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특위 원희룡 위원장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6월11일 의총장에서 고민하는 원 위원장.
2003년의 오세훈을, 2005년의 홍준표를 기대했을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회의원 시절이던 2003년 정풍운동을 주도하고 이른바 ‘오세훈 선거법’을 만든 뒤 전격 불출마 선언을 했고, 그때의 결단을 자산으로 서울시장에까지 올랐다. 박근혜 대표 시절이던 2005년 홍준표 의원은 당 혁신위원장을 맡아 정치적 도약에 성공했다. 원희룡 의원이 쇄신특위 위원장을 제안받았을 때, 그는 이런 ‘성공 사례’를 떠올렸을 법하다.

적어도 지금까지 현실은 정반대다. 당내에서는 “원희룡의 바닥을 봤다”라는 가혹한 평가가 벌써부터 나온다. “원 위원장이 입바른 소리는 많이 했지만 조직을 이끌고 결과를 내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게 드러났다”라는 비판이 서슴없이 쏟아진다. 심지어 쇄신특위에 참여하는 한 의원도 “김선동 대변인에게 맡겨놓으면 될 걸, 일만 있으면 위원장이 마이크부터 찾으니 될 일도 안 된다”라고 외부의 비판과 의견을 같이했다. 이 쇄신특위 위원은 “지난 한 달간 우리 쇄신특위가 제대로 합의를 도출해서 숙성시킨 얘기가 외부에 나간 게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한 달간 쇄신특위의 갈지자 행보는 보기 민망할 지경이다. 출범 당시 최우선 과제라며 내세웠던 ‘청와대 쇄신’은 조기 전당대회 논란에 휩쓸려버렸고, 다음으로 부여잡았던 ‘지도부 즉각 퇴진론’ 역시 박희태 대표의 거부 한마디에 없던 일이 됐다. 한 수도권 의원은 “초창기 쇄신특위가 힘을 받고 있을 때 난데없이 원내대표 선거 연기론을 들고 나온 것이 ‘삑사리’였다. 그때 집중 포화를 받으면서 이미 권위가 확 떨어졌다”라며, 쇄신특위가 출발부터 정치적 오판을 했다고 짚었다. 급기야 지난 6월11일 원 위원장은 “그동안 논의 과정에서 일부 혼선이 있었던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라고 공개사과까지 해야 했다.

옹호론도 없지는 않다. 한 쇄신위원은 “오세훈·홍준표와의 비교는 난센스다. 지금의 쇄신위는 청와대를 바꿔야 성공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야당 대표와 싸워 이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쇄신위 구성이 친이·친박이 뒤섞인 ‘작은 한나라당’인 데다가, 이들은 ‘오너’의 결재를 받고 움직인다. 원 위원장은 사실상 박근혜·이재오를 상대로 위원회를 이끌고 가는 셈이다”라며 근본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는 당내의 전반적인 ‘쇄신위 무용론’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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