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 한 마리를 우리 안에 4주 동안 가둬놓았다. 내내 홀로 있던 생쥐에게 어느 날 친구를 소개했다. 새로운 생쥐를 우리 안으로 들여보냈다. 생쥐는 잠깐의 탐색 활동 패턴을 보인 뒤 ‘침입자’를 난폭하게 물어뜯었다. 생쥐의 고립 기간이 길어질수록 공격성은 더 높아졌다.

책의 3장 서두에 소개된 생쥐 실험 결과다. 저자는 앞서 2장에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인간의 건강과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서술했다. 3장에서는 외로움이 타인을 향한 적대감과 어떤 연관을 지니는지 밝혔다. 외로움은 단순히 그를 아프고 고독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외로움은 더 공격적이고 위험한 세계를 만들어낸다. 저자는 이를 증명하는 과학적 연구 결과와 역사적·정치적 사례를 끊임없이 나열했다. ‘그들은 왜 히틀러와 트럼프를 지지했는가’라는 3장 소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외로움에 대한 분석은 오늘날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파 포퓰리즘 득세 현상을 설명해낸다.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기억되지 않은 미국의 남녀는 내가 반드시 기억해내겠습니다!”를,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전선 대표는 “기억되지 않은 프랑스, 엘리트라 자처하는 저들이 버린 프랑스를 섬기겠다”를 선거 구호로 삼았다. 극우 정치인들의 이런 말에 반응한 이들은 “외로운 사람들, 불안하며, 남을 신뢰하고 어딘가 소속되길 갈망하지만 항상 ‘(숲속을 걷다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착각해) 뱀을 보는’” 사람들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은 포퓰리스트 정치인, 나아가 전체주의의 가장 이상적인 목표물이 된다.

저자는 또한 이와 연결되어 있는, 외로움과 관련된 어떤 사회적 조짐들도 포착해 책에 서술했다. 도시의 속도, 혼밥, 먹방, 적대적 건축물(팔걸이가 여럿 달린 공공 벤치 등), 특정 주민에게만 개방된 어린이 놀이터 같은 것들이다. ‘먹방’을 설명할 때 대표 예시로 든 지역은 다름 아닌 한국이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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