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대학
대니얼 카포위츠 지음, 장상미 옮김, 유유 펴냄

“제 삶. 대학. 달라질 수 있어요.”

교도소에서, 범죄자에게, 그냥 수업도 아닌 대학 수업을? 아직 한국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이다. 20년 넘게 ‘교도소 대학’을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저자는 뉴욕 바드 교도소 내의 바드칼리지에서 법과 인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바드칼리지는 그저 이름만 흉내 내는 그럴싸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실제로 2년제 지역 전문대학 졸업 학위인 준학사 혹은 4년제 대학의 학사학위를 얻을 수 있는 과정이다. 저자는 오랜 시간 온갖 적대적인 말과 회의적인 통념을 마주해왔지만 여전히 흔들림 없이 말한다. “교도소 대학이 사람을 변화시킬까? 나는 확실히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그의 근거다.

 

 

 

 

 

보노보 핸드셰이크
버네사 우즈 지음, 김진원 옮김, 디플롯 펴냄

“날 믿어. 당신도 틀림없이 보노보를 사랑하게 될 거야.”

보노보는 침팬지와 비슷하게 생겼고 침팬지처럼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이지만, 엄연히 서로 다른 종이다. 보노보를 연구하려는 진화인류심리학자와 결혼한 저자는 어쩔 수 없이 콩고민주공화국으로 향한다. 현재 1만~2만 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인 보노보는 콩고에서만 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콩고에 가는 게 ‘일생일대 최악의 실수’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곧 남편보다 보노보와 더 깊은 사랑에 빠진다. 암컷이 다스리는 보노보의 모계사회는 ‘아무리 작은 갈등이라도 항상 반드시 해결해나가며 모두 하나가 되어 평화롭게 살아간다’. 두껍지만 딱딱한 과학책이 아니라서 술술 읽힌다.

 

 

 

 

 

복지의 문법
김용익 외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우리는 ‘경제정책의 관점에서 사회정책을 바라보는’ 방식에 매우 익숙하다.”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은 국가를 운영하는 두 톱니바퀴다. 이 두 톱니바퀴가 서로 잘 맞물려 돌아가야 경제가 건강하게 순환되고 사회 부문에서 필요한 혁신도 이루어진다. 그러나 지금껏 대한민국 정책의 역사는 그러하지 못했다. 지나치게 경제정책 중심으로 국가가 운영돼왔다.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정부, 가난한 국민이 탄생한 배경이다. 저자들은 20여 년간 국정에 직간접으로 참여해온 사회정책 전문가들로서 ‘사회정책 관점에서 경제정책을 바라보는’ 접근법을 택했다.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등 ‘개별적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오래된 난제들을 통합적이고 심도 깊게 파고들었다.

 

 

 

 

 

베버리지 보고서
윌리엄 베버리지 지음, 이혜경·장우혁 옮김, 김윤태 엮음, 사회평론아카데미 펴냄

“‘궁핍’은 재건 도상에 있는 ‘5대 거악’ 중 하나일 뿐이다. 나머지 거악은 ‘질병’ ‘무지’ ‘불결’과 ‘나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복지국가를 상징하는 슬로건이다. 윌리엄 베버리지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12월, ‘사회보험과 관련 서비스’를 주제로 발표한 영국 정부 공식 문서(베버리지 보고서)의 핵심적 내용이기도 하다. 영국 복지제도는 물론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 복지국가의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이 보고서가 80년 만에 번역·출간되었다. 한국어판은 ‘베버리지 보고서’ 가운데 핵심을 소개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우리 사회에 유용한 내용을 선별해 번역했다고 한다. 대학 강의와 언론 기사에서 수없이 인용되어왔으나 그 실체를 직접 접한 사람은 드문 고전을 읽어볼 수 있는 기회다.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
임소연 지음, 돌베개 펴냄

“이 이야기는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도, 성형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폭로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과학기술학 연구자인 저자는 2008년부터 3년간 서울 청담동 한 성형외과에서 코디네이터로 근무했다. ‘성형 대국’이라는 수식어가 쏟아질 때였다. ‘어째서 성형수술의 동기에만 관심이 있고, 성형수술의 과정과 결과에는 관심이 없지?’ 성형수술을 받는, 혹은 받을 수 있는 여성들에게 자원이 되는 연구를 하고 싶었다. 저자는 직접 성형수술을 받았다. 성형수술은 수십 년 동안 자기 몸과 맺어온 관계를 뒤흔드는 사건이었고, 무엇보다 간호사의 노동과 가족의 돌봄을 필요로 했다. ‘괴물’과 ‘미인’을 가르는 기준은 더없이 얄팍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추상적 의미에서의 ‘몸’을 넘어 구체적 현실로서의 ‘살’ 이야기다.

 

 

 

 

 

농담, 응시, 어수선한 연결
김슬기 글, 김지수 말, 가망서사 펴냄

“저는 장애가 세상을 바꾸는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김지수씨는 연출가·극작가·배우이자 극단 애인의 대표다. 2003년부터 장애인 극단에서 연극을 했고 2007년 ‘애인’을 창단했다. 공연예술 연구자인 저자와는 장애 연극의 창작자와 연구자로 만났다. 저자가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3년간 열 번에 걸쳐 구술을 채록했다. 장애 연극인으로서 그의 삶과 경험에 기댄 책이다. 극단 애인은 15년간 길을 찾느라 분주했다. 정체성을 장애인으로 환원해버리는 시선, 장애인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는 기대에도 대응해야 했다. 저자는 장애 연극인을 예술가가 아니라 ‘장애인의 인정투쟁’이라는 격리구역 안에 묶어두고 싶은 게 아닌지 묻는다. 공연계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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