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0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의원 시절 관용차로 사용하던 배우자 소유 차량을 정치자금으로 정비한 사실이 〈시사IN〉 취재 결과 확인됐다. 김 후보자는 제20대 국회의원 초기 남편 승용차를 잠시 관용차로 사용했는데, 해당 차량을 렌터카로 대체하기 약 2개월 전 정치자금 198만원을 들여 소모성 부품을 갈았다. 일부 소모품을 제외하면, 대부분 교체 주기가 긴 부품들이었다. 김 후보자는 차의 노후 부품을 정치자금으로 교체한 후 다시 가족에게 돌려주었다.

〈시사IN〉 취재와 더불어민주당 최종윤·최혜영 의원실 자료를 종합해보면, 김승희 후보자는 2016년 11월29일 서울 목동의 한 정비소에서 정비를 받고 총 198만원을 전액 정치자금으로 지불했다. 정비한 차는 김승희 후보자의 남편이 몰던 2010년식 그랜저TG 승용차다. 김승희 후보자는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 2016년 5월30일부터 남편 명의의 차를 관용차로 사용했다. 2017년 3월2일 이후에는 제네시스 G80 승용차를 렌트해 의원 임기 종료 시까지 관용차로 썼다.

〈시사IN〉은 이 그랜저TG 승용차의 정비 이력과 수리 견적서를 확인했다. 당시 주요 정비 내역은 다음과 같다. 6기통 엔진 점화플러그와 이그니션 코일 교체, 엔진오일 교체, 브레이크 오일 교체, 부동액 교환, 타이어 4개 교체, 전 라이닝 교환, 전 드럼 교환, 휠 얼라인먼트 등이다.

김 후보자는 해당 차량을 정비하기 전까지 6개월 동안 약 6000㎞를 운행했다. 엔진오일, 에어컨 필터 등을 제외한 다른 교체 부품은 김 후보자의 의정 활동 기간에 노후된 게 아니라, 김 후보자의 의원 당선 이전에 남편이 사적으로 운행하며 노후된 것이라 보는 게 합리적이다.

김승희 후보자 남편 승용차의 누적 주행거리는 2016년 11월29일 수리 당시 5만5787㎞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후보자가 이 자동차를 관용차로 쓰기 전까지 남편이 7년간 총 4만~5만㎞를 운행한 셈이다. 점화플러그, 브레이크 오일, 타이어, 라이닝과 드럼 등을 교체·정비한 이유는 상당 부분 김 후보자의 남편이 ‘7년 동안 운행하며 발생한 노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적 운행에 따른 노후 부품 교환에 공적 정치자금이 투입된 셈이다.

정비 비용 가운데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한 타이어의 경우, 일반적인 교체 주기가 대략 3만~5만㎞이다. 6개월간 김 후보자가 주행한 6000㎞는 타이어 교체 기준에는 미달하는 거리다. 타이어 이외의 수리 항목에 대해서도 유사한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정비기능장 자격을 가진 한 자동차 정비사는 김 후보자 승용차의 수리 내역을 검토한 뒤 “절대 6개월, 6000㎞ 사용으로는 마모될 수 없는 내역이다. 예를 들어 점화플러그 같은 경우 대략 8만㎞에서 10만㎞ 정도 운행했을 때 교체한다. 누적 주행거리를 고려했을 때, 무언가 문제가 하나 생긴 김에 전체를 다 정비해버린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치자금 총 198만원을 들여 수리한 차량은 이후 다시 김승희 후보자의 배우자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청문 요청안에 따르면, 김 후보자가 국회의원 시절 관용차로 쓴 2010년식 그랜저는 2022년 5월 기준 여전히 배우자 명의로 돼 있다. 관용차로 사용하기 이전에 소모된 부품들을 정치자금으로 수리한 후, 다시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정치자금을 이용해 과도한 정비를 받은 것 아니냐는 〈시사IN〉의 질문에 김승희 후보자 측은 “주행거리와 오랜 차량 연식 등을 고려하여 정비를 한 것이다. 정치자금의 목적과 절차에 어떠한 문제도 없는 정상적 과정이다. 정비 당시는 관용차 임차(렌트)를 할 계획이 없었고, 그것은 한참 뒤에 결정된 문제였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해당 승용차를 남편에게 돌려주기로 결정한 시기는 정비 시점과 그리 멀지 않다. 2017년 2월15일, 김 후보자는 정치자금으로 관용차 렌트 계약을 맺고 이튿날 계약금을 납부했다. 주요 부품을 교체한 뒤 78일 만에 새로운 관용차 렌트를 계약한 것이다.

1857만원짜리 “실무적 착오”

자동차 정비에 소요된 정치자금 문제에 대해 김 후보자 측은 오히려 배우자 승용차를 사용한 덕분에 정치자금을 상당 부분 아꼈다고 주장한다. 〈시사IN〉에 보낸 답변서에서 김 후보자 측은 “처음부터 관용차 임차(월 120만원 소요)를 선택하였다면 오히려 정치자금에서 1000만원 이상 임차비용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1000만원 이상 정치자금을 절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승희 후보자는 이미 자동차와 관련해 정치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유용했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은 바 있다. 김 후보자는 관용차로 사용하던 제네시스 G80 렌터카를 국회의원 임기 만료 이후 사적으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치자금을 썼다. 김승희 후보자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제출한 계약서에 따르면, 2017년 2월15일 렌터카 계약서에 보증금이 인수 시 감가상각된다는 특약사항을 자필로 추가했다. 김승희 후보자는 당시 보증금 1857만원을 정치자금을 이용해 납부했다.

이 특약사항 덕분에 김 후보자는 나중에 이 자동차를 인수할 때 금액을 할인받았다. 같은 계약서에는 “따라서 실제 차량 인수가액은 잔액 928만5000원임을 확인합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계약 당시부터 김 후보자 측이 정치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할 계획이 있었다는 의혹이 나온 이유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실무적 착오”라며 선관위에 1857만원을 반납했다.

김 후보자는 인수 두 달 전인 2020년 3월30일 정치자금 352만원을 들여 해당 차량을 도색하기도 했다. 정치자금을 사용해 남편 명의의 자동차 보험금을 지불한 사실도 지적됐다. 김 후보자 측은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 “원상복구 의무에 따라 도색 작업을 실시”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며, 배우자 자동차의 보험금 중 사적 사용 기간에 해당하는 34만여 원은 선관위에 반납했다.

연이은 ‘자동차 구설’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은 “남편 차를 관용차로 이용하면서 정치자금으로 차량 소모품을 일괄 교체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또 한번 정치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주하은 기자 다른기사 보기 kil@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