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한 나라는 방글라데시’라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다. 최빈국에 속하는 이 나라 사람들이, 유수의 선진국 국민보다 제 삶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이 사례는 교과서에도 실려 ‘행복은 물질적 풍족함이 아니라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교훈을 뒷받침했다.
방글라데시 사례는 훗날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소득이 올라도 행복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이 조사 하나에 기대지 않는다.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이 수십 년간 여러 국가를 조사해 도출해낸 결론이다. 이걸 ‘이스털린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이스털린의 역설은 종종 반발에 부딪힌다. ‘나는 소득이 늘어 행복했고 줄면 불행했다’는 개인의 직관적·경험적 비판만이 아니다. 몇몇 경제학자는 ‘불황으로 GDP가 줄어들면 행복도가 줄고, 회복되면 도로 는다’고 지적했다. 책에서 이스털린은 “장기 추세와 단기 추세를 구분하지 않아 생긴 오해”라고 말한다. 단기간만 보면 행복이 소득에 따라 요동치는 듯하나, 길게 보면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한 가지 주요 원인은 ‘비교’다. 사람은 소득액이 느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건 ‘남들보다 더 버는지’다. 심지어 자신은 1억원을 벌면서 주변 사람이 2억원을 버는 상황보다, 5000만원을 벌면서 주변 사람은 3000만원을 버는 상황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고 이스털린은 쓴다.
책은 “인간의 욕구란 자라나는 거인과 같아서, 외투가 충분히 컸던 적은 한 번도 없다”라는 에머슨의 말을 인용한다. 그렇다고 ‘마음 다스리기’가 답이라는 결론으로 빠지진 않는다. 북유럽 복지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국민 행복에 이바지했는지, 어째서 통일 이후 동독 주민이나 개혁·개방 이후 중국인이 행복하지 않은지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다. 〈지적 행복론〉은 97세 경제학자가 평생 구상해온 ‘거인용 외투 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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