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합성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 지구 적도 부근에 위치한 덕분에 ‘우주선’을 발사할 때 지구 자전 속도를 이용해 연료를 최소화할 수 있다. 1969년 달에 최초로 사람을 보냈던 아폴로 11호가 이 기지의 39A 발사장에서 지구를 떠났다. 8월4일 그 옆 40번 발사대에 스페이스X의 팰컨9이 세워졌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이 우주 민간기업의 발사체는 성공률 99.8%를 자랑한다. 포켓 모양처럼 부풀어 있는 발사체의 최상단에는 무게 678㎏에 소형차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비행체가 들어 있었다.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이다.

8월5일 아침 8시8분48초 다누리가 달을 향한 비행을 시작했다(현지 시각 8월4일 19시8분). 팰컨9에 실려 지구를 벗어난 다누리는 발사 후 40분이 지난 8시48분 고도 703㎞ 지점에서 발사체 팰컨9에서 분리되며 우주 공간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발사 약 92분 후인 오전 9시40분, 대전 유성구 한국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관제실에 첫 번째 신호가 도착했다.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메시지였다. 한국이 ‘우주탐사’ 대열에 합류하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1992년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다양한 위성을 개발해 운영해왔지만 지구궤도를 넘어 우주로 탐사선을 보낸 건 다누리가 처음이다. 지난 6월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된 ‘누리호’와도 다르다. 발사체인 누리호는 지구를 벗어나는 임무를 띠었을 뿐 다누리처럼 우주를 누비고 다니지 않는다.

발사 성공 이후에도 다누리 앞에는 긴 여정이 남아 있다. 달까지 넉 달 반 동안 600만㎞를 항행하고, 달에 도착해서는 최소 12개월간 달 궤도를 돌며 여러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달 과학을 연구했던 토양도, 우주비행체를 개발해본 경험도 없다시피 한 한국에서 달로 가기 위해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쏟았던 시간까지 더한다면 달을 향한 여정은 그보다 더 일찍 시작된 셈이다. 다누리에 주어진 미션을 중심으로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이야기를 풀어봤다.

ⓒ자료:한국 항공우주연구원 유튜브 채널 갈무리

미션 1:달로 가는 길을 찾아라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는 약 38만㎞이다. 곧장 날아가면 약 5일 만에 닿을 수 있다(〈그림 1〉 참조). 이렇게 ‘직접 전이’ 루트로 가는 경우에는, 달에서 급격히 멈춰야 하기에 아주 많은 연료가 필요하다. 우주인들을 태우고 가야 했던 아폴로 11호 등 유인 우주선을 제외하면 이 방식은 자주 쓰이지 않는다. 달 탐사선 대부분이 택하는 루트는 ‘위상 전이’ 궤적이다(〈그림 2〉 참조). 지구를 세 바퀴 정도 선회하면서 점점 속도와 고도를 높여 달로 가는 방식이다. 달 도착까지 1개월가량 시간이 걸리지만 ‘직접 전이’보다 연료를 아낄 수 있고, 수많은 달 탐사선이 시도하고 성공했던 방식이라 안정성이 높다. 본래 한국도 이 궤적을 따라 한국형 달 탐사선을 달로 보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다누리 앞에 놓인 항로는 ‘직접 전이’보다도, ‘위상 전이’보다도 더 먼 길이었다.

한 천문학자는 농담처럼 “우주 사업에서 기간 연장, 예산 확대, 설계 변경 같은 변수는 사실 상수라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프로젝트는 초기에 품었던 이상과 현실적인 조건 사이에 어김없이 거리가 벌어진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KPLO 사업’이 겪은 변화에는 극적인 구석이 있다. KPLO는 ‘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한국 길잡이 달 궤도선)’의 약자로 올해 국민 공모를 통해 ‘다누리’라는 이름이 정해지기 전 한국형 달 탐사 사업을 부르던 명칭이다.

지금 이 시각 까만 우주를 날고 있는 다누리는 678㎏이지만 2016년 ‘달 탐사 1단계 개발 계획’에 따라 이 사업이 착수될 때 한국형 달 탐사선의 무게는 550㎏으로 예정돼 있었다. 다누리 개발에 참여하는 엔지니어들이 도출한 값이 아니라 정부에서 지정한 중량이었다. 당시 개발 중이던 한국형 발사체(지금의 누리호)에 탑재할 수 있는 최대 무게가 550㎏이었다. ‘한국형 발사체’에 ‘한국형 달 탐사선’을 실어 보내겠다는 정권 차원의 의지가 실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550㎏은 지나치게 “도전적인 목표”였다. 2019년 정부는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를 열어 달 탐사선의 중량을 550㎏에서 678㎏으로 변경한다(그래서 발사체를 민간 우주업체에 위탁하게 된다).

목표 무게가 현실화된 이후 달 탐사선 설계와 조립 등 하드웨어 개발 부문은 빠르게 본궤도에 올랐다. 문제는 다누리의 전체 무게가 늘어났지만 연료는 260㎏으로 동일하다는 것이었다. 그 시점에서는 연료탱크의 사이즈를 변경하기 어려웠다. ‘연료량’이라는 절대적인 제약 속에서 더 무거워진 다누리가 주어진 임무들을 수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항우연의 달탐사사업단은 고심 끝에 달로 가는 길을 새로 찾기로 했다. 업계 용어로는 ‘궤적 설계’를 다시 하는 것이다.

ⓒ자료:한국 항공우주연구원 다누리 사이트

‘BLT 궤적’은 ‘Ballistic Lunar Transfer’의 첫 글자를 딴 이름으로 한국어로는 ‘탄도형 달 전이 궤적’이라고 부른다. 이 궤적에 올라탄 탐사선은 처음에는 달이 아니라 태양 쪽을 향하다 리본 모양의 곡선을 그리며 달로 가게 된다(〈그림 3〉 참조). 발사체와 분리돼 BLT 궤적에 접어든 탐사선은 지구로부터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 1까지 태양 중력에 이끌려 간다(라그랑주는 우주공간에서 태양과 지구가 서로 당기는 힘이 0이 되는 지점이다). 라그랑주 1에서 방향을 바꾼 탐사선은 이번에는 지구 중력에 이끌려 지구 방향으로 돌아오다가 달 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굽이굽이 600만㎞를 돌아가기에 4.5개월이 걸리지만, 태양과 지구의 중력을 이용하는 덕분에 달에 갈 때까지 연료를 거의 쓰지 않는다.

2019년 다누리의 무게가 변경된 이후, 당시 달탐사사업단 단장이던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2020년 1월 급하게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방문하고 돌아와 BLT 궤적이라는 솔루션을 내놓았다. 그때부터 달로 가는 새로운 지도 짜기가 시작되었다. BLT 궤적이라는 큰 틀이 정해졌지만 다누리가 발사되는 시점에, 다누리의 특성에 맞춰, 다누리가 갈 길은 온전히 새로 설계돼야 했다. 달탐사사업단에서 ‘궤적 설계’를 담당한 박재익 박사는 “시험 범위는 정해졌지만 답은 우리 스스로 찾아야 했다”라고 말했다.

사실 BLT 궤적은 처음 달 탐사 사업을 하는 나라가 택하기에는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방식이다. 지금까지 여러 임무를 띤 탐사선들이 달로 향했지만 BLT 궤적을 택한 미션은 1990년 일본의 히텐, 2011년 미국의 그레일, 지난 6월 발사된 미국의 캡스톤 정도다. ‘정말 달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그 답을 구할 수 있을까?’ 박재익 박사를 비롯해 달탐사사업단 궤적설계팀의 팀원 6명은 날마다 떠오르는 물음표를 뚫고 2022년 3월 한국형 달 탐사선을 위한 항로를 최종적으로 완성했다. 현재 다누리가 가고 있는 바로 그 길이다.

미션 2:이 버스의 종착역은 ‘달’입니다

다누리는 크게 본체와 탑재체로 구성돼 있다. 다누리에 달린 탑재체는 ‘고해상도 카메라’ ‘광시야 편광 카메라’ ‘자기장 측정기’ ‘감마선 분광기’ ‘우주 인터넷 탑재체’ ‘영구 음영지역 카메라’ 이렇게 6대로 달에 도착했을 때 각 기기의 특성에 맞게 달을 관측하는 특수한 임무를 맡는다.

이런 탑재체를 싣고 가는 본체를 ‘버스’라고 부른다. 영어로 bus. 출퇴근길에, 통학길에 타고 다니는 그 버스다. 달 궤도선인 다누리의 본체는 기본적으로 위성체, 즉 우리가 흔히 아는 인공위성과 흡사하다. 태양전지판을 양쪽으로 펼친 생김새도 닮았다. 한쪽은 달을 돌고, 다른 한쪽은 지구를 도는 비행체이니 기술적으로도 연속선상에 있다.

한국형 달 탐사 사업에 든 예산은 2367억원이다. 큰돈이지만 2조원 가까이 투입된 누리호 시험발사 등 여타 우주 사업과 비교해보면 막대한 예산이라고는 할 수 없다. 엔지니어로 다누리 설계를 담당한 항우연 달탐사사업단 전문진 박사는 “그동안 우리가 위성체들을 많이 개발하면서 위성체 개발 기술은 어느 정도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 기술들이 다누리에서도 활용되었기 때문에 그 정도 예산에서 달 탐사선을 완성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지구를 도는 ‘버스’와 달로 가는 ‘버스’는 엄연히 다르다. 인공위성이 정해진 순환노선을 도는 마을버스라면 달 탐사선은 깊은 우주로 나아가 가본 적 없는 길을 헤치고 가는 초장거리 신설 노선에 가깝다. 전문진 박사는 2016년 달탐사사업단에 합류하기 전에 아리랑 3호를 비롯해 여러 인공위성 개발에 참여했지만 “(달 탐사선) 기획 설계를 할 때는 몰랐던 부분이 본사업에 들어가자 많이 드러났다. 어려운 점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BLT 궤적에 진입한 다누리는 우주 고속도로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우주 고속도로에도 일종의 인터체인지가 있다. 다누리의 항로에서는 라그랑주 1 지점이다. 여기에서 제때 방향을 조정해야 달로 가는 분기점으로 갈아탈 수 있다. 탐사선의 추력기를 작동해 불꽃을 내뿜어 방향을 바꾸는 이 과정을 ‘궤적 수정 기동’이라고 부른다. 다누리는 9월2일쯤 라그랑주 1 지점에서 궤적 수정 기동을 수행할 예정이다.

600만㎞를 날아간 다누리는 12월17일 달의 입구에 도착한다. 제일 큰 힘을 발휘해야 하는 단계가 이 마지막 관문이다. 싣고 갔던 연료의 대부분을 여기에 쏟아붓는다. 우주 고속도로를 달리던 다누리가 브레이크를 밟아야 달 궤도에 포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역추진’ 기동을 하기 위해 항우연 달탐사사업단은 30뉴턴급의 대용량 추력기를 새로 개발했다. 그전까지 국내 가장 큰 추력기는 5뉴턴이었다.

700초간 연료를 분사해 첫 번째 달 진입 기동을 수행한 다누리는 12시간 만에 달을 한 바퀴 도는 궤도로 들어간다. 이후 달 주위를 빙빙 돌며 차츰 차츰 더 낮은 궤도로 진입해 목표로 했던 임무 수행 궤도로 다가간다. 12월31일 다누리가 달 상공 100㎞ 궤도에 진입하면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드디어 달에 왔다.

미션 3:달 ‘편광’ 지도를 제작하라

달에 도착한 다누리는 100㎞ 상공에서 두 시간에 한 번씩, 하루 열두 번 달 궤도를 돌며 1년간 임무를 수행한다. 이제 버스를 타고 간 탑재체들이 제 역할을 할 시간이다. 탑재체 6개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장비는 ‘폴캠(PolCam)’이라 불리는 ‘광시야 편광 카메라’이다.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에서 개발했다. 과학계 양대 학술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다누리 발사를 앞두고 나란히 다누리에 실린 폴캠을 조명하는 기사를 실었다.

천문연 우주탐사그룹 선임연구원으로 폴캠 개발과 관측에 참여하고 있는 심채경 박사는 편광 카메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고 태양빛을 반사한다. 이때 반사면이 아주 고운 흙인지, 거친 흙인지, 바위 지대인지, 색깔은 어떤지에 따라 반사되는 빛이 달라진다. 그 빛을 편광, 즉 각도별로 나누어서 관측하면 거꾸로 달 표면의 상태를 유추할 수 있다. 다누리가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달 전체를 찍어서 달 전체에 대한 ‘편광 지도’를 얻는 것이 목표다.”

달 탐사선에 편광 카메라를 탑재해 달 주위를 돌며 편광 사진을 찍는 건 다누리가 세계 최초이다. 그동안 지구상의 망원경으로 달을 편광 관측한 적은 있지만 달의 앞면만 볼 수 있었다. 다누리에 실린 ‘폴캠’은 달의 뒷면과 옆면을 모두 관측할 수 있다. 2023년 2월1일 다누리가 정상 운영을 시작하며 보내오는 폴캠의 데이터는 인류가 처음으로 보는 사진이다.

달 탐사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는 달 과학이 천문학보다도 지질학에 가까워졌다고 얘기된다. 수십 차례 달 탐사선을 보내 ‘크레이터’와 바다, 구릉지대 등 달 지형을 자세하게 파악하고, 달의 흙을 가져와서 그 흙을 직접 만져보고, 잘라보고,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일련의 연구가 멀리 있는 천체가 아니라 마치 지구에 있는 접근하기 매우 어려운 지형을 탐구하는 것과 유사하다는 뜻이다.

반면, 한국형 달 탐사 사업이 구상되던 2014년 한국에는 달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전무했다. 달 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전공자가 처음 나온 건 2017년이다. 가뜩이나 풀이 좁은 국내 천문학계에서 별이나 은하를 관측하는 전통적인 천문학과 약간 동떨어진 행성과학을 전공하는 인력은 더욱 희소했다(태양계 천체를 연구하는 분야를 ‘행성과학’이라고 한다). 심채경 박사 역시 원래는 토성의 위성 중 하나인 타이탄을 연구했다. 그는 “저에게 달 탐사를 같이 하자고 제안하신 분은 원래 은하 시뮬레이션을 하셨던 분이니, 저는 그나마 가까운 데에서 달로 온 셈”이라며 웃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탐사선에 편광 카메라를 실어 달 전체를 찍어보자는 아이디어는 달을 연구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 모인 덕분에 나왔다. “편광이라는 기법은 천문학에서 오랫동안 쓰였던 안정적인 관측 방법이다. 성간 물질 같은 걸 볼 때 편광을 많이 쓴다. 우리는 천문학의 다른 분야를 하다가 달 과학으로 온 사람들이라 기본적으로 편광 관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우리가 첫 시도인 것이다. 서로 배경이 다르고, 다양한 걸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였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얼마나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지 경험했다.”

왜 과학자들은 달 토양의 성질을 알고 싶어 할까? 달은 지구와 달리 대기와 오존층이 없다. 우주에는 강한 에너지를 가진 파괴적인 입자들이 떠다니는데 보호막 없이 이 우주 환경에 그대로 노출된다. 그 때문에 44억 년 전 달이 생성된 이후에 태양계 안쪽에 있는 천체들이 어떤 환경에 놓여 있었는지, 달 표면에 데이터가 고스란히 쌓여 있다. 달의 토양을 통해 태양계의 역사를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기상 현상으로 풍화작용이 일어나고, 초목이 자라났다 사라지고, 인류가 터전으로 삼아온 지구에서는 할 수 없는 연구이다. 심채경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기억들, 기록들을 달이 보존하고 있다. 달을 이해하는 것은 결국 지구를 이해하는 것이다.”

발사 40분 후 다누리는 발사체 팰컨9에서 분리되며 우주공간에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 항공우주연구원 유튜브 채널 갈무리

미션 4:물이 얼어 있는 웅덩이는 어디에?

달의 남극과 북극에는 움푹 파여 있는 크레이터가 많다. 극지역 크레이터들의 안쪽은 산 능선에 가려 하루 종일 햇빛이 비치지 않는다. 달은 지구처럼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하루 종일 해가 들지 않으면 1년 내내 해가 들지 않고, 1년 내내 해가 들지 않으면 수십억 년 동안 해가 들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극지방의 ‘영구 음영지역’에 태양계 생성 초기의 물질, 그리고 물이 얼어붙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너무 깜깜한 탓에 지금까지 달에 갔던 탐사선들은 어느 크레이터에 얼음이 얼어 있을지 안쪽을 볼 수 없었다.

다누리에는 이 영구 음영지역을 관측할 수 있는 고감도 카메라가 실려 있다. 미국 나사에서 개발한 ‘섀도캠’이다. 섀도캠은 감도가 매우 높아서 아주 적은 양의 빛도 잡아낼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하다. 섀도캠으로 달 극지방의 크레이터를 찍으면 크레이터 주변의 바깥 지역은 하얗게 날아가고 그 안쪽, 영구 음영지역만 보이도록 설계돼 있다. 나사는 2024년 달의 남극에 유인 우주선을 보낼 계획인데, 그에 앞서 그 지역에 물이 얼어 있는 곳을 특정할 필요가 있었다. 항우연과 나사의 국제협력을 통해 미국의 우주 탐사 미션에 필요한 장비가 다누리에 실리게 된 것이다.

이는 나사가 진행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에도 여러 탐사선이 달로 향했지만 지구인의 방문은 중단됐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흐른 2024년 다시 달에 인류의 발자국을 남기겠다는 것이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으로 태양의 신인 아폴로의 동생이다. 닐 암스트롱이 상징하듯 아폴로 11호부터 17호까지 앞서 달을 밟았던 우주인은 모두 남성이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여성 우주인을 선발해 달로 보낼 예정이다.

한국 항공우주연구원 관제실. 다누리 궤도 운영, 달 도착 후 관측 등이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한국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미션 5:다음 미션을 준비하라

한국은 2030년대에 무인 착륙선을 달로 보낼 계획이다. 다누리의 임무 가운데에는 이 착륙선이 도착할 후보지 탐색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왜 또 달인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미국은 이미 1960년대에 달로 사람을 보냈고, 달 기지 건설까지 내다보고 있는데 너무 뒤처진 것 아닐까. 우리는 왜 달에 가야 할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하며 한국형 달 탐사 사업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강환 서울대 천문학과 겸임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달은 우주로 나가는 관문이다. 이 디딤돌을 밟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건너갈 수 없다. 우주를 포기하겠다면 안 해도 된다. 그러나 시야를 넓히고 우주탐사를 통해 더 넓은 미래와 가능성을 꿈꾼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 다누리가 달에 성공적으로 도착하면 러시아·미국·중국·일본·유럽연합·인도에 이어 한국은 일곱 번째 달 탐사국이 된다. 다누리의 현재 위치는 항우연 다누리 특별 사이트(www.kari.re.kr/kplo)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늘 밤에도 달이 뜰 것이다. 그러나 그 의미는 우리 달 탐사선 다누리가 출발하기 전과는 조금 다르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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