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우익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REUTERS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51)의 변덕에 출렁이던 소셜네트워크 트위터가 마침내 안착할 조짐이다. 머스크가 지난 4월 440억 달러(약 62조원)에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발표했다가 7월 전격적으로 인수 철회를 밝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10월4일 이를 번복하고 원래대로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향후 트위터는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되리라 보인다. 트위터는 머스크 인수설이 난항을 겪으면서 2분기에 2억7000만 달러(약 3800억원) 손실을 입었다.

당장의 관심사는 머스크가 법정 시한인 10월28일까지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여부다. 전문가들 대부분은 이번만은 그의 인수를 기정사실로 본다. 지난 7월 머스크가 인수 파기를 선언한 이유는 ‘트위터가 가짜 계정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당시 머스크 측 변호인단은 스팸(가짜) 계정이 계약의 해지 사유인 ‘중대한 부정적 영향’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위터 측은 머스크가 달라는 정보를 모두 제공했다는 입장이어서 재판 과정에서는 이를 입증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트위터 측은 머스크가 스팸 계정을 문제 삼은 것은 핑계에 불과하고, 실은 주식시장의 침체로 머스크가 너무 비싸게 트위터 주식(주당 54달러 20센트)을 매입한 것을 뒤늦게 후회해 인수를 번복했다고 본다.

전문가들 대부분은 스팸 계정을 입증하기 어렵게 된 마당에 질 게 뻔한 재판을 강행해봤자 체면만 구기고, 패소 시 법원 명령으로 인수계약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자 머스크가 재인수 쪽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자산관리업체인 웨드부시 증권사의 분석가 댄 아이브스는 〈워싱턴포스트〉에 “머스크가 인수로 돌아선 것은 재판을 해봐야 이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걸 인식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말했다.

사건을 담당한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의 캐슬린 매코믹 판사도 머스크의 인수 의사를 존중해 당초 재판 일정을 취소하고 10월28일까지 인수를 완료하도록 명령했다. 트위터 측은 머스크가 10월4일 재인수 의사를 밝히자 10월10일까지 인수를 완료하지 않으면 17일로 예정된 재판을 강행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매코믹 판사는 이를 거부하고, 대신 머스크에게 10월28일까지 시간을 더 주고 인수를 마무리하도록 했다. 컬럼비아 대학 법대 조하르 고센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만일 머스크가 또다시 장난을 친다면 그 대상은 트위터가 아닌 담당 판사라 문제가 심각해진다. 머스크가 사실상 모든 퇴로를 막은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툴레인 대학 법대 앤 립턴 교수는 CNN에 “막판 변수는 그가 인수자금을 10월28일 이전까지 확보할 수 있느냐이다”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44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인수자금과 관련해 모건스탠리를 포함한 7개 금융기관에서 130억 달러(약 18조원)를 빌리고, 나머지는 자신의 테슬라 주식 일부를 처분한 돈(약 154억 달러)과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 등 일부 개인투자가에게 돈을 빌려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당초 지난 4월 머스크에게 돈을 빌려주기로 했던 해당 금융사들이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머스크는 이를 일축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해당 금융기관이 약정대로 자금을 제공할 경우 채권시장 악화로 5억 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CNN은 ‘금융권 자금조달이 실패할 경우 매코믹 판사는 머스크가 독자적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하도록 판결할 가능성까지 있다’고 관측했다.

대선에서 정치 선전장이 될 우려 커져

현재 정지 상태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AFP PHOTO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면 포맷이나 운용 방식 등에서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는 지난 4월 트위터 인수 선언 당시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고 인터넷상에서 누구든 아무런 제한 없이 트위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무제한 언론 자유를 표방했다. 가장 먼저 눈여겨볼 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포함해 트위터에서 퇴출당한 공화당 극우 인사들이 복귀 여부다. 머스크는 자신의 정치 색깔을 ‘중도주의자(centrist)’로 밝히고, 트위터를 우익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친절한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따라서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면 트럼프의 복귀를 허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재임 시 트위터를 애용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6일 미국 의회가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트럼프 추종자들에게 점거되자 이틀 뒤 트위터 측에 의해 계정 사용이 영구 금지됐다. 이에 반발해 트럼프는 ‘Truth Social’이란 ‘짝퉁’ 트위터를 만들었지만 사용자는 극히 저조하다. 〈마켓워치〉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일일 사용자는 고작 51만3000명. 트위터의 일일 사용자 2억1700만명에 견주면 비교 자체가 안 된다. 트럼프는 설령 트위터가 자신의 계정을 살려도 복귀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트럼프뿐만 아니라 앨릭스 존스, 머조리 그린, 로저 스톤, 마이크 페노비치 등 친트럼프 극우 인사들의 복귀도 시간문제다.

우익 인사들이 대거 복귀해 트위터가 이들의 정치 선전장으로 전락할 경우 2024년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트위터가 지금처럼 정치 및 언론에 버금가는 기능을 수행한다면 머스크가 2024년 대선에서 공화·민주 양측의 양극화를 부추기는 중심인물로 떠오를 수 있다. 2024년 대선은 머스크 선거가 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머스크가 표현의 자유를 명목으로 양극화와 혐오, 폭력 등을 부추길 수 있는 내용까지 가감 없이 허용할 경우 그간 이를 배제하기 위해 노력해온 트위터 직원들의 저항에 직면하거나 트위터 직원이 대거 이직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머스크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 이용자가 아닌 정부 혹은 기업 고객에 대해선 유료화를 도입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머스크는 별 인기가 없는 월 5달러 유료 서비스 ‘트위터 블루’를 폐지하고, 트위터에서 지불 서비스, 쇼핑, 예약 등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앱(일명 X프로젝트)을 향후 3~5년 내에 만들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알려졌다.

파라그 아그라왈 최고 경영자를 비롯한 경영진의 대거 퇴출도 점쳐진다. 〈뉴욕타임스〉는 머스크가 현 경영진이 자신의 비전을 실천하기엔 “취약하고 효율적이지 못하다”라고 판단해 인수 뒤 이들을 축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자명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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