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범죄 분야에 전문성 있는 검찰이 도로 수사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연합뉴스

언젠가부터 ‘마약 청정국’이라는 말은 부정적 맥락에서만 쓰인다. 이제는 수사 당국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체감하고 있다. 연예인 마약 사건이 주기적으로 드러나면서다. 그런데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 마약 범죄 수사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 못하게 법이 바뀌어 마약이 더 창궐한다는 것이다. 사실일까.

검찰 수사권 축소를 규정한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대한 법무부의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에서 이 논지가 나왔다.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는 그래프를 제시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시행된 2021년 마약 범죄 적발 인원이 2020년보다 11% 줄었다는 자료다. 차 검사는 “도둑을 못 잡으면 도둑이 없는 것인가? 안 잡혔기 때문에 안전한 것 같은 착시가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2020년 개정된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은 가액 500만원 이상의 마약 밀수 범죄만 직접 수사(인지 수사)할 수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지난 9월10일 시행령(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고쳐 수사 범위를 넓혔다. 마약 유통 범죄도 검찰이 수사할 수 있게 됐다. 8월11일 시행령을 입법예고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무력화하는 시행령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서민을 괴롭히는 깡패, 마약 밀매, 보이스피싱 수사를 도대체 왜 하지 말아야 하는가”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경찰보다 마약 수사에 유리하다. 구조적 원인이 있다. 전국 60개 검찰청에는 마약 수사 전담 검사 93명, 전담 수사관 252명이 있다. 국제공조 수사 업무도 검찰이 해왔다. 대형 조직범죄를 다뤄온 경험도 경찰보다 풍부하다. 검찰 출신 법조인은 이렇게 말한다. “검찰에는 입사 이래 마약 분야만 담당하는 이들이 많다. 경찰은 순환보직이다. 마약 수사는 범죄 특성상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데 검찰보다 경찰이 달릴 수밖에 없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인력을 옮기면 된다”라고 반박한다. 서 교수 역시 수사권 조정 이후 ‘인력 매칭’ 문제가 있을 수는 있다고 말한다. 경찰은 수사 업무가 늘어 과부하가 걸려 있고, 검찰은 뽑아놓은 인력의 일이 이전보다 줄었다. 그러나 서 교수는 ‘그러니 검찰도 수사하게 해달라’는 요구는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보기에 검찰의 기소·수사 독점을 약화하는 것은 이미 관철된 입법자의 의지로, ‘상수’다. 개정된 법에 따라 검찰 인력을 경찰로 옮겨 해결할 문제이지, 입법을 시행령으로 뒤집을 사안이 아니라는 게 그의 말이다. “여성가족부를 없애 보건복지부 산하로 옮기는 건 되는데 수사관은 왜 못 옮기나”라고 서 교수는 덧붙였다.

그런데 마약 수사에 밝은 이들은 ‘인력의 전문성’ 외에도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검찰이 마약 수사에서 활용하는 가장 날 선 칼은 ‘플리바겐(plea bargain)’이다. 수사에 협조한 범죄자의 형을 깎아주는 것이다. 한국 사법제도는 공식적으로 플리바겐을 인정하지 않는다. 검사의 ‘거래 제안’에 속아서 한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판례도 있다. 하지만 타인의 죄를 제보한 범죄자의 구형을 낮춰주는 일은 흔하다. 재판부도 양형에 고려한다.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의 김희준 대표변호사는 마약 수사 전문 검사로 이름을 알렸다. 드라마 〈수리남〉 속 마약왕의 모델이 된 인물을 수사·기소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플리바겐이 마약 수사에서 활용되는 원리를 이렇게 말했다. “기본적으로 마약 범죄는 연결되어 있다. 하선(아래 단계, 투약자)을 수사하기 시작해 점차 상선(위 단계, 공급자)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상선부터 시작해 하선을 잡고, 그 하선에서 다시 또 다른 상선을 파악하기도 한다. 수사 협조를 하면 구형에 반영해준다. 이렇게 ‘몸통’까지 일망타진하는 것이다.” 범죄자 입장에서는 기소 권한이 있는 검사와 대면하는 게 유리하다. 얻을 게 많으니 내어줄 것도 많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유명 작곡가이자 사업가 돈스파이크(본명 김민수)가 최근 구속되었다. ⓒ연합뉴스

“단일한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

경찰도 일종의 플리바겐을 한다. 다른 마약사범을 신고하는 등 경찰 수사에 협조한 범죄자는 경찰에서 ‘공적’을 받는다. 경찰이 인정한 공적 역시 재판에서 감형 사유가 된다. 그런데 이 공적은 기이하게 거래되는 경우가 있다. 중요 정보를 많이 알고 있거나 재판이 끝난 A씨가, 수사기관에 ‘정보를 줄 테니 B 이름으로 공적서를 써달라’고 청탁하는 것이다. A는 B에게 돈을 받고, 경찰은 실적을 쌓는다. B는 돈으로 감형을 사는 셈이다. ‘공적 장사’는 금지되어 있다. 마약 담당 경찰관이 잇따라 구속되는 일이 벌어지자 경찰청은 2018년 내부 결재를 거치는 등 공적 발급을 더 까다롭게 했다.

분명 플리바겐은 마약 수사에 효과적이다. 경찰의 플리바겐은 믿을 수 없고, ‘(구형을 통한) 플리바겐’이 가능한 검찰에 마약 수사 권한을 부여하는 게 맞을까? 확언하기 어렵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검찰이 기소 과정에서 드러내기도 하는데, 검찰 수사는 이런 견제 시스템이 부족하다. 여기에 맹점이 있다.

탈북자 출신 동남아 마약 총책 최 아무개씨가 지난 4월 캄보디아에서 검거됐다. 그는 타이와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대규모 마약 밀수를 저질러온 인물이다. 2016년 처음 경찰에 검거된 최씨는 경찰 관계자와 공적 거래를 하고, 허위 사건을 조작해 제보했다. 이 사건은 검찰에 덜미가 잡혀 해당 경찰 관계자 등은 기소됐다. 그러나 최씨는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고, 수사 도중 해외로 도주했다. 〈뉴스타파〉 기사에 따르면 당시 담당 검사는 “수사를 위해 최씨를 불구속 상태로 놔뒀다. 수사에 협조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국외로 도주하는 돌발 상황을 상정하기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해외로 나간 최씨는 거물급 마약상이 된다.

이것은 비위가 아니다. 경찰의 공적 거래 사례와 나란히 놓기는 어렵다. 그러나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기관이 오판을 범할 때 일어나는 불상사의 일례는 된다. 검찰의 플리바겐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부조리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심증도 품을 법하다.

전문가들은 미국 마약단속국(DEA) 같은 제3의 기구가 필요하다는 데에 입을 모은다. 수사권 조정 이후 마약 수사 현장은 검찰과 경찰의 실적 경쟁으로 유지되고 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검경이) 서로 정보 공유를 안 한다. 수사 협조자를 활용한 검거 작전 도중인데 이 사실을 모르는 다른 기관에서 협조자를 검거하는 경우도 있다. 단일한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 이 새로운 컨트롤타워의 덕목은 ‘단일함’만이 아니다. 검찰이 수사를 총괄하던 때로 회귀하자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안이다. 여타 수사 당국의 견제를 받고 예방과 치료까지 담당하는 새로운 기구를 뜻한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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