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6일 서울 광화문에서 그린피스 회원들이 기후 위기 대응 공약 마련을 촉구하며 '마지막 기표소'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이오성, 김다은 기자가 쓴 이번 호(제749호) 커버스토리를 읽다가 20대 남성과 다른 세대·성별 사이를 가르는 두꺼운 장벽을 발견했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책임감’입니다. 〈시사IN〉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들은 관련 문항에서 동년배 여성은 물론 모든 세대·성별을 통틀어 가장 낮은 동의율을 보입니다.

20대는 그 윗세대에 비해 기후변화의 악영향을 더욱 지속적으로 받게 될 연령대입니다. 기후위기는 산업구조 전환, 나아가 일자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기후변화 대응’은 이미 지구 차원의 의제로 정착되었으며 이에 따른 글로벌 규범들이 이미 정해졌거나 구성되는 중입니다. 각 국가의 민관은 이 규범들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혁신, 심지어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나갑니다. 개인 차원에서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이런 거대한 변화를 인식하고 관련 지식과 노동을 익혀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앞길이 구만 리’ 같은 20대가 기후 문제에 냉소적이라는 것은 해당 개인에게나 국가 공동체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행히 기후위기 관련 개념들에 대한 20대 남성들의 이해도, 친환경 습관 및 단체에 대한 감정온도 등은 평균에 가깝거나 어떤 항목에선 그 이상이었습니다. 마냥 냉소하는 집단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기후위기를 대하는 20대 남성들의 인식과 책임감이 평균보다 훨씬 낮아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답답해하다가, 페미니즘에 대한 그들의 적대감을 떠올렸습니다. ‘페미니즘 싫다’→‘페미니즘은 진보’→‘진보 의제 싫다’→‘기후위기는 진보’→‘기후위기 의제 싫다’로 이어지는 알고리즘이 작동 중이라는 상상까지 해봤습니다. 20대 남성들이 ‘극혐’하는 이른바 586도 군부독재를 반대하다가 당대의 경제성장까지 부정한 전례가 있거든요.

20대 남성인 주하은 기자는 ‘프리스타일’에서 ‘이대남’들이 윤석열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에 일종의 ‘통쾌함’을 맛봤다고 해석합니다. “주요 대선후보의 입장을 바꿔낸 것에 정치적 효능감을 느낀다”는 겁니다. 그동안 20대 남성들이 정치·사회적 좌절감에 침식되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거대한 집단이 인류 보편 의제까지 냉소하게 되었다면, 20대 남성의 페미니즘을 향한 적대감부터 기후위기 인식에 이르기까지 좀 더 진지하게 분석하며 대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들이 미래의 변화로부터 소외된다면 대한민국 역시 그렇게 될 터이기 때문입니다.

기자명 이종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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