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에서는 선수와 볼의 위치를 파악하는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SAOT)’이 도입된다. ⓒFIFA

2022 카타르월드컵 개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본선에 참가하는 세계 각국 대표팀은 마무리 점검에 한창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출할 본선 최종 엔트리도 속속 공개될 예정이다. 한국 대표팀은 11월11일 아이슬란드를 상대로 출정식을 겸한 최종 평가전을 치른 뒤 11월12일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다. 지구촌이 서서히 월드컵 무드로 무르익어가는 시간, 이번 월드컵을 좀 더 특별하게 즐길 수 있도록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이번 월드컵은 여러모로 색다르다. 우선 월드컵으로 연상할 수 있는 시공간의 이미지가 달라진다. 중동에서 열리는 첫 월드컵이라 그렇다. 월드컵은 보통 6월에서 8월 사이에 치러졌지만 개최국 카타르는 여름 월드컵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다. 삼면이 바다인 데다 사막기후다. 한여름에는 체감온도가 50℃까지 올라간다. 덜 더운 11월 말에 개최하는 이유다. 카타르의 겨울 평균기온은 24℃에서 26℃ 사이다. 카타르 리그를 경험한 대표팀 출신 구자철은 “낮에는 조금 덥고 해가 떨어지면 선선해 축구하기에 좋은 날씨”라고 전한다. 결승전 날짜는 12월18일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절정으로 끌고 갈 이벤트다.

이번 월드컵은 32개국으로 본선을 치르는 마지막 대회다. 현행으로는 본선 참가국이 최소 3경기, 최대 7경기를 치른다. 다음 대회인 2026 북중미(미국·캐나다·멕시코) 월드컵부터는 본선 참가국 수가 48개국으로 늘어난다. 조별 리그는 팀당 2경기씩 치르고 32강부터 녹다운 토너먼트로 돌입하는 방식이다. 본선에 진출해 2경기 만에 짐을 쌀 수도 있다. 다음 월드컵에서는 “우리의 목표는 32강 진출입니다”라는 각오를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즐기자. 이번 대회에는 3경기가 보장되어 있다. 우리와 같은 조에 속한 팀은 우루과이·가나·포르투갈이다. 아군과 적군을 떠나, 어떤 대진이라도 그 자체로 수준 높은 경기를 기대할 수 있는 조 편성이다.

판정의 정확성을 돕는 기술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2014 브라질월드컵부터 보조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2014년에는 호크아이(골라인 판독), 2018년에는 VAR(비디오 판독)을 도입해 오심을 방지했다. 한국도 VAR 덕을 봤다. 독일전에서 추가시간에 나온 김영권의 골이 오프사이드 의심을 받았다가 VAR을 통해 득점으로 인정받았다. 이번 대회에서 기술 보조 시스템은 한 발짝 더 나아간다. AI를 활용한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SAOT)’을 도입한다. 일종의 추적 기술이다. 경기장 지붕 아래 추적 카메라 12대를 달고, 선수와 볼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오프사이드 여부를 판단하는 시스템이다. 선수의 몸에는 29개 포인트를 설정해 초당 50회 캡처한다. 이렇게 전송된 데이터들이 “골로 인정되지 않는 이유”까지 제시하는 근거가 된다. 마라도나 ‘신의 손’ 논쟁 같은 역사는 말 그대로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게 됐다.

메시, 이번에는 꿈 이룰까

이제 축구 그 자체로 시선을 돌려보자.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은 이번에도 최고의 전력으로 나선다. 남미 예선을 치르는 동안 ‘최다 득점-최소 실점’을 유지하며 조기 본선행을 확정했다. 전방의 네이마르부터 골문 앞 알리송 베케르까지 틈을 찾기 힘들다. 전 포지션에 걸쳐 세계적인 선수를 2배수 채울 수 있는 팀이다. 개개인의 기량이 뛰어나지만 조직력이나 전술적인 완성도도 높다. 치치 감독 체제 7년 차의 힘이다.

브라질을 제외하면 역시나 유럽세다. 전 대회에서 ‘젊은 피’를 앞세워 우승했던 프랑스에는 경험이 추가됐다. 지난 대회 ‘라이징 스타’에서 이번 대회 간판스타가 된 킬리안 음바페의 성장은 말할 것도 없고 카림 벤제마까지 복귀할 전망이다. 프랑스는 우승국 징크스(전 대회 우승팀은 다음 대회에서 부진)를 떨칠 수 있을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름은 독일이다. 2014년 우승 팀 독일은 2018년 조별 리그에서 부진을 거듭하다 탈락했다. 독일이 월드컵 징크스 희생양이 되는 데에 한국이 한몫했다. 절치부심 독일은 이번 대회에서 명예 회복을 노린다. ‘황금 세대’의 마지막과 서막을 예고하고 있는 벨기에와 네덜란드, 해리 케인이 이끄는 잉글랜드도 우승 후보다.

그러나 사연으로 풀자면 아르헨티나만 한 팀이 없다. 정확하게는 리오넬 메시의 마지막 꿈에 관심이 쏠린다. 사실 기량으로는 2010년대가 메시의 정점이었다. FC 바르셀로나 시절 메시는 거의 매주 골망을 흔들었고, 공간과 길을 창조하는 기술을 선보이며 ‘신계 선수’로 추앙받았다. 세계 축구를 발아래 두던 그에게 유일한 결핍은 월드컵 트로피였다. 2014년 월드컵 결승에서 독일에 패해 준우승에 그친 날, 메시가 라커룸에서 우는 소리가 너무 비통해 동료들의 가슴을 찢어놓았다는 증언도 있다. 10대 시절 역경을 딛고 등장한 천재는 이제 36세가 되어 자신의 다섯 번째 월드컵에 참가한다. 늘 그렇듯 단단하고 작은 체구로 조국의 거대한 기대와 열망을 담는다. 급속도로 산업화한 월드컵에 아직도 낭만이 남아 있다면, 이번 대회 마지막 주인공은 메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월드클래스’ 손흥민 선수의 활약이 기대된다. ⓒ연합뉴스

찬란한 이름들의 득점왕 경쟁도 개봉 박두다. 지난 대회 득점왕에 오른 해리 케인(잉글랜드)을 비롯해 음바페(프랑스), 네이마르(브라질), 로멜루 루카쿠(벨기에)가 팀과 함께 타이틀 도전에 나선다. 도르트문트와 뮌헨을 거쳐 바르셀로나에서도 골몰이 중인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폴란드)는 현재 득점 컨디션이 가장 좋은 공격수 중 한 명이다. 물론 이번에도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여러 의미로 대척점에 선 두 천재의 대결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통계상 대회 득점왕이 되려면 최소한 4강에 진출해야 한다. 경기 수가 많을수록 득점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32개국 체제로 치러진 1998년 이후 일곱 차례 대회에서 득점왕에 오른 선수 중 6명이 모두 4강 이상의 성적을 낸 팀에서 나왔다.

그런가 하면 ‘하드캐리형’ 스타들이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도 관심사다. 축구 세상에는 종종 조국의 이름보다 더 큰 이름들이 등장한다. 조국의 전쟁까지 중단시킨 드록신(디디에 드로그바)의 영향력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선수 한 명이 팀을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지 확인하는 사례는 심심찮게 나온다. 이번 대회에서 그런 기대감을 모으는 팀은 대한민국이다.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손흥민은 이미 월드클래스다. 최근 레알마드리드 이적설이 흘러나오는데, 스페인과 잉글랜드 현지발 소식이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통상 월드컵 시즌 이적 시장에서는 ‘빅 사이닝’이 이뤄진다. 이적 성사 여부와 별개로 빅클럽이 주시하는 선수라는 사실은 월드컵에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전방에 손흥민이 있다면 후방에는 김민재가 있다. SSC 나폴리(세리에A)에 이적하자마자 적응을 마치고 세계 최고 센터백 대열에 올랐다. 두 선수의 존재만으로 한국은 H조의 다크호스로 지목되고 있다. 그 밖에 웨일스의 가레스 베일, 덴마크의 크리스티안 에릭센도 ‘솔로 쇼’를 기대할 만한 스타다. 2026 북중미월드컵을 준비 중인 3국의 간판스타들도 눈여겨보자. 크리스천 풀리식(미국), 기예르모 오초아(멕시코), 앨폰소 데이비스(캐나다)의 활약상에 다음 대회 흥행이 걸려 있다.

세계 최고 센터백 대열에 올라선 김민재 선수. ⓒ연합뉴스

 

기자명 배진경 (전 ⟨포포투⟩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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