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풍경을 볼 때는 직관을 믿으면 안 된다. 나른한 자세의 천정배 의원(민주당)과 여유 있는 취재진의 얼굴(오른쪽). 거기까지만 보면 화기애애한 기자간담회 같다.

잠시만 직관을 누르고 천 의원 뒤쪽의 문패를 보자. 627호. 문방위 회의실. 전쟁터다. 미디어법을 둘러싸고 해를 넘긴 전투가 벌어진 곳이 저기다. 그러고 보니 달라 보인다. 천 의원의 모습이 마치 장판교를 홀로 지키고 선 장비 같다. 물론 누구는 조조군의 눈으로 또 누구는 유비군의 눈으로 볼 때 그렇다는 얘기다.
직관을 배신하는 풍경은 또 있다. 7월17일 국회 본회의장(위). 텅 비었다. 전날까지 사상 초유의 본회의장 동시 점거라는 ‘의 좋은’ 모습을 보였던 두 당은 제헌절을 맞아 일단 점거를 풀기로 신사협정을 맺었다.

글쎄, 신사가 아니어서 그랬을까. 자세히 보면, 사진 가운데 시계 아래, 부스 안에 두 사람이 보인다. 한나라당 의원이다. 사진에 잡히지 않는 반대편에는 민주당 의원도 있다. 이쯤 되면 어떤 경우에도 견제와 감시를 멈추지 않는 여야 관계의 모범을 봤다고 박수라도 쳐야 할 것 같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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