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민주당·사진)은 비정규직 100만명을 실업자로 만드는 ‘현대판 마녀’가 됐다. 여권과 보수 언론의 ‘화형식’은 이미 진행 중이다. 그녀의 별명은 ‘추다르크’다. 우연일까. 잔다르크도 마녀로 몰려 화형당했고, 사후에 성녀가 됐다.

여당에서는 비정규직 해고를 두고 ‘추미애 실업’이라고 부른다. ‘마녀’가 되는 분위기다.
나쁠 것이 없다. 내가 마녀로 불려서라도 국민이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이 문제는 널리 제대로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질 수가 없는 싸움이다.

비정규직법이 시행됐다. 유예나 개정이 없다면, 앞으로 몇 달간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뭔가?
‘100만 실업대란’을 운운했던 정부의 주장은 과장이다. 전문가들은 7월 중 전환 대상이 되는 비정규직을 2만명으로 추산하는데, 이 중 몇 명이 해고될지 전망이 엇갈린다. 해고가 발생한다 해도, 다른 노동자가 그 자리를 채우는 순환이 일어날 것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오히려 금융권, 유통업,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 전환 실적이 벌써 500여 명에 이른다. CJ푸드빌은 비정규직 6000명을 결격사유가 없는 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기업과 공공기관 해고자가 유독 눈에 띈다.
참여정부에서 노동부는 공기업과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실제로 21만명 중 8만명을 정규직화했다. 그런데 이번 정부 들어 노동부는 180도 태도를 바꿔 나머지 13만명의 해고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노동 유연성’만 강조하는 청와대와 코드를 맞춘 결과다. 이런 노동부가 비정규직 대책을 지휘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시사IN〉 취재 결과, 노동부는 비정규직법 시행 사흘째인 7월3일 현재 두 차례에 걸쳐 ‘비정규직 해고 사례’를 정리해 언론에 제공했다. 7월6일쯤 3차 사례 정리도 예정되어 있다고 했다. “언론의 취재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 사례를 수집해 제공했다”라고 노동부는 밝혔다. ‘해고 취재’면 적극 돕겠다는 얘기다. 반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사례는 “정리한 바 없고, 현재로서는 사례 제공 계획도 잡힌 게 없다”라고 답했다).

보수 언론은 “정규직 일색인 양대 노총이 비정규직 문제에 왜 끼어드나”라고 말한다. 노동부는 “정말 위험한 것은 비정규직 중에서도 약자다”라고 했다.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원칙에 근거해 풀려는 생각이 없다. 노노 갈등을 만들고 정부만 쏙 빠지는, 마치 공작기관 같은 발상만 한다. 현재 노동자 평균 근속연수가 4.6년인데, 정부·여당 주장처럼 비정규직법을 2~3년 유예하면 비정규직으로만 4~5년을 쓸 수 있어 ‘전 노동자의 비정규직화’가 일어난다. 양대 노총으로서는 비정규직과의 연대라는 명분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익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환노위를 다시 여는 전제조건은 뭔가?
시급히 열어야 한다. 법이 이미 시행되고 있는 만큼, 후속 조처를 어서 논의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부당해고를 막아야 하고, 정규직 전환을 하고 싶지만 여력이 부족한 기업을 지원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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