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만나서 얘기해볼까? [K콘텐츠의 순간들] 복길 (자유기고가) 내가 휴대전화 화면에 집중할 때마다 친구는 단속하듯이 말한다. “트위터 좀 관둬.” 꽤 오래 전부터 들어왔던 말이지만 말투에서 느껴지는 뾰족한 가시 때문에 나는 번번이 “왜?” 하고 반문한다. 친구가 생각하는 트위터는 ‘나와 비슷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로만 클러스터를 형성할 수 있는 편협한 SNS’다. 올해로 트위터 계정을 운영한 지 9년째인 나는 친구의 이런 해석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늘 작은 변명을 한다. ‘사람에겐 때때로 편협함이 필요해!’나는 편협하다. 그건 오늘의 뉴스를 다른 커뮤니티의 필터로 보고 싶지 않다는 아카이브 전문가들이 파업을 벌이면? 임윤희 (도서출판 나무연필 대표, <도서관 여행하는 법> 저자) 17년 전, 캐나다 밴쿠버를 여행하다가 도서관 파업을 목격한 적이 있다. 구체적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돌아온 게 오래도록 마음에 걸렸는데, 이번에 다시 밴쿠버에 방문할 기회가 있어서 그 시절 파업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밴쿠버 공공도서관 7층의 스페셜 컬렉션실. 이곳은 도서관에서 갈무리한 가장 귀한 자료들을 별도로 관리하며 이용자에게 서비스하는 공간이다. 여기에 ‘밴쿠버 공공도서관: CUPE 391 파업 아카이브’라는 자료가 있었다. 사서에게 자료명과 청구기호를 제출했더니, 10㎝ 정도 두께의 검정색 파일 다섯 개가 카트에 실려 왔 플라스틱 오염 없애는 ‘위대한 여정’이 시작됐다 이오성 기자 우리는 할 만큼 했다. 날마다 쌓이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며 죄책감에 시달렸고, 배달 음식 용기는 박박 설거지를 해서 내놓고는 했다. 웬만한 전자제품 설명서보다도 난해한 분리수거 매뉴얼을 붙들고, 하나라도 더 살려보겠다고 골머리를 앓았다. 텀블러와 장바구니는 필수, 가급적 새 옷도 사지 않으려 했다. 평범한 소비생활 속에서도 지구와 환경을 지켜보겠다는 선한 몸부림이었다.현실은 우리의 선의를 받쳐주지 못했다. 아무리 애써봐야 결국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20%대에 머물렀다(세계적으로는 9%에 불과하다). 우리가 분류를 잘못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죄책감에 시달리지 말자” 이오성 기자 BFFP(Break Free From Plastic)는 우리에게 낯선 단체다. 이름 그대로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운동을 펼치기 위해 2016년 결성된 글로벌 환경단체다.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을 비롯해 전 세계 3000여 개 단체가 소속돼 있다. 이 단체 국제 정책 고문을 맡고 있는 이세미 변호사를 만났다.플라스틱 국제협약의 목표가 뭔가.플라스틱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플라스틱 오염을 없애자는 것이다. 지금 플라스틱 완제품에 1만6000개 이상의 ‘절약 경쟁’ 유통업, 미래는 어디에? 주하은 기자 3월25일, 유통 대기업 이마트가 전사적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1993년 창사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개별 점포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한 적은 있었지만, 전사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확대한 적은 없었다. 이마트 측은 “수년간 이어진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 무거운 마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이마트의 희망퇴직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2013년 정점을 찍은 이래로 이마트 영업이익은 꾸준히 감소해왔다. 지난해에는 독립법인으로 분사한 후 최초로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과몰입과 무관심 사이, 선거보도 영역 넓히려면 [미디어 리터러시] 김보현 (<뉴스민> 기자)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꼭 물어본다. “선거 시즌인데, 뭐 재미난 거 없어?” 보수정당이 대구에 내리꽂기 공천을 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진보정당의 위기를 어떻게 보는지 물어봤다간 ‘갑분싸’ 될 가능성이 있으니 내 딴에는 돌려 돌려 물어본 셈이다. ‘우리 동네 후보는 하이디라오 춤 춘 릴스(인스타그램 숏폼) 대박 났던데 봤어?’ ‘우리는 현역 국회의원이 이번에 또 나오더라’ ‘부모님이랑 선거 얘기 하다가 싸웠어’ 같은 이야기가 나왔으나 대화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는 않았다.선거 보도 탓도 있다. 유권자 중심, 정책 중심이어야 하는 독자와의 대화 시사IN 편집국 3월30일 〈시사IN〉 유튜브 첫 공개방송을 앞두고 편집국에 개나리, 벚꽃, 갯무꽃, 유채꽃 등 갖가지 야생화로 꾸며진 꽃바구니가 하나 도착했다. “그 자체로는 존재하지 못하는 사실을 끈기 있게 발굴하여 성실하게 조명하는 〈시사IN〉과 〈시사IN〉 유튜브 제작팀 첫 공개방송을 이 봄날 축하하고 응원합니다.” 독자 양 아무개씨(유튜브 닉네임 ‘sj양’)가 꽃바구니와 함께 보낸 메시지였다. 쿰쿰하던 편집국 공기가 한동안 꽃향기로 상큼해졌다.양씨는 〈시사IN〉 종이책 구독자이기도, 〈시사IN〉 유튜브 채널 구독자이기도, 〈시사IN〉 기자 여론조사 읽으려면 이념 성향 비율부터 나경희 기자 4월10일 치러진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 건수만 1990건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통신사별 여론조사 전화 차단법’이 온라인에 공유될 정도로 ‘여론’이 넘쳐난 선거였다. 72억8000만원을 들인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는 국민의힘의 개헌 저지선(101석)마저 무너질 수 있다고 내다봤지만, 실제 결과는 예측치를 벗어나 효용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론조사부터 출구조사까지, 논점과 궁금한 점을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여론조사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이루어지는 여론조사 결과는 정확하 ‘관권 선거’ 불사한 고집 공수표 된 민생토론회 김동인 기자 “제가 3개월 동안 이동한 거리가 서울-부산 왕복 10배가 넘는 5570㎞다.” 4월4일 윤석열 대통령은 1월4일부터 24차례 개최한 ‘민생토론회’를 자평하며 이렇게 말했다. 3개월 동안 전국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만나 민심을 경청했다는 뜻이었다.4월10일 제22대 총선 직전까지, 대통령실은 민생토론회라는 형식에 집착했다. 각 회차마다 굵직한 정책 발표가 잇따랐다. 총 24차례 가운데 20번은 서울이 아닌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민생토론회가 끝난 이후에는, 4월2일부터 총선 전날인 4월9일까지 각종 후속조치 점검 초3부터 직장인까지 의사가 되려 한다 이상원 기자 수요일 낮 3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는 기이한 침묵이 흘렀다. 거리에 사람은 많았다. 노란색 밴에 탄 초등학생부터 시내버스를 채운 고등학생까지 학생들이 계속해서 대로로 쏟아져 나왔다. 일부는 길가의 큰 학원 건물로 들어가고 나머지는 골목에 입간판을 세운 상가로 향했다. 대부분 말없이 발걸음을 재촉할 뿐 10대 학생 특유의 떠들썩한 소리를 내는 이는 드물었다. 탕후루를 먹으며 걷는 학생조차 얼굴은 굳어 있었다. ‘DFLHS’라고 적힌 체육복이 특히 많이 보였다. 올해 서울대 합격자를 전국 두 번째로 많이 배출한 한 외국어고등학 한국은행 총재님에게 물정을 알려드립니다 이오성 기자 한국은행 총재가 놀라운 발언을 내놓았다. 4월12일 통화정책 방향 기자간담회에서였다. 이창용 총재는 “기후변화 이런 게 심할 때 생산자 보호를 위해 지금 같은 정책을 계속할 것이냐, 아니면 우리가 (농산물) 수입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냐. 기후변화 등으로 생기는 구조적인 변화에 대해 국민의 합의점이 어딘지 생각해봐야 하는 시점이 됐다”라고 말했다.인플레이션의 원인이 국내 농산물 가격 상승 탓이므로 외국 농산물을 대폭 수입하는 걸 생각해보자는 말이다. 여기에는 언제까지 정부가 국내 농가를 보호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담겨 있다. 미세 좌절의 시대 그래서 읽고 쓴다 김영화 기자 녹음 버튼을 누르자 장강명 작가가 말했다. “저도 ‘클로바 노트’ 많이 써요.”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AI 서비스로, 녹취할 일이 많은 기자들이 자주 쓴다. 그에게도 지난해 말부터 열중하고 있는 취재가 있었다. AI에 관한 논픽션을 쓰기 위해 전현직 바둑 기사 30여 명을 인터뷰했다. 알파고 대전이 8년 전 일이다. “AI 기자나 AI 소설가가 나오면 곧 언론계, 문학계 종사자들이 아노미를 느낄 텐데, 그런 일이 바둑계에 먼저 있었던 거잖아요. 바둑기사들은 그때 무엇을 느꼈고, 바둑 두는 법은 어떻게 바뀌었나 알고 싶었어요.” ‘미래’에 대해 아직 나누지 못한 것들 장정일 (소설가) 〈연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서해문집, 2024)은 30대 기자이자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서해문집, 2021)을 쓴 저자이기도 한 전혜원과 연금·재정을 오랫동안 연구한 60대 사회학자 오건호의 대담집이다. 국민연금은 1986년 국민연금법이 공포된 이후, 2006년부터 전 국민에게 의무 가입이 적용되었다. 국민연금은 경제활동이 끊긴 노동자들의 노후를 위한 국가정책으로, 개개의 시민에게 민간 보험사보다는 국가가 좀 더 보편적인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다.2023년 11월 기준으로 남성 노령연금 북한은 왜 일본이 아니라 중국을 택했을까 남문희 편집위원 지난 3월20일 아시아축구협회(AFC)는 북한축구협회로부터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았다.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3월26일 평양에서 열기로 한 2026 북중미월드컵 일본과의 예선전 경기를 중립국 경기장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북한이 말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최근 일본에서 감염자가 늘고 있는 ‘연쇄상구균독성쇼크증후군(STSS)’ 유입을 우려해서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일본 측은 회의적이었다. 일본 외무성은 “평양에서 월드컵 예선전을 치르기를 원치 않는 것 같다”라고 막연하게 추측할 뿐이었다. 세월호 생존자 설수빈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마지막] 신선영 기자 세월호 생존자 설수빈씨(27)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세월호 생존자 모임인 ‘메모리아’ 활동으로 엽서를 만들고, 다른 생존자 친구들이 만든 ‘운디드 힐러(Wounded healer)’의 그림책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대학에서는 일본어를 전공했다. 담임선생님(2학년 1반 고 유니나 교사)도 일본어 선생님이었다. 생일을 맞은 반 친구에게 편지를 써주자고 제안했던 담임선생님의 흔적은 교실 곳곳에 남아 있다. 설수빈씨는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친구들에게 받은 생일 편지와 친한 친구들의 명찰을 여전히 보관하고 있다.“대학교와 직장 제련소 폐쇄를 이들이 주장하는 이유 봉화·김다은 기자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은 태백산, 연화산, 삼방산, 면산 등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경북 최북단 산간마을이다. 석포면은 낙동강이 시작되는 깊은 계곡에 자리 잡고 있는데, 그런 석포면의 정중앙에 영풍 석포제련소가 있다. 공장을 둘러싼 풍경은 을씨년스러웠다. 제련소는 산자락 단면이 훤히 보이게 골짜기를 파헤친 자리에 서 있다. 공장 주변을 둘러싼 붉은 암석들은 삭았고 고목들은 바짝 말라 있었다. 신기선 ‘영풍제련소 봉화군대책위원회(영풍제련소대책위)’ 회장이 그것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스며 오염된 물 때문에 커다란 스위스 입시가 묻는다, 이 시스템은 공정한가? [평범한 이웃, 유럽] 취리히·김진경 (자유기고가) 내가 김나지움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건 어려서 읽은 아인슈타인 전기에서였다고 기억한다. 소년 아인슈타인이 김나지움에 진학하는 대목에서 학교 이름이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스위스에 와서 아이를 낳고 다른 부모들과 어울리면서 다시 대화에 김나지움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더 현실적인 내용이었다. 6학년 때 치르는 김나지움 시험이 그렇게 어렵다더라, 그래서 요샌 다 사교육을 시킨다더라, 그런 얘기들을 두세 살짜리 아이들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눴다. 나처럼 이주민이던 그들은 스위스 교육 시스템이 너무 경쟁적이라며 농반진반 그때가 여론조사 공표 금지 이의 있습니다 박성철 (변호사)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금하는 조항이 선거법에 있다. 선거일 6일 전부터 선거일 투표 마감 시각까지 금지한다. 언론인만 지켜야 하는 법은 아니다. 누구든지 적용 대상이 된다. 위반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선거일을 앞두고 이른바 ‘블랙아웃 기간’을 둔 까닭은 무엇일까. 흔히 밴드왜건 효과를 이유로 든다. 여론조사가 공정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졌더라도 결과가 알려지면 투표자들이 승산 높은 쪽으로 더 쏠리게 된다는 뜻이다. 반대로 언더독 효과를 말하기도 한다. 불리한 편을 동정해 은이 솟구치는 산에서 중남미 사회의학으로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예방의학 전문의) 입춘, 경칩, 춘분이 지나도록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드디어 봄의 전령사가 도착했다. 백련사 동백도, 산동마을 산수유도, 화엄사 홍매화도 그 주인공이 아니었다. 고비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 황사와 미세먼지야말로 한반도에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진정한 전령사다.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세계 1등이었다는 그날, 거리에는 다시금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넘쳐났다. 나도 오랜만에 서랍 속에서 KF 94 마스크를 하나 꺼냈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열린 한 행사에서 기념품으로 받은 것이었다.포장지에는 커다랗게 ‘은나노’ ‘ 죽은 오리들이 말하는 것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오리들케이트 비턴 지음, 김희진 옮김, 김영사 펴냄“인생에 금이 간다는 걸 알면서 왜 여기에 올까요?”캐나다 앨버타의 한 오일샌드 개발 현장에 있던 큰 연못에 죽은 오리 수백 마리가 떠올랐다. 석유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유독성 물질을 걸러낸 물을 그대로 흘려보낸 것이 집단 폐사의 원인이었다. 이야기의 끝에 다다르면, 떼죽음 당한 오리들은 이곳 ‘싱크루트 오일샌드’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비유임을 깨닫게 된다. 가난이 싫어서 공장으로 온 ‘평범한’ 사람들이 가난보다 더 서늘한 노동권 침해와 성폭력, 산업재해, 환경파괴를 겪으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