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8일 이재명 대선후보가 ‘중앙선대위 여성위원회 필승 결의대회’에서 여성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국회사진취재단

‘한국에서 여성은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는가? 남성의 역차별은 실재하는가?’ 이 질문들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당신이 3월9일 뽑게 될 후보가 달라질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국민의힘,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다른 대답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차별’에 대한 입장은 대선후보의 정책·공약 가운데 안보 분야를 제외하고 가장 선명한 차이를 보이는 지표다. 제1야당의 대선후보가 반(反)페미니즘 성향이 강한 20대 남성(이대남)을 겨냥한 전략을 가지고 오면서 한국 정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젠더 전선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넘어 대통령 선거라는 오프라인 공간에 본격 등장한 것이다.

뇌관에 불을 붙인 건 일곱 글자였다. 1월7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봉합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고 썼다.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는 기존 공약보다 훨씬 강경하게 바뀐 것이다. 하루 전날 올린 메시지는 ‘성범죄 처벌 강화·무고죄 처벌 강화’였다. 실제 영향력과 무관하게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역차별 감각을 건드려온 이슈다(2022년 기준 여가부 예산은 1조4650억원으로 정부 전체 예산의 0.24% 차지, 성범죄 무고죄 기소율은 2018년 기준 7.6%). 논란이 일자 윤석열 후보는 “더 이상 남녀를 나누는 것이 아닌 아동, 가족, 인구 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의 신설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여성정책과 성평등 업무만 쏙 빠졌다.

“국민의힘 내홍의 근본적인 원인은 2030 유권자층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 때문이었다. 결국 2030 내부 갈등의 한쪽을 대변해야 한다는 흐름이 이긴 것이라고 봐야 한다.” 여론과 선거를 전공한 국승민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 교수(정치학과)는 이렇게 분석했다. 국민의힘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영입 이후 젊은 남성들의 반발과 지지율 부진을 겪었다. 여가부 폐지라는 단문 메시지는 20대 남성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기폭제’였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선후보는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봉합(아래) 이후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고 썼다.ⓒ국회사진취재단

‘성별 갈라치기’ ‘혐오를 부추겨 득표 전략을 삼는 나쁜 정치’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여가부가 젠더 갈등을 유발하고 있으며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 절반 가까이가 여가부 개편·폐지에 찬성한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본부장은 ‘(국민의힘이) 이대남에 편중되었다’는 비판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기성 정치권은 젠더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아직 인정을 하지 않고 있다. 단순히 기회가 없어서 혹은 온라인상 의견이 과대 대표된 것이라고만 생각한다. 우리는 청년들에게 어떤 분출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사회문제가 될 수 있음을 최초로 직시했다.”

5년 전 대선과는 확 달라진 풍경

한국 정치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의 최근 행보가 철저히 ‘계산된’ 선거 전략이라고 말한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는 젠더 이슈가 자중지란을 일으킬 수 있는 ‘웨지 이슈(wedge issue·분열 쟁점)’라고 봤다. “그다지 대립할 만한 이슈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유권자 블록을 찾아야 한다. 쐐기를 박으면 틈이 벌어지듯 보수 쪽이 틈을 찾은 게 젠더 이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대선 이후 보수 콘크리트 지지층은 분열했고 보수의 위기가 시작되었다. 더 이상 산업화 세대(보수)와 민주화 세대(진보)라는 구분과 이념 갈등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시대에 보수세력이 찾아낸 새로운 정치적 균열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윤 후보의 2030 지지율은 ‘여가부 폐지’ 선언 이후 반등했다.

이 균열은 민주당도 비켜나가지 않았다. 윤 후보가 여가부 폐지를 언급한 날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 녹화를 진행했다. “페미니즘 편향 방송”이라는 일부 지지층의 반발에 출연이 잠정 연기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시사IN〉 제747호 “대선주자들, ‘반페미니즘’ 여론에 고개 숙인 ‘정면 돌파’” 기사 참조). 민주당 선대위 한 관계자는 출연 사실이 알려진 후 온갖 소통 채널로 반발 여론이 쏟아지며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했다.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페미니즘이 언급하기조차 두려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선대위 여성위원회 정춘숙 위원장은 일련의 사건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여가부와 여성할당제 등에 대한 오해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도 했다. “마치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사실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지 않나.” 그러나 이재명 후보는 유독 젠더 문제 앞에서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1월10일 ‘일하는 여성을 위한 스타트업 대표 간담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오늘 이 자리도 여성 편들려고 하는 거 아니냐는 말씀이 있는데… 내가 여성, 남성 (얘기가) 나오면 요새 머리가 막 아프다. 이래서는 안 되지 않느냐.” 여가부 폐지론에 대한 민주당 차원의 공식 논평은 2주 뒤인 1월21일에 나왔다.

불과 5년 전 대선과는 확연히 달라진 풍경이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젠더 이슈가 크게 부각되자, 당시 모든 대선후보들은 성평등 공약을 앞다투어 발표했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선언했고,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는 내각 여성 장관 30% 이상 임명과 여가부의 성평등인권부 개편을 공약했다. 유력 대선후보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여가부 폐지를 약속했던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나는 상당히 페미니스트”라고 언급할 정도였다. 여성 비하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후보들의 성평등 구상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1월27일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서울 마포구에서 여성 경찰관과 함께 도보 순찰을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이번 대선에서 성평등을 대하는 후보들의 태도는 수세적이고 조심스럽다. 페미니즘에 호의적인 정치세력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젊은 남성들이 점차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남이 정치권에서 주목받게 된 계기는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였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남성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72.5%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보수 성향이 강한 60세 이상 남성(70.2%)보다 높았다. 그간 무당층이 다수였던 20대 남성들이 보수화된 데는 반페미니즘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2030 남성들의 지지를 받고 보수 야당의 당대표로 선출된 이준석 대표는 페미니즘 논쟁을 ‘전장’에, 젠더 이슈를 다루기 어려운 ‘복어 요리’에 비유한다. 윤 후보의 2030 지지율이 반등하자 1월11일 “이제 ‘어게인 72.5’보다 좀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해도 될 것 같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국민의당 선대위 한 관계자는 〈시사IN〉에 이렇게 말했다. “2017년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여가부 개편을 공약으로 내걸었을 때는 인권 분야까지 기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대남의 반대 여론이 워낙 세서 이를 무시하기가 어렵다.” 국민의당은 여가부 명칭 변경과 기능 조정을 검토 중이다. 안철수 후보의 공약인 ‘비동의 강간죄’ 도입도 남성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거절 의사를 밝혔거나 명시적 동의 의사라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성관계를 시도하면 성폭행으로 처벌하는 법안이다. 이에 안 후보는 (비동의 강간죄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성범죄 무고죄에도 엄한 벌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청년본부의 경우 2030 여성의 시각을 공약에 담기 위해 청년보좌역으로 구성된 여성정책TF를 구성했다. “젠더 갈등을 유발하지 않도록” 일종의 ‘레드팀’ 역할로 2030 남성과 기혼자 남성도 포함했다. 또 다른 산하기구인 양성평등특별위원회에서는 여가부 폐지, 여성할당제 폐지 등을 중점 논의한다. 여기서는 페미니즘 진영을 ‘성파시즘 세력’으로 규정하고 성평등 대신 ‘성평화’라는 용어를 쓴다. 잇따른 비판에 대해 윤석열 후보는 2월7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인 문제다. 남성이 약자일 수도, 여성이 약자일 수도 있다. 여성은 불평등한 취급을 받고 남성은 우월적 대우를 받는다는 건 옛날 얘기다.”

2020년 6월24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비동의 간음죄 넘어, 동의가 왜 중요한가?’ 행사에 참석했다.ⓒ연합뉴스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차별과 혐오를 지운다는 점에서 김정희원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 교수(커뮤니케이션학과)는 이러한 정치권의 변화를 ‘백래시’로 읽는다. 김정희원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10·20대의 보수화가 중요한 문제로 다뤄지고 있지만, ‘청년 세대의 요구’ 혹은 ‘공정’의 이름으로 다양한 재분배 정책을 철회하려 하거나, 여성에 대한 백래시를 정당화하는 흐름은 유독 한국 정치에서 관찰되는 현상이다. 여야 선거 캠프 가릴 것 없이, 청년 남성들이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톡방을 매개로 정치인들과 직접 소통하고, 이곳에서 여론을 형성해 후보의 다음 행보를 정하는 등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른바 ‘이대남’의 뜻이라면 그것이 실제로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검증하거나 논의하는 단계를 거치지 않고 속전속결로 추진하려고 한다.”

주요 대선후보 4인(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의 성평등 공약에도 젠더 인식 차이가 그대로 나타난다. 교제 살인 및 스토킹 범죄, 디지털 성범죄 등에서 가해자를 엄단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겠다는 큰 그림은 비슷하지만, 민주당과 정의당은 ‘젠더 폭력’이라는 용어를 쓴 반면 국민의힘은 ‘범죄 피해자 보호’를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는 ‘여성 안전’을 내세웠다(36쪽 〈그림 2〉 참조).

젠더 기반 폭력은 여성·남성·성소수자 등에 대한 구조적 폭력을 포괄하는 언어다. 민주당 성평등 공약을 담당한 여성위원회 정춘숙 위원장은 용어 선택에 대해 “여성에 대한 폭력을 힘과 권력의 문제로 보지 않으면 남녀 간의 성별 갈등으로만 협소하게 보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 성평등 공약은 ‘여성’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청년과 공정을 강조한다. 성범죄 흉악범 처벌을 위한 전자감독제 운영, 보호수용제 도입, 무고죄 처벌 강화 등이 ‘공정한 법집행’ 공약으로 발표되었다. 국민의힘 정책본부 관계자는 “지금 따로 여성만을 타깃으로 공약을 발표하지는 않고 있다”라는 짧은 답변을 내놓았다.

‘페미니즘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또 다른 젠더 공방전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연이어 발생한 교제 살인 사건을 두고도 벌어졌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헤어지자고 말했다는 이유로 살해당한 여성들의 참혹한 죽음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이별 통보했다고 칼로 찌르고 19층에서 밀어 죽이는 세상에서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느냐”라는 글을 올리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반박했다. “선거 때가 되니까 이런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프레임은 2021년을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 사라졌으면 한다.” 특정 범죄를 남성과 여성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을 반유대주의, 인종차별과 같다고 주장했다.

교제 살인, 스토킹 범죄, 디지털 성범죄 등은 성차별에서 기인한 문제인가, 흉악한 범죄자의 일탈인가? 젠더 폭력은 남성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부추기는 스테레오타이핑일까?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사회적으로 차별받는가, 혜택받는가? 이러한 논쟁을 ‘젠더 갈등’이라는 용어로 표현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겉으로 보면 여성과 남성의 갈등이지만 그 이면에는 페미니즘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관한 인식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박지아 정의당 여성선대본부장은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으로부터 시작해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벌어졌던 젠더 논쟁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성차별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의 논쟁이었다”라고 말한다.

국승민 교수는 2030 내부의 젠더 인식 차이가 “미국 사회 인종 갈등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라고 분석한다. 인종 갈등 역시 흑인들에게 박탈감을 느끼는 백인들, 흑인과 백인 사이에 차별이 있다는 걸 부인하는 사람들의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종차별의 현실을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느냐에 따라 바이든 지지자와 트럼프 지지자가 구분되는 ‘정체성 정치’도 미국 사회의 한 단면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에서도 여성 차별에 대한 인식이 갈등의 전선이 되고 있을까? 진보와 보수의 의미까지 재정의할 가능성이 있을까? 국 교수는 “사회경제적 권력 집단이 점점 힘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박탈감을 동원하는 정체성 갈등이 이미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라고 말한다. 페미니즘에 대한 태도가 진보냐, 보수냐 혹은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유권자층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2월9일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 소속 활동가들이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이 ‘전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전문가마다 상이하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전문위원은 국민의힘이 이대남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시작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0대 남성들은 한국 정치 영역에서 철저히 배제되었고 더 지속될 경우 집단적 일탈로 갈 가능성이 엿보였다. 누군가 나를 대변해줄 때 집단적 분노가 제도를 통해 완충될 수 있다고 믿는다.” 젊은 남성들의 박탈감과 분노가 가중되어가는 현실에 정치권이 제대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4년 전 민주당 정치인들이 20대 남성층의 민주당 지지율 하락세가 심화되자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 학교를 다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라고 주장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실 인식과 해법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감정만 동원할 뿐, 정치적 갈등은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여전히 이 사회에서 ‘남자로서’ 기능하기 위해 요구받는 것들이 있는데,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그 기본조차 성취할 수 없으니 ‘피해자’ 정체성을 갖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문제는 타자에 대한 공격과 혐오를 바탕으로 한 일종의 ‘제로섬 게임’의 길을 정치인들이 청년층에게 활짝 열어주고 있다는 점이다(김정희원).”

가장 적극적 페미니즘 행보를 보인 후보는?

국민의힘의 최근 행보를 두고 트럼프식 극우 정치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민자에 대한 블루칼라 백인 남성들의 분노 정서를 동력으로 삼은 것처럼, 남녀갈등이 아니라 여성 혐오를 이용했다는 얘기다.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정치권을 두렵게 하는 것이 과연 ‘젠더 이슈’인지 질문한다. “(이준석 대표의 ‘복어’ 비유가) 마치 페미니즘이 독인 것처럼 교묘하게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남초’를 어떻게 요리하는가가 복어 요리의 핵심이 아닌가.”

20대 남성에 비해 20대 여성의 표심은 아직 누구에게도 향하지 못하고 있다. 네 후보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페미니즘 행보를 보이는 사람은 심상정 정의당 후보다. 1월16일 언론에 공개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통화 녹취록으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이 일었다. 2월3일 첫 TV 토론에서 심 후보는 윤 후보에게 김지은씨에 대한 사과를 이끌어냈다. 1월27일에는 여성 경찰들의 공부 모임인 ‘경찰젠더연구회’ 간담회에 참석해 “여경 무용론은 편견으로 똘똘 뭉친 상상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2030 여성들이 정의당에 결집하거나, 정치적 세력으로 조직화되는 조짐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현재 정의당 지지율은 3%에 불과하다.

한쪽에서는 반페미니즘에 편승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비해 다른 쪽에서는 우왕좌왕하는 현실이다. 2030 여성들에게는 구심력이 되어줄 정당이나 후보가 부재한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승민 교수는 20대 남성에게 ‘반페미니즘’처럼 20대 여성은 자신에게 구체화된 공통의 적을 아직 포착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페미니즘 외에도 20대 여성과 남성 유권자가 동성 결혼, 차별금지법, 기후위기 등 이슈에서 보이는 입장이 굉장히 다르다. 20대 여성의 정치적 성향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에서 20대 여성들의 기권율이 유례없이 높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김정희원 교수는 “현상 유지를 넘어서기 위한 선택은 언제나 더 복잡하다. 2030 여성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김영화 기자 다른기사 보기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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