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면 왼쪽부터 신다인·정은자· 이재환·박용석 독자위원. ⓒ시사IN 조남진

12월3일 14기 독자위원 네 명이 편집국에 모였다. 정은자씨(58)가 가져온 잡지에 붙은 색깔 인덱스가 눈에 띄었다. 2년 전 교직에서 은퇴한 그는 언제부터 〈시사IN〉을 구독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랜 독자다. 의사로 일하며 학생을 가르치는 이재환씨(40)는 보건의료 분야에 관심이 많다. 울산 석유화학공장에서 안전관리 업무를 하고 있는 박용석씨(32)는 KTX를 타고 막 도착했다. 취업준비생인 신다인씨(25)는 지면에 고정적으로 ‘독자 리뷰’를 쓰고 있다. 이들은 4개월 동안 독자위원으로 활동하고 한 달에 한 번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다. 첫 모임에서는 제791~794호를 비롯해 평소 〈시사IN〉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을 공유했다.

〈시사IN〉이 재난 안전을 다루는 방식

신다인(신):제791호(이태원 참사 이후 첫 호)에서 문상현 기자의 글을 처음 배치해 신선했다. 이태원 근처에 살고 있고 거기에 사는 친구가 많아 이 사건에 더 몰입했던 것 같다. 커버스토리에 빨간색 대신 (추모의 의미로) 검정띠를 넣은 것도 좋았다. 외신 반응을 다룬 기사도 인상 깊게 읽었다. 외신 기자회견에서 총리가 말실수했다는 정도만 알았는데 다른 언론에서 어떻게 반응했으며 당시 현장이 어땠는지 알게 되었다. 데이터를 통해, 피할 수 있는 참사였다는 점이 명시된 부분도 좋았다.

이재환(이):〈시사IN〉이 ‘그래서 왜?’라는 질문에 더 깊이 들어가서 책임자는 누구이고, 방해하는 세력이 어디인지 끝까지 묻길 바란다. 정말 경찰서장, 소방서장 선에서 책임을 묻고 끝낼 수 있는 문제인지, 만일 대통령까지 책임져야 한다면 근거가 무엇인지 논리적이고 선명한 ‘소스’를 제공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 호도 관심 있게 봤는데 오히려 제793호 오지원 변호사의 글이 그걸 충족시켰다. 〈시사IN〉 기자가 본연의 역할을 생각하며 쓰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일본(아카시시 압사 사건)과 영국(힐즈버러 참사) 기사는 굉장히 좋았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참사가 있었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좀 더 긴 호흡으로 따라가주면 좋겠다.

박용석(박):화물차 안전을 짚은 기사는 발로 뛰는 한편 데이터를 활용해 조화가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산재 영역까지 짚었다. 안전관리와 관련된 일을 하는데, 상·하차장에서 안전관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지만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운행 중에 어떤 유형의 사고가 일어나고 비중이 어떻게 되는지 잘 짚어주었다.

:데이터로 분석한 화물차 안전 기사(792호)도 그렇고 연준의 금리인상을 다룬 기사(794호)도 그렇고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어린이들에 대한 기사(795호)도 그래프의 가독성이 떨어진다. 색깔도 비슷하고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프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의미를 전달하면서 페이지의 글과 연동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잡한 정보를 전달하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기사가 어려우면 그래프를 보는데 그래프도 복잡하면 그냥 넘기게 된다.

다루지 않은 것과 다뤄야 할 것

:문화면이 책 위주로 다뤄지다 보니 아쉽다. 음악이나 공연 쪽은 쓰기가 어렵다고 해도 미술은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예술가, 작품, 전시 등 활용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으니 소화해볼 수 있지 않을까.

정은자(정):〈시사IN〉에서 소개하는 책은 빌려서 본다. 지금도 읽고 있다. 신간 소개도 눈여겨본다. 〈한겨레〉도 읽는데 거기서 다루는 책과 비슷한 책이 소개되는 것 같다.

:〈시사IN〉의 책 소개 뉴스레터를 잘 읽었는데 왜 중단됐는지 궁금했다. 한국 문화 하면 케이팝을 빼놓을 수 없는데 최근에는 BTS 병역 문제 말고는 다룬 적이 없는 것 같다. 외국인 멤버로만 구성된 아이돌이 나오기도 했고 문화면에서 분석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 기사(792호)가 유용했다. 백신을 왜 맞아야 하고 후유증은 없는지 정보를 얻을 데가 매체밖에 없다. 유튜브는 알고리즘 때문에 편향되거나 듣고 싶은 정보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이후의 교육’ 관련 기사를 눈여겨본다. 팬데믹이 아동에 미친 영향에 대한 기사가 실렸는데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올해 전면 등교를 했는데 팬데믹 2년 동안 학교 현장은 완전히 무너졌다. 아이들과 학부모 모두 적응하기 힘들어한다. 교육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나중에 사회적으로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후속 연구가 있으면 꼭 다뤄주면 좋겠다.

:요즘 전반적으로 어디까지 말할지, 어디까지 주장할지 고민이 많은 것 같다.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얘기할 때 한 발짝 떨어져 말하는 것 같은데 요즘 같은 세상에서야말로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좀 더 세게 말해도 되지 않을까? 앞서 말한 기사에도 부모의 경제력에 대해 언급하고 지나가는데, 재난은 불공평하게 오고 저소득층이 훨씬 힘들었을 거다. 경제력의 차이에 대한 문제가 어떻게 심화되어왔는지 더 보여줄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후위기에 관심이 있는데 (미국과 프랑스의 기후위기 저널리즘에 대한 기사를) 생각보다 흥미롭게 읽지 못했다. 언론사들만의 이야기라 ‘나와 다른’ 영역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연속으로 나오니까 어느 순간부터 덜 읽게 되었다.

:탐사보도를 하는 해외 매체를 꾸준히 보여주는 게 괜찮은 것 같다. 언론매체 간 (빈부)격차가 심하고 사라져가는 언론사도 있는데 외국에서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으며 작은 언론사도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취재원의 다양성을 확보하려면

:제793호에서 보호관찰소를 다룬 포토IN이 좋았는데 문제 제기만 있고 그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이 없어서 좀 아쉬웠다. 같은 호 커버스토리 ‘화물차 안전 해법이 있다, ‘비용’ 치를 준비는 없다’ 기사를 읽으며 가슴을 쳤던 게 공공의료와 똑같다. 해법은 있지만 아무도 비용을 치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니까 병원이 안 생기고 생기더라도 적자로 곧 문을 닫는다. 적절한 기사였다고 생각한다.

:안전 관리를 하려면 결국 비용과 인력, 설비투자가 같이 가야 하는데 비용이라고만 뭉뚱그려서 이야기한 부분이 좀 아쉬웠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실마리가 제시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령 원청을 화주업체라고 하는데 거기가 져야 될 부담은 어느 정도일지, 또 사회가 져야 하는 부담은 어디까지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같은 호 용혜인 의원의 인터뷰에서도 비용(유족 위로금)이 언급된다. 현 정부가 비용을 말하면서 유가족을 고립시키고 있어서 관련된 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즈음 SNS에서도 유족을 비판하는 글이 많이 보였다. 그러던 차에 읽었고 필요한 기사였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주노동자를 다룬 기사(‘찾아가는 이주노동자 인권버스’)가 나오는데 우춘희씨가 쓴 〈깻잎 투쟁기〉에 나오는 단체와 겹치는 것 같다. 책보다야 디테일하지만 (〈시사IN〉 다른 기사에서도) 언급되었던 단체라 다른 곳을 파봤으면 어땠을까 싶다. 울산을 예로 들면 하청업체가 많고 여기서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일한다. 정착해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공공의료 분야 취재원도 한정적이다. 물론 해당 취재원도 좋은 말을 하지만 반대쪽 이야기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만일 그 분야의 지형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면 전체 지형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