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은 불편한 일이다. 노동조합법의 파업 관련 규정을 보자. ‘쟁의행위라 함은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법에 나온 대로,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이니 누군가는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지하철 노조가 파업하면 승객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시민의 발을 볼모로 파업한다’는 식의 표현은 동어반복일 뿐이다. 불편하지 않은 파업은 없다. 개별 노동자의 힘이 사용자보다는 약하니 단체를 만들어(단결권) 협상하고(단체교섭권) 파업 등의 권한(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헌법에서 규정한 게 아닌가.
11월24일 화물연대의 파업을 보자.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지난 6월,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제 대상) 차종·품목 확대’를 요구했다. 안전운임제는 적정 운임을 보장함으로써 과적·과속을 줄여 안전운행을 하게 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2020년부터 컨테이너, 시멘트 운송에 한해 도입되었다. 3년 시한의 ‘일몰 조항’이다. 별다른 조치가 없으면 올해 12월 말 폐지되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지난 6월 파업 때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품목 확대 등을 논의한다’고 노조와 합의했다.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인데, 국회에서는 안전운임제에 대해 단 한 번 논의하고 말았다. 정부·여당은 ‘품목 확대 없이 일몰제 3년 연장’을 발표했고, 화물연대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6월의 약속’은 누가 지키지 않은 것인가. 정부·국회가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물류를 볼모로 파업’ 따위의 동어반복 말고, 6월의 약속이 잘 지켜졌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한 11월24일. 포털에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비공개 행사’ 사진이 공개되었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 배우자 레이첼 루토 여사와 대화하는 사진이다. 최근 김건희 여사의 ‘비공개’ 활동이 입길에 올랐다.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의 프놈펜 심장질환 소년 ‘비공개’ 방문 일정과 관련해 ‘조명을 사용해 사진을 찍었다’고 주장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형사 고발하기도 했다. 비공개 일정이 연이어 공개되고 논란이 따라붙는 걸 보면서 지난해 12월26일의 ‘어떤 약속’을 떠올린다.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다’는 약속. 김건희 여사는 ‘12월의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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