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넷플릭스 제공

2019년 11월 〈한겨레〉가 본격적으로 N번방 보도를 할 때, 사실 기사를 꼼꼼히 읽지 않았다. 기사 얼개만 파악하고 뜨문뜨문 읽었다. 구체적 내용은 피하고 싶었다. 이 사건을 취재했던 김완 〈한겨레〉 기자가 ‘혹시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면 이 취재를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안 하고 싶다. 진짜 지옥이죠. N번방 자체가 지옥문 같아요”라고 답할 정도였으니. 끔찍한 사건 기사에 마음이 무거웠다.

다큐멘터리 〈사이버 지옥:N번방을 무너뜨려라〉가 넷플릭스에 떴을 때도 비슷했다. ‘찜’해놓고, ‘언젠가 봐야지’ 하고 미루어두었다. 그러다가 심호흡을 하고서 다큐를 ‘클릭’했다. 이내 영화의 속도감에 빠져들었다. N번방 사건의 주범은 이미 검거돼 사법처리를 받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꼭 잡아야 한다,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다짐하며 보았다.

이번 호에는 ‘N번방, 그 이후’의 일이 담겨 있다. 이상원 기자는 N번방 사건 이후에 ‘연대’에 나선 팀 eNd를 취재했다. 본업이 따로 있는 이들 시민은 개인 시간을 쪼개 N번방 사건 재판을 방청했다. 재판 과정을 기록하고 이를 ‘카드뉴스’를 통해 알렸다. 책으로도 펴냈다. 이들이 ‘성착취 협업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어떤 활동을 했는지 기사에 담겼다.

김영화 기자는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 TF’ 활동을 취재했다. 이 TF는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이던 서지현 검사가 이끌었다. 디지털성범죄 근절을 누구보다 염원해온 법조·언론·시민사회·IT 분야 인사들이 참여했고, 10개월 동안 11개 권고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최근 22명 멤버 중 17명이 사의를 표명했다. TF 팀장을 맡은 서지현 검사가 5월16일 TF 출장길에 갑작스럽게 원대 복귀 통보를 받은 것에 대한 항의였다.

앞서 말한 영화 〈사이버 지옥〉은 홍콩, 인도네시아, 일본, 싱가포르, 타이완, 베트남 등에서 시청 순위로 10위 안에 들었다. 다큐 속 사건이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공감대 때문이리라. 디지털성범죄는 모방하기 쉽고 범죄 피해가 접속 수만큼 커진다. 게다가 아동·청소년이 범죄의 타깃이 되기 쉽다. 〈사이버 지옥〉은 디지털성범죄의 심각성을 다시금 환기한다. 김영화 기자가 TF 존속 여부를 법무부에 문의했는데, “현재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쯤 되면, 이 영화를 봐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지 않나 싶다. 여태껏 안 하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하겠다고 나설 때가 아니다. 법무부 사람들이 단체로 다큐를 봐야 할 시간이다.

기자명 차형석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