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7일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윤우진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부동산 사업가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12월7일 구속됐다. 앞서 12월3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1부(부장검사 정용환)는 윤씨가 2017~2018년 인천 영종도 부동산 개발업자 ㄱ씨 등 2명한테 부동산 사업 허가 관련 공무원 로비 등의 명목으로 1억3000만원을 받았다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세창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라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우진 전 서장은 뇌물수수 의혹이 불거진 지 9년 만에 구속되었다. 윤씨는 윤대진 전 검사장(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의 친형이자, 국민의힘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가까운 사이다. 윤씨 뇌물수수 혐의는 2012년 경찰이 수사했지만 2015년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이 과정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윤우진 사건은 윤석열 후보의 아킬레스건으로 통한다(〈시사IN〉 제727호 ‘윤석열의 아킬레스건인 윤우진의 전성시대’ 기사 참조). 2019년 7월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당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윤우진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가 맡은 이 사건 수사는 윤석열 총장 취임 이후 흐지부지됐다. 검찰이 총장 연루 사건에 대해 눈치를 본다는 의혹이 일었다. 2020년 10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이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 지휘권을 배제시켰다. 그제야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가 수사를 재개했지만 순조롭게 진척되지 않았다. 지난 8월 〈뉴스타파〉는 윤씨가 자신의 비리를 검찰에 진정한 ㄱ씨를 회유하며 수표 1억원을 건네는 장면을 보도했다. 파문이 커지면서 검찰은 형사13부가 맡았던 ‘ㄱ씨 진정 사건’을 분리해 반부패강력수사1부에 배당했다. 윤씨 구속은 반부패강력수사1부의 청구로 비로소 가능해진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에서 맡고 있는 윤우진 사건의 수사 방향은 세 갈래다. 첫째, 윤우진씨 뇌물수수 의혹이다. 둘째는, 2012년 검찰의 경찰 수사 방해, 2015년 검찰의 무혐의 처분 등 ‘봐주기’ 의혹. 셋째는 윤우진씨한테 접대를 받은 검찰이나 경찰 등 고위 인사들의 뇌물수수 의혹이다. 반부패강력수사1부는 첫 번째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맡았다.

이제 관심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부장검사 임대혁)가 맡은 두 번째 의혹, 즉 ‘2012~2015년에 이뤄진 검찰의 봐주기’ 여부에 대한 수사다. 일선 경찰 사이에서는 과거 검찰의 수사권 독점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두 가지 사건이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김학의 사건’과 ‘윤우진 사건’이다.

두 사건 모두 경찰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 방해 의혹이 불거졌다. 그럼에도 경찰이 증거를 모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로 넘어간 뒤엔 무혐의 처분되고 말았다. 김학의 사건에서 검찰은 1차 수사(2013년)와 2차 수사(2014년)를 통틀어 동영상 속 인물을 ‘김학의’라고 특정하지도 않았다. 2019년 검찰 과거사위 활동으로 시작된 3차 수사 끝에 김학의 전 차관을 가까스로 기소할 수 있었다. 지연된 수사와 기소로 공소시효가 지나 김 전 차관의 성접대 관련 뇌물 혐의는 처벌을 면하기도 했다(〈시사IN〉 제723호 ‘누가, 왜, 어떻게 김학의 사건을 덮었나’ 기사 참조).

‘윤석열 라운딩’ 여섯 글자

윤우진 사건에 대해 당시 경찰 수사팀은 ‘검찰 권력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금도 입을 모은다. 2012년 경찰은 ‘마장동 재벌’로 통하는 육류 수입업자 김 아무개씨 자녀의 입시 비리를 추적하던 중 현직 서울용산세무서장인 윤우진씨와의 돈거래를 포착했다. 윤우진 사건의 시작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수사를 맡았고,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가 지휘했다. 당시 경찰은 윤우진씨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던 중 암초를 만나게 된다. 국세청에서 ‘너른발’ ‘정보통’으로 통하던 윤우진씨는 인천 영종도 소재 ㅅ골프장을 자주 이용했다. 골프비 정산 방식이 특이했다. 육류 수입업자 김씨가 윤우진씨 골프비에 대해 선결제를 하거나 자신이 소유한 회사의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이다. 이른바 골프비 대납으로 일종의 뇌물수수 형태였다. 윤우진씨가 김씨 골프비로 라운딩한 멤버는 주로 검사와 언론사 간부였다. 경찰은 ‘김씨→윤우진→검사’로 접대가 이뤄지고 뇌물이 건네진 것으로 의심했다.

2012년 수사 당시 경찰은 이 골프장 압수수색에 나섰다. 일곱 번이나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검찰 단계에서 여섯 번을 반려했다. 이에 앞서 윤우진씨는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2012년 7월2~5일, 우울증 등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중 그는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 윤석열 중수1과장에게 전화를 했다. 이때 윤석열 과장이 중수부 후배로 있다가 개업한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해준 사실이 2019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본인의 육성으로 확인되었다. 변호사법 위반 논란이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다. 이남석 변호사는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이형택 부장검사와 대학 선후배 사이였다. 당시의 이 변호사는 뇌물 사건 변론으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서초동 황제’로 불리기도 했다.

경찰 수사 중인 2012년 8월30일 윤우진 서장은 돌연 홍콩을 경유해 타이로 도피성 출국을 했다. 현직 세무서장이 경찰 수사를 피해 도주한 것이다. 국세청은 2103년 3월 그를 파면했다. 윤우진씨는 2013년 4월19일 타이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되어 그해 4월25일에 국내로 압송됐다. 경찰은 인천공항에서 윤우진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체포 48시간 이내인 4월27일 경찰은 검찰에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윤우진씨는 도피성 출국을 했기에 경찰은 당연히 검찰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번에도 검찰 단계에서 구속영장이 반려됐다. 인터폴 수배로 강제송환된 윤우진씨를 검찰이 풀어준 것이다. 2013년 8월7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윤씨에 대한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검찰은 18개월 동안이나 추가 수사도 하지 않고 사건을 틀어쥐고 있었다. 그러던 중인 2015년 2월23일 윤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려버린다. 윤씨는 검찰의 무혐의 판단을 근거로 행정소송을 통해 국세청에 복직해 정년퇴직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수사 중 도피했다가 강제송환되어 무혐의 처분을 받고 정년퇴직까지 한 첫 사례였다.

〈시사IN〉은 당시 경찰의 불구속 기소 송치 의견서(2013년 8월7일)와 검찰의 불기소(무혐의) 결정서(2015년 2월23일)를 입수해 분석한 바 있다(〈시사IN〉 제735호 ‘경찰은 파헤쳤고 검찰은 덮었다’ 기사 참조). 〈시사IN〉 분석 결과 검찰의 일방적인 윤우진씨 봐주기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검찰 결정서를 보면 뇌물수수 사건의 제보자 진술을 배척한 다음, 윤우진씨와 육류 수입업자 김씨 등의 해명을 대부분 수용했다. 윤씨와 김씨 등이 참고인을 회유하고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진술이 나왔으나 그냥 배척해버렸다. 〈시사IN〉은 두 의견서를 형사부 출신 변호사, 형사부와 외사부를 거친 변호사,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등을 섭외해서 분석을 맡겼다. 변호사들은 “기소할 사건을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다”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2015년 최종 무혐의 수사 라인은 조기룡 형사3부장-전현준 1차장검사-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당시 수사 라인에 대한 〈시사IN〉 취재 결과, 전현준 변호사는 “부임해오기 전에 수사팀이 이미 불기소로 다 결정을 해놨던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직전 수사 라인은 조기룡 3부장-신유철 1차장검사-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김수남 중앙지검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대학 동기 사이다(〈시사IN〉 제736호 ‘그때 그 검찰 간부들, 이렇게 말했다’ 기사 참조).

검찰의 3차 수사팀은 김학의 사건이 1차·2차 수사에서 암장(暗葬)된 과정을 일부 수사했다. 그러나 ‘검사 징계 시효와 직무유기 시효가 지났다’는 형식적인 논리를 내세우며 수사를 더 진행하지 않고 또다시 덮었다. 김학의 전 차관만 기소하고 사건을 암장시킨 검사들을 봐줬다는 비판이 일었다.

누가, 왜, 어떻게 윤우진 사건을 덮었을까? 이번에도 검찰이 윤우진씨만 기소하고, 사건의 암장 과정을 밝히지 않고 덮는다면 곁가지만 수사하고 끝내는 셈이다. 윤우진 사건의 본질은 2012~2015년 검찰의 암장 과정을 밝히는 것이다. 이때 제대로 처리되었다면 사업가 ㄱ씨 등의 추가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가 가지고 있는 경찰 수사 자료에는 윤우진씨의 대포폰(차명 전화) 통화 기록뿐 아니라 육류 수입업자 김씨의 다이어리도 포함돼 있다. 통화 목록에는 윤석열 검사 등 통화 기록이 나와 있고 김씨 다이어리에는 2011년 7월경 ‘윤석열 라운딩’ 여섯 글자가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명 고제규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