호와 주소 모두 그 시청자에게 노출된 상태였다.

심양홍씨는 아프리카TV와 트위치에서 활동하는 게임 스트리머다. 그는 유명한 스트리머의 경우 성별과 관계없이 스토킹의 위험에 놓인다고 말했다.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의 경우 한 번에 5~6시간씩 생방송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사생활이 노출될 기회도 잦다. 방송 중 스트리머에게 걸려온 전화의 통화 내용을 통해 그의 집 주소가 노출되거나 스트리머가 게임 사이트에 로그인을 하는 중에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경우도 있었다. 먹방을 할 때 배달 음식을 받는 과정에서 전화번호가 알려져 폭탄 문자를 받기도 한다. 심씨는 “수천 명 되는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은 개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당히 심각한 일이다. 나 역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뻔한 적이 있는데 정말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인기 방송인들은 이사를 몇 번씩 하는 경우도 흔하다.” 심씨는 이용자나 스트리머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통해 수익을 얻는 플랫폼 역시 좀 더 적극적인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모니터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9월1일 해외에서는 트위치 스트리머들이 하루 동안 방송 파업을 했다. 이들은 #twitchdobetter(트위치의 더 나은 행동) 해시태그 운동을 통해 트위치가 방송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SNS 캠페인과 서명운동을 벌였다. 9월1일 파업 날, 평균 접속자 수가 1만명가량 감소했다. 트위치는 스트리머들의 요구에 응답하며 혐오 표현을 더 잘 감지하고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를 업데이트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악의적 행위를 기술적 해결책만으로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라며 그 한계를 호소하기도 했다.

여성현실연구소 권김현영 교수도 플랫폼의 규제만으로 큰 변화를 얻기는 힘들 거라고 말했다.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에서 스트리머와 구독자는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말들이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고 전에 없던 신조어들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런 고맥락화된 대화와 반응들을 기계적인 모니터링만으로 감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만 그는 정부기관 내에 명확한 책임을 지닌 규제의 주체는 필요하다고 보았다. “타이완의 디지털장관처럼 우리도 디지털 시민들의 권리와 안전을 위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통합된 부처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제 모두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디지털 시민이고, 시민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할 전문가가 필요하다.”

잼미가 처음이 아니었다. 끝도 아닐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행해지는 폭력은 가상 세계의 아바타를 공격해 로그아웃시키는 일이 아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이다. 누가 깨어진 유리창을 치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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