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식물은 함께 살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안희제 제공

한 달 동안 친구네 집에서 해일이라는 고양이를 돌보며 살고 있다. 고양이를 집에 들인 지 3년 만에 해외여행을 가는 친구는 하루도 자기와 떨어져본 적이 없는 고양이가 많이 걱정되었고, 이미 다른 집에서 고양이를 돌본 경험이 여럿 있는 나에게 연락해왔다. 이전에 고양이를 보살펴본 경험을 떠올리며 크게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해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가장 큰 문제는 식물을 데려올 수 없다는 점이었다. 아침마다 식물들을 훑어보고 흙이 마른 곳에는 물을 주고, 너무 길어버린 가지는 잘라주는 것이 나의 루틴 중 하나인데, 고양이와 식물은 함께 살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어찌 보면 다소 이상한 일이다. 동네 고양이들은 풀숲에서 자기도 하는데.

친구는 어떤 식물이 고양이에게는 해롭기도 하고, 고양이가 식물을 뜯어먹거나 화분을 넘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식물은 데려오지 않는 편이 서로에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특정한 꽃은 고양이를 죽일 수도 있다고.

자세히 더 알아보지는 않았다. 남의 집에 와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기에 모든 위험 요소를 차단했다. 이전에 고양이를 돌봐준 집에서는 레몬을 기르고 있어서 레몬은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이 고양이가 화분을 넘어뜨릴지 그러지 않을지는 또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게다가 이 집은 원룸이라서 고양이가 접근할 수 없는 곳을 따로 구획하지도 못한다.

얼마 전 만난 다른 고양이 집사도 자신이 식물을 기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사실 고양이들은 풀 냄새를 맡는 것을 좋아해서, 흙과 풀이 생기면 고양이에게는 좀 더 좋은 환경이란다. 그러나 화단이나 숲에 있는 흙과 달리, 화분의 흙은 사방으로 엎어지고 흩어질 수 있다. 따라서 고양이와 화분을 함께 두는 일이란 집을 관리하는 처지에서는 큰 위험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이분법들을 발견한다. 고양이 입장에서 좋은 것과 나쁜 것, 사람의 입장에서 깨끗한 것과 더러운 것, 식물의 입장에서 안전한 것과 위험한 것. 어떤 식물은 고양이에게 좋고, 어떤 식물은 그렇지 않으며,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이 식물에게는 위험할 수 있으며, 고양이와 식물이 만날 때 생기는, 흙이 쏟아지는 등의 어떤 사건은 사람에게 귀찮고 더러울 수 있다. 사람과 고양이와 식물이 만나는 지점에서 발견되는 이런 이분법들은 말끔하게 어우러지지 않는다. 사람에게 깨끗한 것이 고양이에게는 나쁜 것일 수 있고, 식물에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일 수 있는 것처럼. 그렇게 사람과 고양이와 식물은 원룸에서 충돌한다.

다큐멘터리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어느 거대한 아파트 단지를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그곳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의 삶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려낸 작품이다. 나는 여기서 아파트 단지 내의 화단에서 고양이와 사람, 그리고 식물이 함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람에게 편하게 만들어진 도시의 틈에서 가능한 어떤 공존의 모습. 궁금해진다. 그런 다종 간의 공존은 하나의 방 안에서 어떻게 가능할까. 하나의 방에서 공존을 꿈꾸는 일은 가능한가, 혹은 좋은 일인가.

날이 추워진다. 화단에 내놓은 레몬 나무들은 다시 집으로 들였을 것이다. 집에 두고 온 식물들을 걱정하며, 서로 다른 종의 존재들이 공존할 수 있는 적절한 형태의 ‘집’이란 어떤 모습일까 궁리한다.

기자명 안희제 (작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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