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8일 여성단체 회원들이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연합뉴스

국정감사 시즌이 열리면 의원실·피감기관 직원들만 바쁜 게 아니다. 기자들에게도 ‘장이 서는’ 시즌이다. 의원실마다 피감기관에 자료를 요청하고, 여러 이유로 제출을 꺼려하는 자료를 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 국감 자료(주로 수치)를 보기 좋게 가공해 보도자료로 내보낸다. 그래서 국감 시즌에는 전자우편함이 넘쳐난다. 십몇 년 전에 정치팀 기자를 했던 내 메일함에도 ‘의원실’에서 보낸 보도자료가 수북하다. 관심 있는 주제의 자료는 당장 기사로 쓰지 않더라도 보관해둔다. 국감 시즌이 아니면 찾기 어려운 가장 최근의 수치에서 한국 사회를 읽는다. 기사의 아이디어도 얻는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도 윤건영 의원실을 통해 〈시사IN〉이 단독 입수한 엑셀 파일에서 시작되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직종별·직급별 남녀 직원 수와 임금이 담겨 있었다. 29개 업종 총 2553개 기업의 자료(2021년 기준)가 한 파일에 들어 있었다. 처음 공개되는 자료다. 2주 동안 변진경 기자와 주하은 기자가 이 파일에서 주요 업종별로 고용 규모가 큰 기업들을 중심으로 100곳을 추려냈다. 한국 사회의 남녀 임금 격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남녀 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로 꼽힌다. 2000년 OECD  평균의 남녀 간 임금 격차는 18.1%, 한국은 41.7%였다. 2020년 한국의 남녀 간 임금 격차는 31.4%로 크게 감소했지만, OECD 평균인 12.5%(2019년 기준)와는 여전히 차이가 컸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남녀 임금 격차 부문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평균’이 그렇다. 변진경 기자에 따르면, ‘평균’으로는 드러나지 않던 남녀 고용·임금 격차가 커버스토리에 담긴 자료 곳곳에서 목격된다. 업종별, 규모별, 직급별, 직종별로 남녀 고용·임금에서 차이가 크다. 기업들은 왜 격차가 발생했는지 고용노동부에 그 이유를 밝혔는데, 그 내용도 업종별로 다르다. 두 기자가 숫자 무더기에서 ‘남녀 임금 격차’의 지형도를 건져냈다. 찬찬히 읽어주시길 청한다.

한 가지 더 알아두어야 할 대목이 있다. 고용노동부가 시행규칙을 개정해 직종별·직급별로 나누어 제출하던 성별 임금 정보를 내년부터는 전체 남녀 평균만 제출하도록 했다. ‘기업들이 부담을 느낀다’는 이유에서다. 평균으로 뭉뚱그리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워진다. 디테일한 숫자가 가려진다고 해서 ‘OECD 꼴찌’의 불명예가 가려지는 게 아니다.

기자명 차형석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