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애기섬. 여순 사건 당시 집단학살이 일어난 장소다.ⓒ노순택

지난 몇 년 사이 여수는 참 많이 변했다. 포장마차의 조명이 밤바다를 비추고 젊은 관광객이 그 바닷가를 채웠다. 수년 전 엑스포를 유치했던 오동도 인근은 잠시 잠깐 반짝였던 행사의 뒤끝을 조형물의 형태로 간직한 채 조금은 스산하다. 돌산도 해안은 원래의 투박한 바위에서 각종 숙박업소와 음식점과 카페로 바뀌었고, 바뀌고 있다. 여수 바다의 유려한 곡선은 이러한 변화를 맞이하며 지난 기억을, 아픈 상흔을 지우려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 해안도로를 달리던 자동차에서 내려 바다와 살이 닿은 지반에 발바닥을 대고 시선을 멀리하면 거기에 애기섬과 같은 작은 섬들이 보인다. 지금의 여수와 사뭇 다른 그것을 바라보며 ‘여순 사건’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도 있는 법이다. 희생자의 명복을 빈다.

기자명 사진 노순택·글 서효인(시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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