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6월26일 김은남 기자(왼쪽에서 세번째)를 비롯해 〈시사저널〉 기자 대부분이 사표를 제출했다. 이들은 삼성 관련 기사 삭제 이후 편집권 독립을 위해 싸워왔고, 이후 ‘독립언론’ 〈시사IN〉을 창간했다.ⓒ시사IN 자료

2021년 12월을 끝으로 〈시사IN〉 선배 기자 두 명이 퇴직했다. 〈시사IN〉의 두 번째(남문희), 세 번째(김은남) 편집국장이 같은 날 편집국을 떠났다. 원 〈시사저널〉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2006년 ‘삼성 기사 삭제 사건’을 겪었다.

그럼에도 기자들은 펜을 놓지 않았다. 6개월 동안 문제 제기를 하다 결국 파업에 들어갔다. 이후 6개월 동안 파업의 대오가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선배들이 졌다. 회사로 돌아가지 못한 이들이 모여 2007년 〈시사IN〉을 창간했다.

오랜만에 꺼내보는 순정처럼 다시 ‘〈시사저널〉 사태’를 이야기하는 건, 그 시절 선배들이 쓴 사표를 읽었기 때문이다. 김은남 기자는 이번과 15년 전 사표를 썼던 마음을 견주며 내부 구성원들에게 작별 인사를 구했다. 해당 글엔 2007년 〈시사저널〉 사측에 제출한 김은남 기자 등 22명의 사표 내용도 다음과 같이 들어가 있었다(https://bit.ly/3Ez2zjZ).

“기자로서의 양심과 양식을 지키기 위해 회사를 떠나고자 합니다” 등등. 한두 문장 안에 꾹꾹 눌러 담은 뜨겁고, 차갑고, 맵고, 짠 22개의 마음이 사직의 변에 담겨 있었다. 쭉 내려 읽다 멈추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13년 동안 힘써 일했던 〈시사저널〉에서 벗어나 새 일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섭섭하더라도 잡지 마시라! - 오윤현 기자.” 병환으로 2011년 세상을 떠난 오 선배의 사직서에서 내 눈을 잡아당긴 단어는 ‘13년’이었다.

2009년 〈시사IN〉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내게 13년은 이제 낯선 숫자가 아니다. 그 시절 그 선배들이 엄청 어른인 줄 알았는데, 이제 짐작이 간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곧잘 미래를 걱정했고 두려운 순간과 마주하다 때론 벼랑 끝에 서 있다는 감각에 아찔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선배들은 자신들의 존엄성과 독자와의 약속을 지켰다. ‘정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정통 시사주간지’는 그렇게 탄생했다.

창간의 첫 마음을 길어 올려 다시금 독자님들께 좋은 저널리즘을 하겠다는 새해 인사를 드린다. 다소 거칠고 과잉된 마음이지만, 첫 마음이 으레 그런 것이라 이해해주시리라 믿으며.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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