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입양

이설아 지음, 생각비행 펴냄

“입양에 대한 환상은 편견 이상으로 위험하다.”

2020년에 발생한 양천 입양아동 학대 사망은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입양 제도가 조명받자 한 입양 단체가 성명서를 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아동학대이지 입양이 아니다. 입양은 죄가 없다.’ 세 아이의 입양 부모이자 입양 사후 서비스 전문가로 살아온 저자는 씁쓸함을 느꼈다. ‘입양은 무죄라는 게 무슨 의미일까?’ 저자는 아동학대 방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 해도 절대 발견할 수 없을 입양 가정의 사생활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입양의 숭고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본질적인 부분을 다루지 않으면 입양과 관련된 사고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 입양 가족이 삶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적인 고민을 소개한다.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김승섭 지음, 난다 펴냄

“하지만 그 배에는 살아남은 58명의 군인도 타고 있었습니다.”

천안함 사건이 촉발한 갈등은 조율되지 않았다. 분열은 하나의 정치적 전략이 되었다. 순직한 군인 46명 역시 진영을 막론하고 이용당했다. 그리고 ‘살아남은’ 군인 58명이 있었다. 이들이 경험한 시간들, 생존자인 동시에 피해자로서 겪었던 트라우마와 상처들은 배제되거나 부수적인 취급을 받았다.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연구하는 보건학자인 저자가 외면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다. 이 책은 한국 사회가 ‘비극을 기억하는 법’에 대해 한 연구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결과물이다. “부족하더라도 연구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찾아 그것들을 가장 나은 방식으로 이야기해보려” 분투한 흔적이 고스란하다.

 

 

 


빈 일기

테리 템페스트 윌리엄스 지음, 성원 옮김, 낮은산 펴냄

“나는 어째서 어머니가 매년 일기장을 한 권 한 권 사놓고 아무것도 적지 않은 채 물려주었는지 알지 못한다.”

어머니는 1987년 1월16일 세상을 떠났다. 이름은 다이앤 딕슨 템페스트, 54세였다. 숨지기 일주일 전 저자에게 본인의 일기장 전부를 부탁한다. 어머니가 떠나고 한 달 뒤 저자는 선반 끝부분에 맞춰 완벽하게 정렬되어 있던 꽃무늬, 페이즐리 무늬, 단색의 일기장을 펼쳐 본다. 노트 안은 예외 없이 비어 있었다. 빈 일기는 어머니가 느꼈던 허기와 갈증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을까. 어머니의 일기장은 질문이 되었다. 딸은 그 모든 이야기를 다시 쓰기로 한다. 어머니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상상한다. 빈 지면은 가능성이 되었다. “말해야 하는 무언가, 말을 들어줄 누군가, 귀 기울일 누군가.” 그리하여 혼자만의 일기가 모두의 것이 되었다.

 

 

 


백의 그림자

황정은 지음, 창비 펴냄

“나는 어젯밤에요, 그림자에 발이 걸렸어요.”

2010년 초판 출간됐던 〈百의 그림자〉가 복간돼 돌아왔다. 저자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건 2009년 봄, 서울 용산역을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용산참사’라고 적힌 전단을 건네던 때다. 책에는 철거 직전의 전자상가에서 일하는 은교와 무재가 등장한다. 어느새인가 ‘슬럼’이 되고, 순식간에 흔적 없이 사라지는 곳엔, 은교와 무재처럼 터전을 잡고 공간을 가꿔온 이들이 있다. 저자는 세상의 폭력이 더욱 노골적이고 교묘한 방향으로 변했지만 자신이 글쓰기를 단념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꾸준히 이 소설을 읽어준 독자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 책 덕분에 하루를 버텼을지 모른다.

 

 

 


메타 페이스북

스티븐 레비 지음, 노승영 옮김, 부키 펴냄

“진정한 사명은 연결이 아니라 성장이라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었다.”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회사 이름을 메타로 바꾼다고 선포했다. 놀라운 조치였다. ‘수십억 명이 끊임없이 소비하는 실제 앱을 메타 월드의 한 측면으로 격하했으니 말이다.’ 빅테크 기업에 대한 비판이 날로 심해지고 있었다. 페이스북도 이용자와 사회 일반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저커버그는 대담하게 주제를 바꿨다. 〈와이어드〉 선임기자인 저자는 페이스북의 전현직 직원 수백 명을 인터뷰해 이 기업이 연대기적으로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서술했다. 우리가 매일 접속하는 플랫폼을 만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 중 하나를 온전히 묘사하려고 최선을 다한’ 책이다.

 

 


 


소셜 온난화

찰스 아서 지음, 이승연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소셜 네트워크의 부작용은 네트워크의 성장 속도보다 더 빠르게 기하급수적으로 커져가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는 지금 어떤 모습인가. 페이스북은 집단학살에 연루되었고, 트위터는 여성혐오 캠페인 전쟁터가 되었다. 유튜브는 무슬림 무장 조직을 과격하게 하거나, 우파 백인 남성이 여성을 향한 살인을 저지르게끔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는 소셜 네트워크의 ‘의도’대로 벌어진 일이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연결되는 공간의 부작용이다. 저자가 이런 현상을 ‘소셜 온난화’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것이 점진적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악화되는 순간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선거, 미디어 생태계, 백신접종 등 우리를 둘러싼 모든 일에서 돌이킬 수 없는 온난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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